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포항 손준호가 2일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2차전 우라와 레즈와 경기에서 전반 19분 페널티킥 선제골을 터뜨린 뒤 문창진과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수장은 바뀌었지만,천적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포항 ‘최진철호’가 지난 해 J리그 3위를 차지한 전통의 강호 우라와 레즈를 누르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첫승을 거뒀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2일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6 ACL 조별리그 H조 2차전 우라와와 홈경기에서 손준호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1-0으로 신승했다. 조 최강으로 평가받은 ‘디펜딩 챔프’ 광저우 헝다(중국)가 앞서 시드니(호주)에 1-2로 패하면서 H조는 혼전 양상이 됐다. 포항이 1승1무(승점 4)로 조 선두로 올라섰다. 우라와와 시드니가 나란히 1승1패(승점 3)를 기록중이고, 광저우는 1무1패(승점 1)로 최하위로 밀려났다.

포항은 우라와 사냥에 성공하면서 ‘J리그 천적’임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지난 2010년 4월 27일 산프레체 히로시마 원정에서 3-4로 패한 뒤 단 한 번도 J리그 팀에 패하지 않았다. 그해 5월 12일 가시마 앤틀러스전 1-0 승리를 시작으로 8경기 연속 무패(6승2무)다. 11골을 넣고 2실점. ACL에서 J리그 팀 상대 통산 전적에서도 16전 9승6무1패를 기록중이다. 반면 2010년대 들어 ACL 부진 뿐 아니라 ‘K리그 팀 징크스’에 빠진 우라와는 또 패배를 떠안았다. 최근 ACL 세 차례 출전에서 K리그 팀을 만나 1승2무6패다.

최 감독의 승부수는 공격진의 변화였다. 지난 광저우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1을 따내긴 했으나 공격에서 파괴력이 없었다. 승점 3을 따내야 하는 우라와전에선 승부를 걸어야 했다. 부임 이후 측면으로 돌린 라자르를 원톱으로 복귀시켰다. 이전까지 라자르가 세르비아에서 뛸 때 측면 자원으로 활약한 것을 고려했지만 지난 2경기에서 원톱으로 나선 양동현, 최호주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라자르 원톱’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유스 출신 신예 정원진을 심동운과 함께 측면에 배치하는 모험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 힘과 돌파력을 지닌 라자르는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우라와 수비진을 마음껏 교란했다. 스피드도 뒤지지 않는 라자르를 막기 위해 우라와 중앙 수비 마키노 도모야키, 나가타 미츠루 등 2~3명이 달라붙었다. 측면뿐 아니라 2선 중앙 공격수인 문창진에게 틈이 생겼다. 전반 10분 라자르가 돌파에 이어 심동운에게 패스를 연결해 첫 유효슛을 만들었고, 5분 뒤엔 손준호가 라자르와 문전에서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뒤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다. 라자르를 활용해 예열을 거친 포항은 전반 18분 선제골 기회를 잡았다. 왼쪽에서 문창진이 공을 잡았을 때 상대 수비가 중앙의 라자르에게 몰렸다. 심동운은 뒤따르던 김대호에게 연결, 김대호는 가운데로 달려든 손준호에게 내줬다. 손준호가 오른발로 때린 슛이 마키노 손에 맞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직접 나선 손준호가 침착하게 차 넣었다.

후반 들어서도 라자르를 활용한 공격 패턴이 이어졌다. 후반 18분 최 감독은 많이 뛴 라자르를 빼고 최호주를 투입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위기를 맞았다. 후반 24분 앞서 경고를 받은 손준호가 상대 공격을 차단하려다가 또다시 옐로카드를 받아 경고누적으로 퇴장했다. 하지만 한 골 차 승리를 지킨 건 포항 특유의 집념이었다. 후반 종반 상대 여러 차례 슛이 나왔으나 수비수 김광석, 골키퍼 신화용 등 몸을 던져 막아냈다.

우라와는 이날 스리백 카드를 버리고 포백으로 나섰으나 효력이 없었다. 오랜 기간 동유럽에서 지휘봉을 잡은 페트로비치(세르비아) 감독은 2006년 산프레체 히로시마를 시작으로 J리그 사령탑으로 들어선 뒤 줄곧 스리백을 썼다. 공수 모두 측면 위주로 풀어가는데, 후반 들어 측면 자원 체력이 떨어지면서 실점 빌미를 제공한다. 지난 해 수원을 상대로 홈, 원정에서 모두 패한 것도 이 점을 공략한 서정원 감독의 지혜에서 비롯됐다. 지난 시드니(2-0 승)와 1차전 뿐 아니라 가시와 레이솔(2-1 승)J리그 개막전에서 모두 스리백을 사용한 우라와는 포항전에 변화를 줬으나 라자르에게 흔들리며 조직력이 무너졌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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