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진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인 서울옥션이 지난해 말 기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도 현금유출은 큰 폭으로 발생해 그 원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월 2일 스포츠서울이 서울옥션의 최근 공시자료와 2015년 9월말 기준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서울옥션 주가는 지난해 2014년 말 종가 5030원에서 2015년 말 종가 2만1700원으로 4.3배 이상 폭등한 바 있다.

▲ 서울옥션 경매현장.(사진=왕진오 기자)

◇ 기록적인 이익 비례하는 차입금 증가와 현금유출


서울옥션 주가가 상승한 배경에는 미술품 경매시장 활성화에 따라 매출성장은 물론 영업이익의 증가 등 회사의 실적이 뒷받침됐다는 증권가의 분석도 한몫했다.


김승 SK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5일 서울옥션에 대해 “홍콩에서 답을 찾다”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유지)’로, 목표주가는 3만50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지난 2014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서울옥션의 실적 및 주가전망에 대해 계속해서 긍정적인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냈다.


김 연구원은 “단색화 작품에 대한 열기에 힘입어 국내 작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홍콩경매가 (지난해 3회였던) 경매횟수도 올해는 4회로 늘어남에 따라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지난해 실적에 대해서도 “특히 홍콩경매는 지난해 10월 232억 원, 11월 265억 원의 낙찰액을 기록하며 실적성장을 견인했다. 경매 호조에 따른 매출 성장에 힘입어 영업이익도 큰 폭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11일 공시한 연결기준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법인은 15%)이상 변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15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10억 원(130%) 증가한 548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00억 원(195%) 가까이 늘어난 151억 원을 달성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92억 원(257%) 증가한 128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결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자산총계는 전년 대비 440억 원(54%) 증가한 1257억 원, 부채총계가 326억 원(126%) 늘어난 584억 원을, 자본총계는 114억 원(21%) 증가한 673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의 경우 큰 폭의 차입금 증가에 따라 2014년 말 46%에서 2015년 말에는 87%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런데 서울옥션의 연결기준 재무상태표와 현금흐름표를 분석한 결과, 상식적으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자금흐름이 분석된다. 즉 회사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는데 반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서 큰 폭의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15년 9월말 기준 사업보고서의 연결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154억 원의 현금유출이 발생했다.(2015년 말 기준 사업보고서는 미공시) 이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분인 218억 원의 현금유출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자산증가는 현금유출로 표시) 아울러 전체 현금성자산도 68억 원이나 줄어들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은 선급금의 증가 92억 원, 재고자산의 증가 77억 원, 단기대여금 35억 원 등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채총계도 덩달아 2014년 말 대비 102억 원이 증가했는데, 단기차입금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됐다. 즉 금융권의 기업일반자금대출로 국민은행 37억 원, 신한은행 5억 원, 외환은행 30억 원, 우리은행 30억 원의 신규 대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3분기 누적) 대비 최근 공시한 2015년 말 기준 연결 재무제표를 비교해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은 3분기 말 누적 기준 대비 매출액이 273억 원(9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4억 원(97%)이 늘어났고, 당기순이익도 65억 원(102%)으로 3개월 만에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3분기 대비 4분기 말 자산총계는 291억 원(30%)이 늘었으며, 부채총계도 224억 원(62%)이 증가했다. 기록적인 이익의 폭증에 따라 비례해서 큰 폭으로 늘어나는 차입금이 현저히 눈에 띄며 주목되고 있다.

▲ 서울옥션 2015년 말 기준 연결 재무제표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대규모 현금유출 원인인 선급금 등의 정체는?


서울옥션 최윤석 상무는 “차입금 증가의 원인은 경매 위탁판매자로부터 상품을 선점한다는 명목으로 선급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라면서 “낙찰자(구매자)가 낙찰금액을 최종 입금하면 선지급금을 차감하고 정산한다”고 밝혔다.


미술품 경매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그런데 이는 경매 시 중개 역할을 해야 하는 경매회사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또한 낙찰자가 경매를 포기할 경우엔 이미 선급금을 지급하고 상품을 선점한 위험이 고스란히 경매사에 귀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결국 자기상품으로 추후 경매에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미술품의 가치라는 것이 공인된 기관의 감정가격 등이 없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않고 경매 결과에 따라 가격이 좌지우지되는 불확실성이 발생한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또한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판매자는 알 수 있지만 낙찰자는 관행적으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작 미술품이 제대로 경매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확인할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여러 작품들에서 위작 논란이 불거지기도 하고, 새로운 소유자에 대한 뜬소문들이 관련 업계에 널리 퍼지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는 설명이다.


최 상무는 선급금 증가와 관련해 “경매 선급금은 경매에 출품하는 조건으로 경매일 전에 미리 해당 작품 위탁자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경매회사의 일반적인 영업방식이며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 해외 경매사들도 영업활동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부채가 증가한 만큼 자산 역시 증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경매를 통해 해당 작품이 낙찰되는 경우 선급금만큼 제하고 나머지 낙찰액을 지급하며, 유찰될 경우 위탁자가 선급금을 상환하거나 해당 작품을 담보로 하는 대출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매회사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없고, 유찰되더라도 경매회사에 귀속되는 위험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포츠서울은 지난해 4분기에 증가한 차입금 224억 원에도 주목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이익의 폭증에 비례해서 차입금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차입금의 증가는 비록 영업활동 목적이라 하더라도 부채비율을 상승시켜 결국 기업의 재무위험과 상관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경매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영업위험과 영업활동 목적의 자산매입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높아지며 불거질 수 있는 재무위험 등에 대해서, 서울옥션 관계자는 “영업 및 재무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voreole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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