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독려하는 황선홍감독, 시간이 없다고...[SS포토]
FC서울 새 사령탑 황선홍 감독이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리그클래식 17라운드 성남과 홈경기에서 후반 막판 1-3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처음’은 설레지만 두려움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프로 사령탑 9년차에 접어든 황선홍 감독에게도 ‘데뷔전’은 녹록지 않았다. 시즌 중에 FC서울의 지휘봉을 잡게 된 황 감독은 이틀간 팀 훈련을 소화하고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를 통해 서울 사령탑 데뷔 무대에 나섰다. 서울 구단은 경기를 앞두고 황 감독의 취임식 자리를 마련했다. 황 감독은 그라운드에 서서 팬들과 첫 인사를 나누면서 “팬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는 소감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황 감독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테크니컬 에어리어 끝에 서서 팔짱을 낀 채 경기를 지켜보다 틈틈이 메모를 하기도 했고 향후 팀 운영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하는 듯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황선홍 감독 체제로 첫 경기에 나선 서울은 성남에게 1-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어색할 수 밖에 없었던 시작

FC서울의 사령탑으로 데뷔전에 나서는 황선홍 감독도 리그 중간에 지휘봉을 잡은 것이 처음이라 적응을 가장 큰 숙제로 꼽았다. 황 감독은 성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사실 많이 어색하다. 집에서 출퇴근 길도 그렇고 오늘 경기장으로 올 때도 그랬다”면서 “모든 것이 생소하다. (새롭게 가세한)강철 코치와 나만 적응을 잘하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갑작스럽게 팀을 맡았지만 프로이기 때문에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황 감독도 “(새로운 도전에 대해)부담이 안된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감독이라는 직업 자체가 어느 순간이든 부담이 없을순 없다. 이런 상황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적장인 성남 김학범 감독도 황 감독의 고충을 이해했다. 김 감독은 “내가 만약 황 감독과 같은 상황이라도 팀에 변화를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페이스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예상대로 데뷔전에서 이전 최용수 감독이 활용했던 3-5-2 전술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선수 구성에서도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2008년 부산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사령탑 활동을 시작한 황 감독은 “선발 명단에 용병 4명을 모두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이전에 이끌었던 팀들과 서울은 달랐다. 그는 “일단 우리 선수들이 잘하는 것부터 해야한다. 서울은 워낙 좋은 축구를 해온 팀이다.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게 내 목표가 될 것”이라며 “변화를 점진적으로 줘야하는데 시간이 없다. 상대가 스리백으로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결국은 해법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새로운 사령탑을 맞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서울 팬들은 황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크겠지만 지난 5년간 팀을 이끌어 온 최용수 감독의 빈자리가 더 그리울 수 있다. 매치데이 매거진과 7월 경기 일정을 알리는 플래카드와 포스터마다 황 감독의 사진이 실렸지만 아직까지는 보는 이들에게도 어색함이 남아있다.

선제골 아드리아노, 황선홍 감독님 저 이쁘죠? [SS포토]
경기초반 아드리아노가 헤딩 선제골을 성공시키고 황선홍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후빠른 동점골 터트린 티아고, 골키퍼도 따돌린[SS포토]
경기 초반 성남 티아고가 동점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부메랑이 돼 돌아온 제자, 용병에 희비가 엇갈렸다

황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티아고가 엉뚱한 슛을 안 쐈으면 좋겠다”면서 옛 제자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올시즌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성남 공격수 티아고는 올시즌 K리그 최고 용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황 감독이 이끈 포항에 입단해 K리그에 데뷔했고 올시즌을 앞두고 성남으로 이적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지난 시즌 포항에서 주로 조커로 활동한 티아고는 25경기에 출전해 4골 3도움을 기록했지만 올시즌에는 16경기에서 12골 5도움을 기록중이다. 누구보다 티아고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 황 감독은 “티아고는 워낙 왼발 슛이 좋은 선수다. 미숙한 부분도 있지만 번뜩이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옛 스승의 경계는 현실이 됐다. 티아고는 이 날 역전승의 선봉에 서며 서울을 괴롭혔다. 서울은 전반 13분 아드리아노가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다. 아드리아노는 득점 직후 새 사령탑인 황 감독에 달려가 안기면서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6분 뒤 티아고는 동점골이 터뜨렸고, 전반 33분에는 황의조의 역전골까지 어시스트했다.

임채민에 파울한 아드리아노, 레드카드받고 항의해봤지만[SS포토]
후반 막판 아드리아노가 볼과 상관없이 성남 임채민을 가격 레드카드를 받자, 자신의 파울을 지적한 선심에게 달려가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황 감독은 후반 초반에 자책골로 리드폭이 2점차로 벌어지자 변화의 칼을 뽑아들었다. 후반 11분 중앙수비수 김원식을 빼고 미드필더 윤일록을 교체 투입시키면서 포백으로 전술을 바꿨다. 하지만 추격의 고삐를 당기려는 찰나에 예상밖의 악재가 터졌다. 후반 29분 아드리아노가 공격진영에서 볼과 관계 없이 수비수 임채민을 가격해 퇴장 명령을 받으면서 서울은 수적 열세까지 안게 됐다. 데뷔전에서 예상밖의 어려움에 처했지만 황 감독은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서울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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