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터져라!\' 김현수...\'서둘지 말자\'
[포트마이어스(미 플로리다주)=강명호기자] 7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제트블루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보스톤 레드삭스와 볼티모어 경기에서, 볼티모어 김현수가 타석대기를 하고 있다. 2016.03.07.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와신상담’하던 볼티모어의 김현수(28)에게 드디어 기회가 돌아왔다. 참고 기다린 결과가 화려한 꽃으로 만개하려는 순간이다. 이제 남은 것은 모처럼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켜잡아 주전 외야수로 자리를 굳히는 것이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게 됐다. 26일(한국시간) 벌어진 휴스턴과의 원정경기에서 2루타 2개를 포함해 3타수 3안타에 볼넷 1개로 네 차례나 출루하는 맹활약을 펼친 덕분이다.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벅 쇼월터 감독도 김현수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었고 27일 휴스턴전에도 그를 선발로 내보내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김현수가 보여준 타격은 애초에 그를 데려올 때 볼티모어가 기대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김현수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에서 벌어진 이날 경기에서 9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5경기에 연달아 벤치만 덥힌 끝에 모처럼 돌아온 기회였다. 드문드문 주어진 출장기회 때문에 정상적인 타격감각을 유지하기는 힘들었지만 ‘명예회복’이 시급했던 김현수는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현수는 2회초 2사 1루서 휴스턴 선발 콜린 맥휴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5회초에는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맥휴는 김현수가 아직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듯 집요하게 직구 승부를 걸었다. 1, 2구를 지켜본 김현수는 3구째 142㎞짜리 직구가 몸쪽으로 파고들자 벼락같이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오른쪽 외야 깊숙한 곳으로 총알같이 빠져나갔다. 지난 1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첫 2루타를 신고한 이후 7경기 만에 자신의 두 번째 2루타를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불붙은 김현수의 방망이는 쉬지 않았다. 6회 2사 1루서 바뀐 투수 펫 네섹의 슬라이더를 당겨쳐 우중간 2루타를 만들어냈다. 휴스턴이 내야수들을 1루 쪽으로 이동시키는 시프트를 시도했지만 의도된 시프트마저 뚫어버렸을 정도로 강하고 빠른 타구였다. 8회초 2사 후에는 2스트라이크로 몰린 가운데서도 윌 해리스의 3구째 커브를 밀어쳐 우전안타를 만들어낸 뒤 대주자 조이 리카드와 교체됐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에 2개의 장타를 기록했고 두 번째로 한 경기에 3안타를 때리며 무력시위를 펼친 것이다. 첫 타석 볼넷까지 더해 4타석 모두 출루한 것도 처음이었다. 3타수 3안타를 기록한 김현수의 타율은 0.438로 치솟았고 출루율도 0.514가 됐다.

김현수가 경기를 거듭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보이고 있는 반면 김현수를 제치고 좌익수 자리를 따낸 조이 리카드는 급격히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타율도 0.259로 떨어졌고 출루율도 0.309에 불과하다. 최근 10경기에서는 타율 0.195로 부진에 빠졌다. 볼티모어 역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다 최근 보스턴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벅 쇼월터 감독이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볼티모어는 3-4로 패해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그런 가운데 김현수가 맹타를 휘둘렀고 쇼월터 감독은 경기를 마치자마자 “내일도 김현수가 선발로 출장한다”고 선언했다. 27일 휴스턴의 선발은 23살의 신예 랜스 맥컬러스다. 2012년 휴스턴의 지명을 받았고 지난 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6승 7패 방어율 3.43으로 가능성을 보인 우완투수다. 올 시즌엔 두 차례 선발 등판해 1패 방어율 5.91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50㎞ 안팎의 직구를 던지지만 주무기는 평균 138㎞의 너클커브다. 핀치에 몰리면 거의 너클커브만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있어 김현수가 너클커브에 대한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들어선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엮어낼 수 있다. 김현수가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가면서 볼티모어 타선에 불을 붙일 경우 볼티모어의 새로운 영웅으로 탄생할 수 있다. 시즌 초반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김현수가 아름다운 백조로 화려하게 변신할 수 있을까. 꿈같은 일이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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