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배구대표팀
2016 리우 올림픽 세계예선에서 본선행 티켓을 획득한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23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포공항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 너희들이 깨다오.”

지난 1916년 한국 땅에서 배구가 시작된지 어느새 100년이 흘렀다. 그 사이 한국배구가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목에 건 것은 지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이 유일무이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60년만에 첫 메달을 따낸 후로도 어느새 40년이나 흘렀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2016 리우 올림픽 세계예선에서 일찌감치 티켓을 거머쥐고 23일 귀국했다. 어느 때보다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염원도 크다. 한국 여자 배구의역사를 써내려온 선배들 모두 “이번이 메달 획득의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구기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냈던 1976년, 여자 배구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의 바람은 누구보다도 컸다. 여자배구의 ‘레전드’로 남아있는 조 전 감독이지만 이제는 후배들이 그 무게를 가져가주길 바랐다. 그는 “스포츠에서 기록은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 후배들이 그 기록을 깨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면서 “리우올림픽에 나서는 후배들이 ‘우리가, 우리 대에 반드시 깨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훈련에서부터 그런 의식을 갖고 대회를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험에 기반한 조혜정 전 감독의 당부는 세세하게 이어졌다. “당시에는 ‘지금 실패하면 다음 기회는 4년 후’라는 압박감이 커서 우리 팀이 가진 기량을 더 많이 발휘하지 못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강력한 동기부여책으로 활용하고 긴장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상대에 대한 정보가 많고 전력분석이 잘 돼있는 장점이 있다. 오히려 예선전보다 더 쉽다는 자신감을 가져라”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이어 “김연경이 자신의 포인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팀 플레이를 알고 팀 전체를 리드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 리더십이 빛을 발휘하면 이번에는 분명히 메달을 따낼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너희들이 동메달을 따야 본전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용서해줄게. 정신차리고 우리 시절의 기록은 너희들이 꼭 깨주길 바란다”는 따뜻한 응원도 보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 출전했던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응원을 보탰다. 박 감독은 “올림픽에 나가는 것과 못 나가는 것은 차이가 크다. 마찬가지로 메달을 따는 것과 못 따는 것의 차이도 크다. 이번 대표팀은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며 “4년 전 런던 올림픽 어린 선수들이 지금은 주축선수가 됐다. 참가해 경험을 쌓는데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라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가져라. 올림픽이 주는 무게감은 다른 대회와 다르지만 그 무게를 단단한 동기부여 요인으로 삼아라”고 당부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세터로 활약하며 한국 배구에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던 이도희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그 당시 선수들끼리 ‘우리가 어떻게 훈련을 했는데 지느냐. 이렇게 질 수 없다’는 집념이 강했다. 준비가 잘되면 경기력으로 나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것을 명예이자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준비과정부터 즐기면 좋겠다.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그만큼 올림픽을 더 축제답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polaris@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