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역투하는 넥센 선발 피어밴드
넥센 피어밴드가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KBO리그 넥센과 한화의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피어밴드는 시즌 15경기에 등판해 4승 7패 평균자책점 4.67을 기록 중이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넥센 외국인 선수 라이언 피어밴드(31)가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5월부터 두 달 동안 단 2승을 보태는데 그쳐 염경엽 감독에게서 “팀 연패는 잇고 연승은 끊는 이상한 에이스”라는 자조섞인 농담을 들어야 했던 ‘미운오리’가 에이스 다운 투구로 넥센에 귀중한 1승을 보탰다.

피어밴드는 2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KBO리그 한화와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등판 해 8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피어밴드가 8이닝을 소화한 것은 지난해 9월 12일 목동 삼성전 이후 288일 만이다.직구 최고구속은 146㎞까지 측정됐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1대 1 비율로 섞어 4안타 1실점했다. 절묘한 제구에 완급조절 능력까지 살아나 삼진을 8개나 솎아내 자신의 올시즌 한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도 세웠다. 겉으로 보기에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빠른 공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이 날아드는 코스가 거의 일정했다. 한화 타자들이 직구 타이밍에 스윙을 하면 과장을 보태 폴로스루 동작을 할 때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갈 정도였다.

좌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홈플레이트에서 볼로 흘러 나가야 효과가 있다. 가령 우타자를 상대로 몸쪽 직구를 꽂아 넣은 뒤 같은 궤적으로 날아들다 몸쪽 볼로 휘는 슬라이더를 던져야 타자들이 반응을 보인다. 이날 피어밴드의 투구가 그랬다. 카운트 피치로 활용한 변화구는 대부분 스트라이크존에서 밖으로 벗어나는 공이었다. 여기에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까지 적절히 섞어 한화 타선의 노림수를 완벽히 피해갔다. 4회초 무사 1루에서 송광민에게 던진 몸쪽 직구가 가운데로 몰려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위기 없이 8회까지 이닝을 먹어 치웠다.

[SS포토]넥센 피어밴드, 사과는 사과! 견제는 견제!
넥센 선발투수 피어밴드가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KBO리그 넥센과 한화의 경기 5회초 1사 한화 권용관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면서 모자를 벗어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1루 견제를 통해 주자 권용관을 아웃시키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피어밴드가 긴 이닝을 최소실점으로 막으며 7-4 승리를 이끈 것은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날 넥센은 외야수 임병욱을 내리고 좌투수 박정준을 1군에 불러 올렸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전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질 경우를 대비해 추격조 역할을 할 롱릴리프 투수가 한 명씩은 필요하다. 전날(28일) 믿었던 신재영이 일찍 무너지는 바람에 (김)정훈이를 길게 썼다. 뒤지고 있는 경기는 필승조를 투입하지 않는다는 게 내가 가진 철학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 일어날 일에 대비해 롱릴리프 투수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화요일에 롱릴리프를 소진했기 때문에 피어밴드까지 조기 강판하면 일주일 내내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피어밴드가 지난 17일 청주 한화전(6이닝 6실점)과 23일 삼성전(6이닝 3실점)에서 부진했기 때문에 정신무장을 하고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비록 9회초 마운드에 오른 김택형이 구위 난조로 3점을 내줘 마무리 김세현이 마운드에 올라야 했지만 피어밴드가 8이닝을 버텨준 덕분에 승리를 무난히 지켜낼 수 있었다. 모처럼 완벽한 제구와 완급조절로 시즌 5승(7패) 수확에 성공한 피어밴드는 “우선 팀이 이겨 기쁘다. 연패를 끊을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은 투구내용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제구가 잘됐던 것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오늘처럼 선발투수로서의 임무를 다 하고 싶다. 가족들 앞에서 모처럼 좋은 경기를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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