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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출범 20개월 부문별 상위랭커. 그래픽 | 김정택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한국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 지휘 아래 4강 신화를 달성한 뒤 월드컵 본선에서 롤러코스터 행보를 이어왔다. 2006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 첫 16강~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그 사이 8명의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자신의 임기를 채운 건 딕 아드보카트(독일월드컵 본선) 허정무(남아공월드컵 예선과 본선) 최강희(브라질월드컵 예선) 감독 뿐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소방수나 다름없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월드컵 본선을 8개월여, 허정무 감독은 남아공월드컵을 2년 6개월여 앞두고 투입됐다. 최강희 감독은 스스로 ‘시한부 감독’으로 표현하며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까지만 팀을 이끌었다. 한국 축구가 지난 세월 들쭉날쭉한 행보를 보인 건 2002 월드컵 세대의 퇴장과 더불어 한국 축구만의 명확한 색깔을 확고히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는 곧 월드컵 주기인 4년의 세월동안 여러 감독이 바뀌면서 혼선을 겪은 상황과 맞물린다. 대표팀을 이끄는 수장에게 최소 월드컵 주기인 4년간 팀을 이끌 수 있게 보장하고 자기 철학을 입히도록 하는 게 세계 축구 흐름이기도 하다. 평가는 오로지 본선에서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 벌어지는 일련의 성적이 발목을 잡는 게 현실이다.

출범 20개월째를 맞는 ‘슈틸리케호’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이 끝나고 4개월이 지난 10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홍명보 감독이 물러난 뒤 잠시 대행 체제로 운영한 대표팀에 새 수장으로 전격 발탁, 20개월간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오는 9월 시작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만 잘 해내면 2년 뒤 본선까지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서울은 창간 31주년을 맞아 국민적 관심을 받는 슈틸리케호가 걸어온 20개월을 기록으로 들여다봤다.

◇‘슈틸 어워즈’…득점왕 손흥민, 도움왕 기성용, 최다출장 장현수

슈틸리케호 20개월 A매치 전적은 29전 22승3무4패다. 56골을 넣고 15골을 내줬다. 단 월드컵 지역 예선 쿠웨이트전 3-0 승리는 상대의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로 몰수승이다. 이하 내용은 몰수승 경기를 제외한 28경기를 토대로 했다. 즉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28경기를 치렀다. 22승을 챙겼다. 득실은 53골 15실점인데 2골은 상대 자책골이다. 순수 태극전사들의 발끝에서 나온 득점은 51골이다. 무득점 경기는 두 차례(이란 북한)에 불과했다. 26경기에서 골이 나왔고 무실점 승리는 22회였다.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손흥민으로 9골을 터뜨렸다. 대표팀 전체 골의 17%를 책임졌다. 유일하게 해트트릭(라오스전 8-0 승)을 기록했다. 이정협(5골) 석현준 이재성(이상 4골)이 뒤를 잇는다. 도움에서는 ‘캡틴’ 기성용이 6회로 손흥민(5회) 이재성(4회)을 제치고 1위다. 다만 왼쪽 수비수 홍철이 이례적으로 도움 해트트릭(라오스전 8-0 승) 기록을 보유했다.

모범생은 멀티 수비수인 장현수였다. 28경기 중 무려 23경기를 뛰며 슈틸리케 감독의 신임을 받았다. 주포지션인 중앙 수비과 수비형 미드필더 뿐 아니라 최근엔 좌우 풀백까지 도맡았다. 기성용(21경기) 한국영(20경기) 손흥민(19경기)이 뒤를 이었다. 반면 최장시간 출전에선 기성용이 1794분으로 1위다. 21경기 중 18경기를 80분 이상 뛰었다. 장현수(1691분) 곽태휘(1516분) 김영권(1471분) 손흥민(1404분) 등 해외파 태극전사가 5위권에 포진했다. 국내파에선 이재성이 16경기, 921분으로 최다출전및 최장시간 출전 기록을 모두 기록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대표팀이 치른 16경기에서 15경기나 뛰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믿는 국내파임을 증명한다. 이정협은 15경기(818분)를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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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왼쪽 세 번째)이 지난해 9월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라오스와 홈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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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득점 70% 문전에서 해결…오른발로 27골 최다

51골의 전후반 분포는 대체로 고른 편이다. 전반 28골, 후반 23골이다. 90분간 집중력이 비교적 좋다. 골 패턴을 보면 페널티박스 내, 즉 문전에서 해결한 게 36골이나 된다. 이중 측면 크로스로 21골, 중앙에서 침투패스나 연계플레이로 15골을 만들었다. 페널티박스 외곽에선 5골, 세트피스 6골,페널티킥 4골이다. 특히 오른발로만 27골을 넣었고, 왼발과 헤딩은 각각 12골로 같다.

◇불편한 진실 두 가지…상위랭커와 전적·세트피스 득점

21차례 맞대결 승리가 대부분 아시아 팀에 몰려있는 건 위험요소다. 실제 슈틸리케호는 FIFA 랭킹에서 우위에 있는 팀과 겨룬 건 여섯 차례다. 그런데 대표팀이 떠안은 4패 중 3패가 상위랭커와 맞대결에서 나왔다. 2014년 10월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파라과이전 2-0 승리 이후 코스타리카(1-3 패) 이란(0-1 패) 일본(1-1 무) 스페인(1-6 패) 등 당시 랭킹이 더 높은 상대와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지난 5일 한국(50위)보다 20계단 높은 체코와 원정 경기에서 2-1 신승하며 20개월 만에 상위랭커를 상대로 이겼다. 즉 대부분 승리가 한국보다 한 수 아래 전력을 지닌 아시아권 팀을 상대로 거뒀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전 한국 축구 FIFA랭킹은 63위였다. 그간 수많은 승수를 쌓았음에도 50위권 내 진입에 애를 먹는 이유다. 한국의 최종 목적지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넘어 2년 뒤 본선에서 다시 한 번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다. 스페인전 참패로 민낯을 드러냈듯 상위랭커와 다양한 평가전을 치러야 경기력이 상승하는 건 불변의 진리다.

또 문전에 몰린 득점 패턴도 불편한 진실이다. 여전히 국제대회에선 한수 위의 팀과 상대해야 하는 한국 축구는 호성적을 거둘 때마다 강한 수비와 더불어 세트피스 득점에서 효력을 봤다. 그러나 슈틸리케호는 비교적 약한 상대를 만났지만 이 부분에서 득점력이 저조했다. 세트피스 때 직접 슛으로 연결해 만든 득점은 2골에 불과하다. 코앞으로 다가온 최종예선만 하더라도 이란(39위)을 제외하면 우즈벡(66위) 중국(81위) 카타르(84위) 시리아(101위) 등 우리와 A조에 묶인 국가 대부분 수세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2차예선보다 더 강한 수비력을 지닌 팀이어서 문전에서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세트피스 득점력을 가다듬어야 한다. 또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적극적인 중거리슛도 필수다. 슈틸리케호는 이 부분에서도 5골에 그쳤다. 러시아 본선을 향한 여정에서 반드시 채워야 할 부분이다. 지난 스페인 체코와 유럽 2연전에서 나온 주세종의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슛, 윤빛가람의 그림같은 프리킥 골은 우리가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청사진과 같다. 또 출전 시간에서 보듯 해외파 비중을 줄이고 국내파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것도 과제로 보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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