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마구 뻗어라!\'...강정호, 6개월만에 실전배팅
[브래든턴(미 플로리다주)=강명호기자] 5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맥커치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미네소타 트윈스 경기에 앞서, 피츠버그 강정호가 부상 6개월 만에 첫 실전배팅을 하고 있다. 강정호는 “6개월만이라 마음 설렌다”고 했다. 2016.03.05.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피츠버그의 강정호(29)가 성폭행 스캔들에 휘말린 가운데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2타점짜리 역전 결승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강정호는 7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경기에 4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 2득점의 전방위 활약을 펼치며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강정호가 선발출장한 것은 지난 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이후 3경기 만이다. 앞선 두 경기에서는 대수비와 대타로 출장했다. 강정호가 2경기에 연달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시점에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강정호의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피츠버그는 이날도 강정호를 4번타자로 중용하며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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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지역지 ‘피츠버그 포스트가젯’이 강정호가 기소되기 전까지는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캡처 | 피츠버그 포스트가젯

현지 여론도 아직은 강정호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고 있다. 피츠버그의 지역지 ‘피츠버그 포스트가젯’은 이날 강정호가 기소되기 전까지는 이 사건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강정호는 시카고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지만 아직 기소된 상태가 아니다. 기소되기 전까지는 출장정지를 비롯한 어떠한 처벌도 받아서는 안된다.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는 것과 기소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직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경찰이 강정호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공개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추측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뒤 ‘강정호는 조사를 받는 동안에도 경기에 자유롭게 나설 수 있어야 한다. 혐의가 밝혀지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으면 된다. 선수가 문제에 휘말렸을 때 리그는 일관성을 보여야 하며 의문이 생기게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경찰이 강정호에 대해 ‘용의자(suspect)’가 아닌 ‘잠재적 용의자(potential suspect)’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강정호에게 불리한 측면도 많다. 시카고가 속해있는 일리노이주 형법에 따르면 피해여성이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경찰은 수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합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리노이주 형법은 성폭행을 중범죄로 다루고 있으며 최소 징역 4년에서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여러모로 어수선한 분위기라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강정호의 멘털은 견고했다. 항변하고픈 마음을 방망이에 담겠다는 각오로 집중력을 끌어올렸고 승부처에서 나온 강정호의 한 방이 이날의 승부를 갈랐다. 4-5로 뒤지던 7회초 1사 1, 3루서 세인트루이스의 세번째 투수 조너던 브록스턴의 3구째 슬라이더를 밀어쳐 우중간을 꿰뚫었다.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6-5로 승부를 뒤집었고 송구가 홈을 향하는 사이 강정호는 3루까지 내달렸는데 공식 기록으로는 2루타로 기록됐다. 시즌 9번째 2루타로 30번째 타점을 거둬들이는 순간이었다. 강정호는 2사 후 상대 유격수 실책을 틈타 득점에 성공했다.

강정호는 첫 두 타석에서는 삼진을 당했고 세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조쉬 해리슨과 션 로드리게스의 연속안타로 득점을 올렸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오승환과 시즌 두 번째 투타 맞대결을 펼쳤다. 강정호는 초구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2구째 151㎞짜리 직구를 받아쳤으나 우익수 플라이에 그쳤다. 첫 번째 맞대결에서도 강정호는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오승환은 1이닝을 삼진 1개를 포함해 퍼펙트로 막아내면서 방어율을 1.71에서 1.67로 더욱 낮췄다. 피츠버그는 6연속경기 역전승을 포함해 7연승을 달리며 3연패에 빠진 세인트루이스를 제치고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로 올라섰다.

강정호는 사건 당시 맞붙었던 시카고 컵스와 9일부터 운명의 리턴매치를 갖는다. 공교롭게도 3연전의 선발 맞대결 카드까지 똑같다. 강정호가 아픈 기억까지 떨쳐내면서 다시 한 번 ‘슈퍼멘털’을 과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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