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축구수첩]전북 사태, 솜방망이보단 읍참마속-일벌백계다
    • 입력2016-05-25 06:00
    • 수정2016-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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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가 홈으로 쓰는 전주월드컵경기장.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경남FC는 지난해 12월18일 심판 매수 관련 사건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2016시즌 승점 10점 감점과 제재금 7000만원 징계를 받았다. 사실 당시 처벌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스포츠사 초유의 심판 매수라는 중대 범죄임에도 징계가 무겁다고 보기엔 어려웠기 때문이다. 경남은 2014년 말 강등 직전 구단주가 해체를 거론하는 등 존폐 논란에 시달렸다. 그래서 축구계에선 죄는 크지만 한국 축구와 K리그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경남 징계를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마디로 봐 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 ‘경남 사태’가 터진 지 6개월 만에 이번엔 K리그 4회 우승을 일궈낸 전북이 똑같은 사안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심판에게 뒷돈을 준 전북 구단 스카우트는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았다. 전북 구단은 ‘스카우트 개인이 구단에 보고하지 않고 벌인 일이다’고 했으나 프로축구 최정상권 구단 직원이 벌인 일을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긴 힘들다. 강등권 경남에 이어 우승권 전북도 심판 로비를 했으니 K리그 전체에 대한 국민들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승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스포츠는 스포츠로 부를 수 없다. K리그엔 5월23일 하루가 씻을 수 없는 치욕의 날이 됐다.

딜레마도 존재한다. 앞선 경남 사례로 인해 전북에 대한 징계도 솜방망이에 그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검찰 수사가 다 끝나고 재판 과정에서 유죄임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 전북 직원의 혐의가 벗겨질 확률은 작다. 그런데 전북 케이스는 경남과 다르게 고위층 개입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고,액수도 500만원에 불과하다. 결국 경남이 받은 감점 10점을 넘기 힘들다는 추산이 나온다. 반면 ‘경남 사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배신감을 느낀 축구팬들은 2006년 이탈리아 유벤투스 ‘칼치오폴리’ 사례처럼 전북에 강등 혹은 승점 대거 감점과 같은 중징계를 외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는 1983년 출범했으나 프로야구와 A매치 올림픽 등에 밀려 여전히 온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1998 프랑스 월드컵과 2002 한·일 월드컵 직후 반짝 인기가 스며들었으나 오래가질 않았다. 그러다보니 먼 미래를 위해 지금의 흠을 암묵적으로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10년 넘게 현장을 누빈 필자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모두가 공멸하는 시나리오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내부의 곪은 것들은 반드시 터지기 마련인데, 빨리 도려내지 않고 언제까지 수수방관해야 하는가도 의문이다. 업계에선 관행으로 치부될 수 있는 심판 로비와 솜방망이 처벌을 비롯해 일부 시민구단의 재정 파탄, 시대에 맞지 않는 군·경팀 운영 등이 그렇다. 많은 이들이 문제 의식을 느끼면서도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끌고 온 것들이다.

하지만 이번 전북 구단의 심판 금품수수는 지금까지 여겨졌던 관행이나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치명타로 다가올 수 있음을 전달하고 있다. 온정주의보다는 읍참마속 심정으로 일벌백계해야 K리그가 신뢰를 회복하고 더 큰 디딤돌을 만들 수 있다. 가장 큰 위기는 위기임을 모르는 것이다. K리그는 지금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넘어갈 때가 아니다. 경남 사례를 참고하지 말고 백지에서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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