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광양중앙초 박태원 감독, 연예인급 외모
광양중앙초 박태원 감독이 6일 경남 합천 군민체육공원 천연잔디구장에서 열린 ‘제24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초등부 제주 도남초와 경기 중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합천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합천=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싱가포르의 별’에서 ‘풀뿌리 여자축구 지도자’로 변신했다.

제24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사흘째 경기가 열린 6일 경남 합천체육공원 천연잔디구장. 이날 제주도남초에 0-2로 패한 광양중앙초 선수들을 다독이며 다음을 기약한 이가 있었으니 박태원 감독이 바로 그였다. 그는 “우리 조가 너무 강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 잘해줬다”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박 감독은 한국에선 낯선 축구인이지만 동남아 싱가포르에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2001년 전남을 나와 주롱FC를 통해 싱가포르 생활을 시작한 그는 10년간 뛰며 리그 MVP도 한 차례 차지할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2009년과 2010년엔 암드포스 소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서 수원 삼성과 붙기도 했다. 그는 “예전엔 싱가포르 돌아다니면 많이 알아봤다. 지금도 날 알아보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소개했다.

그런 그가 여자초등학교 감독을 맡아 맨 밑에서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여자축구를 접하게 된 것이 그를 지금 위치로 이끌었다.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어머니 도우면서 사업을 하려고 했다”는 그는 “당시 2년 선배인 광양여고 손백기 감독님이 같이 식사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운동도 할 겸 코치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광양여고 코치를 8개월 정도 한 그는 이듬해 광양중앙초등학교 감독직이 비게 되자 자리를 옮겼고, 어느 덧 5년째 팀을 지도하고 있다. 전국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과 3차례 준우승을 하는 등 좋은 성적도 곧잘 냈고, 광양여고에서 뛰는 차세대 공격수 박믿음을 키우는 등 선수 발굴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자축구,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 감독을 하는 것은 힘든 일에 속한다. 축구하려는 여자 선수들도 적고, 특히 딸에게 축구시키기를 꺼리는 부모를 설득하는 것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박 감독도 그렇다. 그는 “믿음이는 완도까지 두 번 찾아가서 선수의 길로 이끈, 그래도 어렵지 않은 편에 속했다. 어머님이 ‘젊고 잘 생긴 선생님이 가르친다니까 믿고 보낸다’는 말씀을 한 것이 기억난다”며 “해남 같은 곳은 수도 없이 갔고, 부모님 설득을 위해 4~5번 집을 찾아간 경우도 있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박 감독은 그럼에도 “여자 축구는 고교생 선수들도 잘 가르치면 기량이 향상되는 게 눈으로 보인다. 초등학교는 당연하다”며 “또 딸을 내게 맡긴 부모들을 생각해서라도 광양중앙초를 쉽게 떠날 수 없었다. 그게 어느 덧 여자 초등학교 감독 5년차에 접어든 이유”라며 웃었다.

박 감독은 “기본기를 중심으로 터치와 패스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그것만 하고 중학교에 가도 선수들이 많은 발전을 이룰 것 같다”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좀 더 큰 팀을 해보고 싶기는 하다. 싱가포르에서 지도자를 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다”고 전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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