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김기태 감독, 베테랑 예우? 최영필 교체 위해 마운드 방문!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6-4로 앞선 9회 최영필이 1사 1,2루의 위기에 몰리자 직접 마운드에 올라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2016.06.14.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광주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KIA는 28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LG와의 홈경기에서 11-2로 완승을 거두고 올 시즌 두 번째로 5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한때 9위까지 내려갔던 순위도 단독 5위까지 끌어올리며 확실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있던 KIA 김기태 감독은 텁수룩하게 자란 수염을 깎지도 않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모처럼 올라탄 연승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기도 했지만 최근 선발투수들이 줄줄이 빠져나간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할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도 역력했다. KIA는 4연승을 달리고 있었지만 선발진을 모두 소진했다. 좌완 불펜요원 심동섭을 엔트리에 합류시키면서 한동안 선발로 시험했던 신인 정동현을 다시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선발 한 자리가 비었다. 그래서 26일 NC전에서는 임준혁의 로테이션을 하루 당겨서 그 자리를 메웠는데 임준혁의 구위마저 신통치 않아 이튿날 2군으로 내려보내 조정기를 거치도록 했다. 며칠 사이에 선발 두 자리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28일 LG전에는 불펜요원인 노장 최영필을 선발로 투입해야 했다. 최영필은 “5회까지도 던질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김 감독은 불펜투수들을 조기에 투입해 2~3이닝씩 짧게 끊어갈 작정이었다. 그렇지만 선발이 조금이라도 더 끌어줘야 불펜의 부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김 감독은 맞더라도 무조건 공격적으로 달려들어 투구수를 줄이라는 지시를 했다.

여기서 김 감독 특유의 명쾌한 화법이 동원됐다. 김 감독은 “2볼을 내줬다면 그 다음 옵션은 네 가지 뿐이라고 생각해라. 안타 아니면 2루타, 3루타, 홈런이다. 그냥 가운데만 보고 꽂아넣으면 된다. 맞혀 잡아서 아웃이 되면 땡큐고 안타만 맞아도 본전”이라며 노장의 부담을 덜어줬다. 실제로 배트에 맞힌다고 해서 모두 안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빗맞은 안타가 나오기도 하지만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거나 호수비에 걸려 아웃되는 경우도 많다. 타자는 잘때려야 3할인데 이는 대부분의 타자들이 열 번 가운데 6~7번은 실패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맞는 것이 두려워 피해다닌다면 투구수만 늘어나고 개인에게는 물론 팀에도 도움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는 논리다.

최영필은 최고 구속 140㎞의 공으로도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을 찌르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텨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2회에는 1사후 손주인과 이병규에게 연속안타를 맞아 주자 1, 3루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더 씩씩하게 박재욱을 윽박질러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해 홈으로 쇄도하던 3루주자를 잡아냈고 1루를 밟은 박재욱까지 견제사로 아웃시키는 관록을 과시했다.

노장이 기대 이상 호투를 펼치자 KIA 타선이 폭발하기 시작했고 그 기세는 5연승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시발점에는 선발투수의 공백을 지워낸 김 감독의 한마디가 있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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