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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지난달 엠넷 ‘음악의 신 시즌 2’ 9회. 이상민이 자신이 이끄는 기획사 LTE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을 이끌고 SM엔터테인먼트 본사를 방문한다. 거기서 SM ‘아이돌’이 깜짝 등장하지만 정작 LTE 소속 가수들은 SM ‘아이돌’을 보며 “누구?”라고 외친다. 모큐멘터리(가짜 다큐멘터리 형식) 형식의 이 프로그램에서 이날 자신을 아무도 못알아보는 설정의 ‘굴욕’(?)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당당한 표정을 유지하던 이는 바로 밴드 트랙스의 기타리스트 정모였다.

아이돌 그룹에 특화됐다는 인식이 강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록밴드의 기타리스트. 그는 2004년 가요계에 데뷔한 12년차 아티스트다. 최근에는 슈퍼주니어 김희철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 그룹 ‘김희철&김정모’의 두 번째 미니 앨범 ‘종합선물세트(Goody Bag)’를 발표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SM 소속 기타리스트에 대한 편견은 당연, 내겐 최선의 선택”

최근 만난 그에게 ‘음악의 신 시즌2’ 출연 계기를 물었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콘셉트에 거부감은 없었을까. “씁쓸하지 않았어요. 그게 현실이니까요. 웃음으로 녹아낼 수 있다면 저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출연했어요. 평소 친하게 지내는 박준수 PD에게 전날 전화가 왔는데, 그분 프로그램의 큰 팬이고, ‘음악의 신’을 너무 좋아해 출연 자체가 영광이었죠.”

그는 사실 ‘아이돌’로 SM엔터테인먼트에 영입된 게 아니다. 10대 시절 각종 아마추어 기타 경연대회 1~2위를 차지하며 ‘천재 기타리스트’ 소리를 듣던 그는 몇몇 기획사에 기타리스트로 오디션을 보고, 고심 끝에 SM의 문을 두드렸다.

“SM 소속 기타리스트에 대한 편견요? 당연히 있죠. 음악하는 사람끼리는 좋은 환경을 부러워하기도 하는데, 대중은 아이돌 회사에 있는 기타리스트에 대해 안좋게 보는 분도 있는게 사실이에요. 2002년 무렵 제가 SM에 간다 할 때 주변 뮤지션이 모두 말렸어요. 제게도 나름 큰 모험이었죠. 그때 제 계산은 나름 철저했어요. 그때도 밴드가 국내에서 주류가 아니었지만 J팝의 영향을 받는 시장 흐름상 몇년 안에 유행을 이끄는 대형 기획사 SM에서 밴드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편견과 달리 이수만 대표프로듀서가 밴드 출신이기 때문에 밴드, 록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애정이 대단하신 분이거든요. 그래서 주저 없이 SM에 오게 됐죠.”

그가 마지막 멤버로 합류한 뒤 4인조 록밴드 트랙스는 준비 과정을 거쳐 2004년 가요계에 데뷔한다. 해외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2005년 일본 오리콘 차트 데뷔 순위가 18위였는데, 한류가 보편화되기 전이었고 당시로서는 데뷔 성적만 비교했을 때 동방신기, 보아보다 나았다. 2005~2006년 1년간 트랙스는 일본 클럽 투어 100회 공연을 하며 5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채울 정도로 성장했지만 이후 보컬 제이의 성대결절, 2인조 재정비 과정 등을 거치며 주춤하게 된다. 트랙스가 앨범을 낸건 2011년 11월 3번째 미니앨범이 마지막이었다. “오랜만에 앨범을 내니 섣부르게 나오고 싶지 않아요. 더 욕심을 내다 보니 늦어지고 있지만 올해 안에는 어떤 형태로든 신곡을 내려고요.”

김희철&김정모 2nd 미니 앨범 종합선물세트 이미지2

◇“나는 아이돌 아닌 기타리스트, 잘되는 후배들 부럽진 않아”

SM에는 국내를 넘어선 ‘월드스타’가 많다. 그는 SM에서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지만 일부 대중은 그를 ‘안 뜬 아이돌’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 시선을 받으며 상대적인 소외감은 없을까.

“애초 아이돌을 꿈꾸고 SM에 들어온게 아니니 후배들 잘되는 게 부럽진 않아요. 대중이 제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도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90년대 1위하던 그룹도 쉽게 잊혀지던데요. 다만 저를 SM에서 안 뜬 아이돌로 보는 분들이 많은 건 약간 속상해요. 저는 기타리스트로 들어왔거든요. 지금은 작곡가,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고요. 대중은 SM 아티스트는 모두 잘생기고 예쁘기만 하고, 음악보다는 비주얼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런 편견을 제가 이겨내려면 앞으로 결과로 보여주면 될 거 같아요. 꾸준히 하면 알아주지 않을까요?”

그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꼽자면요, 밴드 멤버로 꾸던 꿈을 아직 이루지 못한 거요. 저는 90년대 일본 그룹 엑스재팬의 도쿄돔 라이브 콘서트 영상을 보며 ‘언젠가 내가 저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꿨거든요. SM타운 공연을 통해 그 무대에 서봤지만 거기서 ‘트랙스’ 멤버로 단독 공연을 가져보고 싶어요.”

monami153@sportsseoul.com

김정모.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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