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호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두산 김재호2016. 5. 25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선두 두산의 팀타율은 0.302나 된다. 팀 홈런수도 85개로 SK(93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3할대의 고감도 방망이에 파워까지 갖췄으니 가히 최강타선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두산 타선의 진짜 무서운 점은 단순히 팀타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가변성과 끈끈함에 있다. 타순에 변화를 줘도, 부상이든 휴식이든 한 선수가 빠져도 전혀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또 득점기회를 잡았을 때 그 어느 팀보다 끈끈하게 물고 늘어지며 타선을 연결해 대량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두산은 지난 28일 잠실 NC전에 타순 변화를 줬다. 9번타자로 주로 나섰던 유격수 김재호를 톱타자로 전진배치했고, 외야 백업요원으로 요즘 타격감이 좋은 국해성을 2번타자로 내세웠다. 3할4푼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붙박이 톱타자 박건우가 좋은 타격컨디션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몸상태가 안 좋자 과감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김재호를 톱타자로 내세운 것. 김재호는 시즌 0.294의 타율을 기록 중인데 부담스런 톱타자의 중책을 맡고서 방망이가 더 후끈 달아올랐다. 3타수 3안타에 2볼넷으로 100% 출루하며 무려 4득점을 올렸다.

올시즌 두산 타선을 보면 이런 예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어떤 선수를 어느 자리에 갖다 놔도 모두 다 제 몫을 해낸다. 야수 선수층이 두껍고 백업요원의 실력 차가 크지 않다는 게 가장 결정적인 이유지만 이것 외에도 선수들이 타순에 따라, 경기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안다는 게 가변성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테이블세터의 변화가 가장 심하지만 4번타자 자리도 누구를 갖다 놔도 막힘 없이 해낸다. 혜성처럼 떠오른 김재환이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며 4번타자로 주로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 옆구리 부상 중인 오재일 등 누구를 그 자리에 갖다놔도 중심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또 ‘지금이 기회다’ 싶은 찬스를 잡으면 타자들의 집중력은 배가 된다. 두산이 팀타율 3할을 기록하고 있지만 매 번 방망이가 터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 한 경기에서 아무리 강한 투수를 만나도 세 번의 기회는 온다고 하는데 두산은 최소 두번째, 세번째 기회안에 반드시 타선 연결고리가 살아나며 동점 또는 역전, 또는 최소한 박빙승부를 만들어낸다. 지난해 우승을 경험한 이후 선수들이 타석에서 한결 여유가 생겼고, 경기를 읽는 눈이 몰라보게 좋아진 게 가장 큰 요인이다.

또 하나의 숨은 요인이 있다. 바로 막강한 선발 마운드다. 더스틴 니퍼트~장원준~마이클 보우덴~유희관으로 이어지는 1~4선발은 모두 다른 팀의 1선발급이다. 선발투수가 최소 6~7이닝을 최소실점으로 버텨준다는 믿음을 갖고 타석에 들어서니 두 세번의 기회 중 한 번 만 살려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게 실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막강 타선과 막강 선발진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되는 집안’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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