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김기태 감독, 임시선발 최영필에 감사 인사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6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KIA 선발투수 최영필이 경기 후 김기태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2016. 6. 28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광주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KIA 김기태 감독은 29일 LG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최근 5연승을 달린 공을 모두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어제는 선발이 펑크나서 노장인 최영필에게 선발등판의 부담을 지게 했다. 사실 최영필도 선발 2승을 쳐줘야 한다. 지난 달 15일에 이어 두 번째인데 두 경기 모두 이겼지만 두 번째 투수인 박준표와 심동섭이 승리투수가 됐다. 나이도 있는데 40~50개씩 공을 던져주는 것에 대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시즌에 앞서 8선발까지 준비를 했는데도 선발투수가 빠져나가고 투수들을 당겨쓰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그래도 타자들이 필요할 때 점수를 내줘서 다행이다. 타자들의 경기력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경기에 나가지 않는 타자들도 서로 내보내달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타자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페넌트레이스의 반환점을 앞두고 5위까지 올라서는 과정에서 가장 고마운 선수 하나를 꼽아달라고 하자 대뜸 주장 이범호의 이름을 거론했다. “감독이 화났을 때 잘 커버해주고 선수들을 잘 이끈다”는 이유를 댔지만 사실은 이범호를 통해 모든 선수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어린 선수들대로, 베테랑은 베테랑대로 한 팀이 되기 위해 작은 것부터 해주고 있다는 것이 너무 보기 좋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 뿐만 아니라 항상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그의 배려심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전날 LG전 3회말 1사 1, 2루서 김주찬의 좌월 2루타가 터졌을 때 1루주자 노수광은 3루 주루코치의 정지 사인을 무시하고 홈으로 내달렸다.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심판합의 판정을 통해 세이프로 번복되면서 KIA는 3점째를 뽑았고 그 점수가 게임의 분수령이 됐다. 김 감독에게 그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물었더니 그는 “감독으로서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가 참 애매하다. 한 쪽이 잘했다고 하면 다른 쪽은 잘못한 것이 된다. 팀 내부적으로 전술 미팅을 할 때는 정확하게 지적을 할 수 있지만 외부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어찌보면 사소한 부분이지만 실수한 쪽이 위축되지 않도록 끌어안은 것이다.

이런 김 감독의 언행은 그저 인사치레가 아니다. 김 감독이 느끼는 선수에 대한 고마움과 배려는 ‘역지사지‘에서 나온다. 그는 ‘역지사지’를 누구보다 몸소 실천하는 인물이다. 김 감독은 “감독이 되고나니 자꾸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봤으니 그 때 그 나이로 되돌아가보면 선수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참 다루기 힘든 선수였던 것 같다. 그 시절의 감독, 코치님들께 너무 죄송하다. 그래서 나는 선수들에게 ‘이런 것은 하지 말라’는 식의 얘기를 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자신보다 먼저 선수, 코치들의 입장을 생각하니 그들을 배려할 수밖에 없고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다. 그런 김 감독의 ‘역지사지’는 KIA를 ‘팀’으로 만들었고 그것이 연승의 숨은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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