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손흥민이 지난해 9월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 한국-라오스 맞대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4년 만에 스페인과 평가전이 다시 열린다. 가장 많은 시선을 받는 선수는 단연 손흥민(24·토트넘)이다.

손흥민이 흔들리는 ‘슈틸리케호’의 공격을 책임지고 출격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일 오후 11시30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위치한 레드불 아레나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스페인과 사상 6번째 A매치를 벌인다. 전력 면에선 한국이 한 수 아래인 게 사실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이 유럽축구선수권을 준비하는데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며 역대 전적 2무3패 끝 첫 승도 다짐하고 있다. 그 중심에 전천후 공격수 손흥민이 있다. 구자철과 이청용 권창훈 등 그 동안 대표팀 2선 공격을 책임지던 동료들이 부상과 소속팀 경기 감각 저하, 올림픽대표팀 차출 등으로 빠진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믿을 첫 번째 창은 역시 손흥민일 수밖에 없다.

◇올시즌 아쉬움, 4년 전 허탈함…스페인전에서 풀겠다

그 누구보다 손흥민 스스로에게 이번 스페인전이 간절하다. 우선 손흥민은 최근 끝난 2015~2016시즌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이번 스페인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3000만 유로(약 400억원)란 역대 아시아 선수 이적료 신기록을 세우고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부상과 극심한 경쟁 등으로 만족스런 시즌을 보내진 않았다. 42경기에서 8골을 터트렸지만 토트넘이 주전급을 동원하며 초점을 둔 프리미어리그에선 28경기 4골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선발 출전 회수가 13번에 그친 것이 손흥민의 지난 1년을 잘 설명한다. 시즌 직후엔 영국 언론으로부터 이적리스트에 올랐다는 얘기까지 듣는 등 수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번 시즌 부진 원인이 ‘실력 부족’이 아닌 ‘기회 부족’이었다는 것을 몸으로 말할 찬스가 다가온 셈이다. 호쾌한 돌파와 번뜩이는 슛으로 스페인을 놀라게 할 무대가 손흥민 앞에 바로 마련됐다.

4년 전 다 펴지 못했던 날개도 이번에 활짝 펼치고 싶어한다. 손흥민은 정확히 4년 전인 2012년 5월 31일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스페인과 가장 최근 A매치에서 생애 처음으로 유럽 챔피언을 만났다. 당시 K리그 선수들이 정규리그 및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일정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자 유럽파 위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고 막 떠오르는 신예 손흥민도 스타팅 멤버로 출격했다. 지동원 밑에 있는 2선 공격수로 나섰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결국 후반 11분 박현범과 교체돼 벤치로 들어왔다. 이제는 달라졌다. 손흥민은 핵심 공격수로 스페인과 맞대결을 자유롭게 누빌 전망이다. ‘미완의 유망주’에서 ‘정상급 킬러’로 성장했음을 스페인의 세계적인 선수들 앞에서 증명할 시간이 왔다.

스페인전 예상포진도

◇‘너는 꼭 필요해’…슈틸리케도 손흥민을 고대한다

슈틸리케 감독도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가 이끄는 대표팀은 2015년 A매치에서 승승장구했으나 상대팀 대부분이 아시아 약체 혹은 주전 상당수를 제외한 1.5군이었다. 그래서 ‘강팀과 한 번 겨뤄야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비판도 언론과 축구계로부터 적지 않게 들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도 “강팀과 붙고 싶다”고 자청했고 스페인전이 이뤄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스페인전을 앞두고 공들인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당초 손흥민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할 것으로 예측됐다. 오는 8월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을 앞두고 24세 이상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터라 신 감독은 그를 2~6일 국내에서 열리는 4개국 올림픽대표팀 친선대회에 활용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 역시 9월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2차전을 앞둔 상황이라 손흥민을 강력히 원했고 신 감독과 조율 끝에 그를 결국 국가대표팀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월 레바논전및 태국전에서 손흥민을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스페인전에선 지난해 11월 A매치 이후 7개월 사이 변화된 손흥민 컨디션및 새 공격 자원들과의 활용도를 점검한 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공격 구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겠다? 이기겠다!…손흥민의 당찬 각오

한국에서 지난달 23일부터 몸을 끌어올린 손흥민은 현지에서 스페인전에 대한 의욕과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오스트리아까지 놀러온 게 아니다는 의미였다. 31일 잘츠부르크 인근 스포르티스 무스센터에서 열린 첫 훈련을 소화한 그는 인터뷰를 통해 “스페인을 이기는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한 뒤 “나는 선수로서 지는 것이 싫다. 이기고 싶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연습할 만큼 스페인전은 중요하다. 경기장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에 이기겠다는 목표를 스스럼없이 공개한 것은 웅크리지 않고 후회 없이 100%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스페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멘털적으로도 준비해서 경기장에서 승부를 보고 싶다”는 손흥민은 “그들은 수비수들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좋은 경기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스페인전에서 신중함보다는 당찬 자신감을 코드로 내세운 그의 플레이가 첫 유럽 원정에 나선 슈틸리케호의 성적표를 좌우할 전망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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