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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진영. 이주상 선임기자.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배우 정진영에게선 왠지모를 기품이 느껴진다. 결코 홀로 빛나는 별이 아니였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과 어우러졌고, 묵직한 연기력으로 선배로서의 역할을 해냈다.늘 겸손했으며,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꼭 그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겸손한 배우였다. 사람 정재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늘 고민했고, 빠른 변화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알고 실천했다. 중년의 말기에 찾아온 MBC드라마 ‘화려한 유혹’은 그에게 오랜만의 로맨스를 안겨준 작품이었다. 배우 정진영에게 드라마 속 멜로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와 생각을 물었다.

- 오랜만의 인터뷰입니다

최근에 굉장히 많이했죠.(웃음) 영화 개봉 앞두고는 많이 했는데, 드라마는 “끝나고 왜 하나?”라고 생각을 했던 적이 있죠. 2011년 KBS2 드라마 ‘브랜인’ 끝내고 이런 제의가 왔을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작품을 끝내고 인터뷰를 해야하는 게 맞더라고요. 다들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 잘 몰랐던 시기가 있었어요.

- 배우 정진영의 멜로도 오랜만입니다

맞아요. KBS2드라마 ‘사랑비’ 그리고 영화 ‘비천무’ 이후 멜로가 없었어요. 주로 남자 배우들과 호흡했던 것 같아요. 중년의 첫 자락에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고, 중기를 지나 말기로 가고 있어요. 배우마다 생김새와 쓰임새가 다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화려한 유혹’이 멜로라서 선택한 것은 아니었죠.

물론 제작진이 멜로가 있다고 설득했지만, 춘향전의 로맨틱한 변학도 정도가 될거라 생각했어요. 악역과 함께 아픔이 있는 양면적인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이 꼭 맞았던 것 같아요. 이전 ‘브레인’과 SBS드라마 ‘엔젤 아이즈’가 그랬던 것 같아요.

- 이번 작품에서 보인 멜로 때문인지, 또 다른 작품에서 기대해도 좋을까요. 혹시 소속사 배우 설현은 어떨까요?

안되죠! 절대 엮지 마세요. 설현 팬들한테 혼나요. 상대는 누구라도, 낯선 사람과 시작하는 게 멜로라고 생각해요. 단, 이런점은 있어요. 눈이 맑은 배우를 좋아해요. 내 눈이 흐려서. 하하.

이준익 정진영
영화 ‘즐거운인생’을 촬영 할 당시의 이준익 감독과 정진영.

- ‘이준익의 페르소나’라는 별명도 있었습니다. ‘배우 정진영에게 이준익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30대 중반에 영화계에 들어왔을 때 사회 경험도 없었던 시기에 충무로에서 아늑한 식구를 만난 느낌이었죠. 자연스럽게 작품을 많이 했고요. 아마도 이준익 감독님 회사의 전속 배우였다고 해도될걸요? 이제는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따로 하자고 했죠. 요즘은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못 만나지만, 재밌는 건 언제 통화해도 어제 만난 것 처럼 편하죠.

- ‘중년의 말기’라고 했는데, 지금 배우 정진영에게 현재는 어떤 시기인지 궁금합니다

가장으로 또는 아빠로서 고독한 나이가 됐죠.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친구들도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요. 태어났고 어느 순간 죽을 거란 걸 아는 나이라는 것을. ‘지천명’이라고도 하잖아요.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걸 깨닫는 시기죠. 지난해 까지 약 2년간 갱년기를 앓았어요. 여자 갱년기와 유사했어요. 우울, 슬픔, 외로움 등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죠. 지위를 막론하고, 생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는 거라 생각해요. 굉장히 우울했지만, 거꾸로 돌이켜 봤을 때 ‘남은 삶을 어떻게 아름답게 꾸릴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재밌게 신나게 배우 생활을 해왔고 크게 꽃피우진 못했어도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고… 제 자신을 그렇게 격려도 했고요.

작품은 잘 됐지만 갱년기는 그것과는 다른 다른 멘탈이라는 것을 알았죠. 그러다 지난해 부터 가벼워졌고 지금은 극복이 됐어요다. 갱년기는 지나가면 되는 것이더라고요. 쉰 살이 넘은 사람한테 필요한 건 욕심을 채우는 게 아니라 인생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더라고요. 젊은 역할은 앞으로 어차피 못 할 거고 나이 먹은 배우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이 그럴 수 있는 나이고, 감사해요.

- 배우로 몸관리가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전혀 안 하고 있어요. 원래도 운동을 좋아하진 않지만, 젊은 시절 다리를 다친 후유증으로 핑계 같지만 운동하기에 무리가 있죠. 자연스럽게 배가 나오기도 하니까, 배가 나오는 역할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배역에 맞게 몸을 만들어야 한다면 열심히 만들어야죠. 지금은 의무로 생각하는 걷기 운동 정도만 하고 있어요. 건강은 마음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생각해요.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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