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 \'오늘 박수는 고종욱에게...\'[SS포토]
넥센 염경엽 감독(가운데)은 낮경기뿐만 아니라 야간경기, 조명시설이 잘 갖춰진 고척 스카이돔에서 경기 때에도 고글을 벗지 않는다. 고척스카이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밤에도 스포츠형 고글 등으로 눈동자를 가리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야구 감독과 코치들이다.

선글라스로 통칭되는 스포츠형 고글은 주로 자외선 차단을 목적으로 착용한다. 일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2016 KBO리그 정규시즌 때에는 각 팀 선수들이 짙은 고글을 착용하고 경기를 치른다. 심지어 포수들도 마스크 안에 고글을 쓰고 타자들도 눈을 가린채 타석에 들어선다. 그런데 일부 감독 코치들은 야간경기에서도 고글을 벗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화 김성근 감독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감독들이 야간 경기에도 고글을 착용한다. 평소에도 안경을 착용하는 SK 김용희 감독이나 LG 양상문 감독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은 “중계화면에 워낙 타이트하게 잡히기 때문에 표정관리 차원에서 야간에도 고글을 쓴다”며 웃어 넘긴다. 감독들은 “못 생긴 얼굴에,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거나 불안해 하는 표정이 화면으로 나가는 게 좀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품위유지 차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구체적인 설명으로 야간에도 고글을 쓰는 이유를 밝혔다.

[SS포토]두산 전형도 코치, 에반스 향해 엄지 척!
두산 전형도 코치(왼쪽)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두산과 kt의 경기 4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중월 2점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에반스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전 코치 역시 야간경기에도 불구하고 고글을 쓰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3루 작전 코치 경험이 많은 류 감독은 3루타를 예로 들었다. 그는 “타구가 우중간을 꿰뚫어 펜스까지 굴러가면 그라운드 안에 있는 모든 시선이 공과 주자를 번갈아 가며 움직인다. 주자가 3루에서 슬라이딩 해 세이프 판정을 받으면 관중들은 모두 함성을 지르느라 여념이 없다.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 찰나의 순간에 3루 코치는 더그아웃에 있는 감독을 본다. 심판판정과 동시에 사인이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감독 역시 이 상황에 상대 벤치 표정이나 불펜 등을 확인한다. 눈이 쉴 틈이 없다”고 밝혔다. 쉴 새 없는 눈동자를 가려야 경기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1, 3루 코치들이 고글을 착용하는 이유도 같다. 주자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야수들의 위치나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 심지어 상대 벤치의 작전까지 파악하기 위해 쉼 없이 눈동자를 굴린다. 고개는 상대 투수를 보고 있지만 시선은 포수에게 꽂혀 있는 경우도 있다. 방어적인 의미도 있다. 선수들에게 사인을 낼 때 시선이나 표정 등이 상대벤치에 간파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김평호 코치는 팀이 수비를 할 때 더그아웃 안에서 선수들과 함께 앉아 상대 벤치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대 벤치에서는 김 코치의 눈동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야구는 빼앗고 뺏는 싸움이다. 타이밍이든 사인이든 상대의 것을 훔쳐야 산다. 이 때문에 공 하나에 경기 흐름이 요동치기 일쑤다. 초조한 표정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우리 것’을 간파당하지 않으려는 필사의 노력이 고글 뒤에 숨어 있는 셈이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