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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최상위 헤드폰 앰프 HDVD800과 헤드폰 HD800S의 조합은 그 자체로 오디오 시스템의 완성이라 칭할 만하다. 이상훈기자 part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결혼을 하면서 마련한 신혼집 공간이 협소해 그간 취미로 삼았던 오디오와 홈씨어터 시스템을 헐값에 처분해야 했다. “언젠간 다시 나만의 청음실을 꾸미겠다”는 당시의 다짐은 사실 첫째 아이를 낳고 몇 년 유예하게 만들었고, 올해 태어난 둘째로 인해 한동안 청음실의 꿈을 접게 만들었다.

결혼 후 5년간 아예 오디오를 즐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헤드폰으로 방향을 전환해 CD 플레이어와 헤드폰 앰프를 연결한 구성으로 음악을 들어왔다. 결혼 당시 오디오 시스템을 처분한 돈 일부로 젠하이저의 최상위 헤드폰 HD800을 구입했다.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과 달리 비교적 처음부터 최상급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 점은 헤드파이(Head-Fi, 헤드폰으로 꾸미는 하이파이 오디오의 준말) 시스템의 장점인 듯하다.

당시에도 젠하이저 HD800과 베이어다이나믹 T1 두 개 모델 중에서 정말 한참 동안 고민했었다. 결혼 후 200만 원에 달하는 헤드폰을 총각 때처럼 쉽게 구입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무리해 구입했던 녀석이다.

두 헤드폰을 모두 청음해 본 결과 젠하이저 HD800쪽의 고음역보다 베이어다이나믹 T1 쪽의 고음이 한결 섬세한 느낌이었지만 HD800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광활한 공간감과 기존 디자인에서 탈피한 세련된 디자인에 반해 HD800을 구입했다. 물론 기변병에 걸린 탓에 나중에는 다른 헤드폰으로 바꾸게 됐지만 지금도 재즈 쿼텟(사중주)이나 퀀텟(오중주), 클래식 소편성곡을 들을 때마다 무대가 넓게 그려지는 HD800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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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헤드폰 중에서도 이질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HD800S. 그러나 이 디자인을 선호하는 마니아들도 상당하다. 56mm에 달하는 대구경 유닛도 HD800S의 장점이다.  이상훈기자 party@sportsseoul.com

그러던 차에 젠하이저가 실로 오랜만에 후속작인 HD800S를 출시했다. 이미 HD800에서 불만이란 것을 찾아볼 수 없었고 한참 뒤에 출시된 하위 모델 HD700에 크게 실망했었던 터라 HD800에 ‘S’만 붙여 나온 신제품에 관심이 덜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보니 역시 명불허전 HD800의 후속작이었다.

먼저 디자인을 살펴보면 기존 은색에서 매트 블랙으로 하우징과 단자부가 바뀌었다. 사실 외견상의 차이는 이것 뿐이다. 56mm 초대구경 다이내믹 드라이버도 종전과 동일하다. 설계에서의 차이는 거의 없다. 다만 젠하이저 플래그십 이어폰인 IE800에 처음 도입됐던 흡음기술이 적용돼 볼륨 레벨이 낮아도 고음역대 소리를 보다 잘 들리도록 개선됐고, 음악 재생 중 에너지 공명을 흡수해 항시 전 대역에 걸쳐 음향의 섬세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좋게 말해 그렇지만, 다르게 말하면 튜닝이 달리 된 정도라 여겨진다.

오히려 장점은 케이블에 있다. HD800S는 기존 6.3mm 헤드폰 단자 외에 4핀 XLR 밸런스 케이블이 추가로 제공된다. 밸런스 접속은 일반 케이블 연결보다 케이블로 유입되는 노이즈를 줄일 수 있어 음질적으로 유리하다. 어차피 HD800S는 오픈형 대구경 헤드폰인 만큼 거치형 시스템과 궁합이 좋다. 젠하이저의 헤드폰 앰프 HDVD800에 XLR 밸런스 단자가 마련돼 있는 만큼 그와 함께 사용하면 최적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이 XLR 밸런스 케이블이 별도 구입 시 30~40만원 선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HD800S의 소비자가격은 HD800의 189만원보다 비싼 239만원이다. 가격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사운드로서는 불만이 없다. 구동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만 찰랑거리는 고음역의 음색과 넓은 공간감, 굉장히 사실적인 음색은 듣는 순간 공연장 무대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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