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말 홈런친 고종욱, 염경엽 감독도 축하[SS포토]
SK 선발투수 켈리를 상대로 시즌 1호홈런을 터트린 고종욱이 덕아웃으로 들어오며 염경엽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16.05.01. 고척스카이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넥센 염경엽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경기에 나가고 싶어 환장한 선수들”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대표적인 선수로 우선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김민성을 꼽았다. 이들은 모두 국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다. 팀의 클린업 트리오였던 박병호,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4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성공을 향한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는 선수는 기회의 장에 나서길 주저하지 않고 갈망한다. 그동안 남보다 더 집중력 있게 훈련했다는 자신감은 그들의 숨겨놓은 비밀무기다. 이는 염 감독이 열거한 선수들의 공통점이다.

그런데 염 감독은 그런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들이 감독 마음을 미안하게 만든다고 했다. 왜 그럴까. 염 감독은 “그런 선수들을 보면 ‘쉬게 해줘야 하는데’라는 마음이 늘 머릿속에 있다. 쉬라고 해도 쉬지 않는 선수들이라는 건 안다. 그런 욕심이 있어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다. 그들이 출전하면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도 너무 오버하지 않게 적절한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시즌을 통털어 보면 그들은 부상이 없는 한 거의 빠지지 않는다.

선수를 배치하는 감독 입장에서 그들을 제외하고 경기를 치르는 건 쉽지 않다. 팀의 주축 선수에게 적절한 휴식을 처방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야 최상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휴식과 경기력의 상호작용이다. 하지만 그런 중심 선수들을 벤치에 앉혀 놓기는 힘들다. 그들은 팀 승패를 좌우하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 게다가 그런 선수들은 스스로 잘 빠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프로선수라면 전경기 출장 해야 한다는 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혹자는 야구라는 경기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가끔 나와 방망이를 휘두르고 수비 할 때도 멀뚱히 서 있는거 같은데 체력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문한다.

그 말이 맞아 보이다. 야구는 축구나 농구처럼 선수들이 쉴새 없이 뛰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는 타 종목에 비해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다. 그래서 야구는 하루에 더블헤더도 한다. 하지만 야구는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야구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움직이는 종목이다. 타석에서는 치열한 수싸움을 하다가 순식간에 날아오는 공을 향해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그런 순간의 집중력은 사람을 매우 피곤하게 만든다. 야구 선수는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늘 집중하고 있다. 하마 못해 쉬고 있는 벤치에서도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며 자신의 차례를 준비한다. 그리고 체력 저하는 경기력으로 금세 드러난다. 평소보다 조금만 지쳐도 타자의 방망이 스피드가 떨어지고 투수의 구위가 약해진다. 그 작은 차이가 타석에서 헛스윙을 하게 하고 마운드에서 안타를 두드려맞게 한다.

무엇보다 야구는 데일리 스포츠다. 매일 경기를 한다. 그리고 경기 시간과 경기를 위한 준비 시간이 가장 길다. 최소 경기시작 4~5시간 전에 나와 워밍업을 한다. 야간경기가 잡혀있으면 점심때 나와 자정 가까이 퇴근하는 삶을 반복한다. 단기간은 어렵지 않지만, 6개월 이상 이어지는 장기레이스에서 매일매일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을 꾸준히 유지하는건 어렵다. 슬럼프를 피해가기 힘들다.

그래서 염 감독은 경기를 잘 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휴식을 준다. 휴식을 주는 건 그냥 퍼져서 쉬는게 아닌 다음 경기를 위해 재충전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선수들이 그 점을 악용하지 않을까. 피곤하지 않은데 쉬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지 있을테니 말이다. 몸이 좋지 않아도 나가려고 하는 선수가 있겠지만 아프지 않은데 쉬려고 하는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염 감독은 자율 야구를 위해서는 책임과 원칙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코칭스태프는 선수에 대한 관리가 아닌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관리와 관심은 다르다.

관심(關心)은 마음이 이끌리는 것이고 관리(管理)는 사무적으로 사람이나 시설을 통제하고 감독하는 것이다. 마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감독의 관심 리더십과 악착같이 경기에 출전하려는 선수들의 프로의식이 넥센 히어로즈를 여전히 강팀으로 만들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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