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1위남자
지난달 20일 열린 서울 국제마라톤 겸 제 87회 동아마라톤에서 윌슨 로야니에 에루페 선수(케냐)가 2시간5분13초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제공 | 동아일보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귀화를 추진하고 있는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청양군청)가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까. 대한체육회는 6일 오후 2시 대한체육회에서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에루페와 미국 출신 농구 선수 첼시 리(27·KEB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귀화 추천 심의를 갖는다.

에루페에 대한 귀화 추천 심의는 지난 1월에 열렸지만 금지약물 복용 이력이 문제가 돼 추천이 보류됐다. 에루페는 2012년 도핑에서 금지약물인 EPO(Erythropoietin·에포)가 검출됐다. 에포는 적혈구 증가를 통해 산소 운반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로 인해 장거리 육상과 사이클 선수들이 유혹에 빠지기 쉬운 약물로 알려져있다. 에루페는 당시 도핑 적발로 2년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대한체육회는 첫 귀화 추천 심의에서 에루페 측에 금지약물이 치료 목적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귀화 재심의에서는 도핑에 검출된 금지약물이 치료용인지가 최대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루페 측은 케냐 현지에서 2012년 말라리아 치료 당시 진료기록부와 처방전 등 문서 20여장을 대한육상경기연맹을 통해 대한체육회에 제출했다. 또 당시 에루페의 처방에 대한 국내 내과전문의의 소견서도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루페 측은 추가 소명 자료를 통해 도핑 관련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루페의 대리인인 오창석 백석대 교수는 “습관적으로 약물에 의지하는 선수들은 체내 성분이 오래 남는다. 그리고 몸도 망가진다. 하지만 에루페는 너무나 깨끗하고 복귀 후 출전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추가 소명으로 남은 의문이 모두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에루페 측은 도핑 적발 당시와 이후의 정황을 내세워 금지약물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에루페는 도핑 적발 후 6개월마다 이어진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4차례 추적 검사와 복귀 이후 대회마다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금지약물이 적발된 도핑 테스트가 특정 대회 직후가 아니라 WADA의 수시 검사에서 발생한 점도 경기력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또한 장기간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이 징계 이후 대부분 재기에 실패했지만 에루페는 출전 대회마다 세계적인 기록으로 정상을 차지한 것도 약물에 의존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가 자료들로도 확실하게 소명이 되지 않는 부분도 남아있다. 치료용 약물로 인한 도핑 적발이었다면 선수 생활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징계를 왜 감면받지 못한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또한 EPO가 말라리아 치료제로는 잘 쓰이지 않는 약물이라는 점도 의혹으로 남아있다. 오 교수는 “당시 에루페는 말라리아로 인해 동반된 빈혈을 치료하고 빠른 회복을 위해 EPO를 처방받았다. 징계 감면 시도를 했지만 케냐육상연맹에서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케냐 연맹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열악하다. 또한 케냐는 아직도 부족 중심사회라 에루페가 피해를 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에루페의 추가 소명자료를 검토한 진영수 한국반도핑위원회(KADA) 위원장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다. 진 위원장은 “병원 기록에는 에루페에게 EPO를 처방했다는 것만 확인이 가능하다. 그 기록만 가지고는 의료인의 입장에서 명확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케냐의 현지사정을 모르면 판단이 어렵다”고 전하면서 “EPO를 말라리아 치료를 위해 써야하느냐 아니냐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 자료들만 가지고는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WADA가 징계를 내린 것이 잘못됐다고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약물이 치료용이 맞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치료 목적으로 약물을 썼다면 징계가 감면됐어야한다. WADA의 징계와 병원 소명자료는 서로 상충되는 입장이다.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결정은 대한체육회에서 내려야한다”고 덧붙였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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