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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선수들이 1일 중국 난징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2차전 장쑤 쑤닝과의 원정 경기에서 3-2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난징 | 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흔들리는 삼각형을 잡아라.’

전북은 지난 1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E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장쑤 쑤닝(중국)에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장쑤가 올 시즌 앞두고 1000억원 넘는 이적료를 지출하며 겨울시장 이적료 세계 1위를 기록했고, 까다로운 중국 원정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아쉬운 결과임에 틀림 없었다. 1승1패를 기록한 전북은 FC도쿄(일본)를 승자승으로 따돌리며 장쑤에 이은 E조 2위가 됐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조별리그는 홈앤드어웨이로 열린다. 장쑤와의 홈 경기는 준비를 잘 해서 반드시 이기겠다”며 설욕 의지를 밝혔다.

‘폭풍 영입’ 뒤 숨겨진 수비 우려가 ACL 1~2차전에서 어느 정도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도쿄전과 1일 장쑤전을 통해 나타난 전북 아킬레스건은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두 센터백이 이루는 ‘정삼각형’이 불안하다는 점이다.

최 감독은 올 시즌 김보경과 이재성을 더블 플레이메이커로 세우는 ‘4-1-4-1 포메이션’을 골격으로 내세우고 있다. ‘닥공 부활’로 결과와 과정을 동시에 사로잡겠다는,전북다운 매력적인 구상이다. 김신욱 이종호 고무열 로페스 등 공격 자원들 ‘폭풍 영입’도 이어졌다. ‘올드 보이’ 이동국이 2골, ‘뉴 멤버’ 고무열이 한 골을 넣고 김신욱이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는 등 공격진은 조직력이 덜 갖춰진 상태에서도 분전하고 있다. 김신욱 활용법이 여전히 숙제지만 누구보다 그를 잘 아는 감독이 최 감독인 만큼 풀어나갈 여지는 충분히 있다. 다만 뒷문 불안도 어느 정도 드러나서 이를 메우는 게 전북 ACL 1차 목표인 ‘조 1위를 통한 16강 진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 도쿄전에서 새 멤버 에릭 파탈루(호주)를, 장쑤전에선 최철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투입했다. 센터백 콤비론 김형일과 임종은을 연달아 세웠다. 뚜껑을 연 결과, 파탈루는 스피드와 상대 역습 1차 저지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풀백에서 포지션을 바꾼 최철순도 장쑤전에선 합격점과 거리가 있었다. 최 감독은 장쑤전 선발을 수비 좋은 국내파로 모두 짜며,그 중 하나로 최철순 투입을 단행했다. 지난 해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8강전에서 같은 포지션을 맡아 상대 에이스 우사미 다카시를 꽁꽁 묶었던 플레이 재연이 기대됐으나 최철순은 이날 전반 16분 선제골을 넣은 상대 공격수 알렉스 테이세이라(브라질)를 제대로 마크하지 못했다. 이는 초반 전북이 하미레스와 테이세이라 등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두 선수 역습에 경기 주도권을 빼앗기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중앙수비수 중엔 전남에서 올해 이적한 임종은이 큰 경기 적응 숙제를 남겼다. 그는 성남과 전남에서 수준급 센터백으로 인정받았으나 ACL과 같은 국제무대는 K리그와 달랐다. 전체적으로도 ‘정삼각형’을 이루는 세 선수간 호흡이 맞질 않아 실점 외에도 실수로 찬스를 내주는 아찔한 장면이 수 차례 있었다. ACL 선수 등록 마감 뒤 상하이 선화(중국)으로 이적한 국가대표 수비수 김기희가 생각날 법한 장면이 많았다.

도쿄전과 장쑤전을 본 다른 팀들은 전북과의 맞대결에서 이를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후방에서 긴 패스를 정삼각형 가운데 공간에 떨어트려 역습을 취하는 방식이다. ACL은 16강전까지 추가 선수 등록이 불가능하다. 결국 1~2선 선수들이 전방 압박을 더하고, 수비 요원들끼리 조직력을 빠르게 쌓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ACL에서 만큼은 ‘닥공’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더블 볼란테(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 기용)’를 쓰는 방법도 있다. 전북은 저력을 갖춘 팀이다. 그래서 아킬레스건을 어떻게 치료하고 아시아 챔프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젖힐 지 주목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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