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애틋하게 수지

[스포츠서울 이지석·홍승한기자]연기돌 전성시대다. 더이상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나쁜 의미로 여겨지지 않는다. 전직 아이돌인 황정음, 서현진, 성유리 등은 이제 연기자로서 맹활약 중인 가운데 현직 걸그룹 출신 연기자들도 화려한 무대에서 잠시 내려와 이제 당당히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에 대표 연기돌들의 2016년 상반기 성적표를 짚어봤다.

◇대표 연기돌 수지, 우량주로서 입지 굳히기

‘미쓰에이 수지’는 2010년 가요계 데뷔 후 2011년 KBS2 ‘드림하이’로 연기를 시작했다. 당시 ‘드림하이’는 20%의 높은 시청률과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초창기 수지는 ‘발연기 논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단숨에 반전에 성공했다. 수지는 승민(이제훈 분)의 첫사랑 서연 역을 맡으며 ‘국민 첫사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건축학개론’으로 가능성을 엿보인 수지는 2012년 KBS2 ‘빅’, 2013년 MBC‘구가의 서’에서 연달아 여주인공을 맡으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지난해에는 영화 ‘도리화가’에서 여류 소리꾼을 맡아 팔색조같은 매력을 뽐내며 연기자로서 스펙트럼을 넓혔다. 작품 흥행의 편차는 존재하지만 이제 수지는 아이돌이라는 꼬리표를 떨쳐내고 연기자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수지는 7월6일 첫방송되는 KBS2 ‘함부로 애틋하게’로 3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극 중 다큐멘터리 PD 노을 역을 맡아 안하무인 톱스타와 까칠하고 달달한 사랑이야기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김우빈이 남자주인공으로 참여하며 방송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100% 사전제작으로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다.

삼화네트웍스 신상윤 대표는 “과거와 비교하면 확실히 성숙해진 것 같다. 외모 뿐만 아니라 일할 때 여유가 생겼다. 이번 작품으로 수지는 연기자로 완전히 입지를 굳힐 것 같다”고 전했다. 이경희 작가 역시 캐스팅 1안으로 수지를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SS포토] \'딴따라\' 혜리, 녹아내릴거 같은 손인사
걸스데이 혜리.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연기돌 유망주=걸스데이 혜리-민아, 성장은 진행 중

먼저 혜리는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로 연기돌로 거듭났다. 앞서 SBS ‘맛있는 인생’ ‘하이드 지킬, 나’, JTBC ‘선암여고 탐정단’ 등으로 연기에 도전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혜리가 ‘응팔’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을 때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혜리는 온전하게 성덕선으로 녹아들며 자신을 향한 우려를 칭찬으로 180도 돌려 놓았다.

‘응팔’을 바탕으로 최근 종영한 SBS‘딴따라’에서는 지상파 여주인공 자리를 단숨에 차지했다. 혜리는 동생을 위해 고군분투를 마다하지 않는 열혈청춘 정그린으로 변신해 ‘킬미, 힐미’에서 다중인격을 연기하며 지난해 MBC연기대상을 품에 안았던 지성과 호흡을 맞췄다. 정그린의 캐릭터가 성덕선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혜리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지성과 강민혁 사이 러브라인에서 평면적인 여주인공에 그치지 않고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SS포토]귀여움이 넘쳐나는  \'미녀 공심이\' 민아
걸스데이 민아.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이라인을 지운 민아의 연기 성장은 눈부시다. 앞서 드라마 MBC‘달콤살벌 패밀리’,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등에 출연한 민아는 SBS 주말극 ‘미녀 공심이’의 여주인공으로 열연 중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부모님의 취약한 유전자만을 물려 받아 얼굴과 머리는 그저 그렇지만 마음만은 너무도 사랑스럽고 씩씩한 공심이 역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똑단발’ 가발까지 쓰며 걸그룹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진 민아는 진정성있는 모습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특히 공심이의 성격이 민아의 평소 이미지와도 잘 맞아 완벽한 캐스팅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남궁민과 코믹하면서도 알콩달콩한 케미에 이어 이제 온주완과의 삼각관계 연기까지 민아는 ‘미녀 공심이’를 통해 배우로서 한단계 성장 중이다.

[SS포토] 역사 논란 사과하며 눈물 흘리는 AOA 설현
AOA 설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설현, 다양한 ‘악재’에 휘청

AOA 설현에게 지난 5월은 잊고 싶은 ‘악몽’일지 모른다. 악재는 혼자 오지 않았다. 설현 이름 앞에 달리던 ‘대세’라는 수식어 뒤에 느낌표가 아니라 강력한 물음표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순히 ‘불운’으로 돌릴 만한 상황도 아니다. 이미지메이킹 부분에서 FNC엔터테인먼트의 전략 착오 등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도 있다.

설현은 최근 1~2년 사이 자타공인 가장 ‘핫’한 CF스타였다. 볼륨감 넘치는 몸매, 매력적인 마스크, ‘반전 매력 포인트’인 털털하고 친근한 이미지 등을 고루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5월 들어 그에게 ‘치명타’가 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지난달 초 온스타일 ‘채널 AOA’ 프로그램에서 설현은 지민과 함께 인물 사진을 보고 답을 찾아야 하는 퀴즈를 풀었는데 안중근 의사를 알지 못했다. 지민이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표현), ‘이또 호로모미’ 등의 오답으로 헤맬 때 설현 역시 “도요토미 히데요시”라고 외쳤다. 그가 ‘2016~2018 한국 방문의 해’ 홍보대사라는 점에서 설현의 역사 인식은 대중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설현은 결국 자신의 사진이 한국방문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모두 삭제되는 굴욕을 감내해야 했다.

소속팀 AOA의 인기도 지난해 여름 ‘심쿵해’로 정점을 찍은 뒤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신곡 ‘굿럭’을 발표했지만 뮤직비디오 PPL 논란이 일었다.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가 등장했는데, ‘긴또깡’-‘도요토미 히데요시’ 논란이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브랜드가 등장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논란을 일으켰다. AOA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해당 브랜드의 로고를 모두 모자이크 처리했다.

또 음악프로그램 순위 논란에도 휘말렸다. KBS2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 제작진의 실수로 인해 AOA는 1위가 됐다가 며칠 뒤 순식간에 2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하필이면 1위 공약이었던 맨발 퍼포먼스까지 펼친 상황이었다. AOA는 여러 논란 끝에 결국 2주일 만에 공식 활동을 마무리지었다. 후배 걸그룹인 트와이스, 아이오아이와 같은 시기 활동해 흥행성, 화제성에서 철저히 밀렸다는 게 중평이다.

한 가요계 전문가는 “설현이 최근 여러 ‘불운’을 겪은 건 맞지만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치부할 상황은 아니다. 마케팅-홍보적 측면에서 처음 설현의 포지셔닝은 ‘친근하고 털털한 이미지인데 몸매가 좋다’는 요소가 강했다. 소속사의 욕심 탓인지 어느 순간부터 ‘한국 대표 미녀’처럼 이미지메이킹 되기 시작했다. 대중이 ‘한국 방문의 해 홍보대사’ 등에 바라는 건 단순히 예쁘기만 한 스타가 아니다. 주관이 뚜렷하고 노력하는 이미지, 지적인 이미지 등도 요구된다. 그러나 설현은 자신의 역량이나 생각이 미처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 많은 걸 이루려고 욕심을 부리다 탈이 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설현에 대해 ‘광고 입간판 만으로 떴다’고 지적하는 팬들도 있다. 꾸준히 연기를 하지만 배우로서 확실한 대표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적도 아직 없다. 자신이 속한 팀 AOA도 기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설현이 현재 자신의 확실한 강점인 외모와 몸매 만으로 재반등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까. 확실한 건 연예계에 그런 이미지는 대체재, 보완재가 빠르게 공급된다는 점이다.

monami153·hongsfilm@sportsseoul.com

KBS2 수목극 ‘함부로 애틋하게’의 수지. 제공|삼화네트웍스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