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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상민 감독이 29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김준일에게 불러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2016.2.29.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최정식기자] 서울 삼성이 2일 열린 2015~2016 KCC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에 83-85로 져 시즌을 마쳤다. 인삼공사와의 시리즈에서 2패로 몰린 삼성 이상민(44) 감독이 지난 달 29일 3차전에서 첫 승을 거둔 뒤 4차전을 앞두고 유일하게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선수가 센터 김준일(24)이었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제 몫을 못하고 있던 김준일에게 “부담감을 갖지 말고 자신 있게 플레이하라”며 격려했다. 3차전까지 3경기에서 평균 5점 3.3리바운드에 그친 김준일이 공격이 되지 않자 수비에서도 우왕좌왕하며 실수를 연발했고 큰 경기에 대한 긴장감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3차전에서 승리했을 때 스타팅 멤버에서 빠져있던 김준일을 4차전에서는 시작부터 내세웠다. 그러나 감독과의 ‘특별 면담’에도 불구하고 김준일은 4차전에서도 8점 2리바운드로 부진했고 공수 모두 골밑에서 전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상민 감독과 김준일은 사령탑으로서, 그리고 프로선수로서 두 번째 시즌을 치렀다. 프로농구 최고의 인기 스타였던 이 감독은 2014~2015시즌 11승43패에 그치며 최하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바로 그해 프로에 데뷔한 김준일은 팀의 간판으로 활약하며 고양 오리온 이승현과 신인왕을 다퉜다. 당시 이 감독은 김준일에게 “타이틀을 얻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으니 멀게 내다보라”고 애정 어린 조언을 했다. 비록 첫 해에는 실패했지만 전력을 보강해 두 번째 시즌에 정상에 도전하려던 이 감독은 김준일이 ‘새로운 삼성’의 한 축을 맡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상민 감독은 올시즌 29승25패로 정규리그 5위에 올랐다. 팀으로서는 3시즌 만에, 그 자신은 사령탑으로서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러나 울산 모비스가 최근 3시즌 연속 챔피언에 오르는데 주역으로 활약했던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을 영입했고, 부상 때문에 2년 가까이 뛰지 못했던 임동섭이 복귀했으며, 베테랑 가드 주희정까지 가세하는 등 전력 보강이 뚜렷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4강 진출 실패는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이 감독은 “이 자리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고 했다.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데뷔한 첫해 평균 13.8점을 올렸고 한 경기 37점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던 김준일은 이번 시즌 10.9점을 기록했다. 자신이 주득점원이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라틀리프와 문태영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는 점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는 아니다. 과제로 지적됐던 리바운드도 4.4개에서 4.7개로 약간 늘었다. 문제는 잠재력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것, 그리고 선수 구성의 큰 변화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프시즌 부상으로 팀 훈련 합류가 늦었고 시즌 내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기대에 못미친 것은 사실이다.

비록 당초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삼성의 전력은 강하다. 수비와 외곽포 등을 보완한다면 다음 시즌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데 필수적인 것이 김준일의 성장이다. 이상민 감독은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아직 성장해야 할 선수들이 있다. 올시즌 부족했던 부분을 끌어올려 다음 시즌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장해야 할 선수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름은 물론 김준일이다. 그리고 이 감독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bukr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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