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
한화 김태균이 22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열린 LG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오키나와=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스프링캠프 종료가 일주일 가량 앞으로 다가왔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 실전중심으로 막바지 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내달 3~4일 경 귀국길에 오른다. 피로를 풀 여유도 없이 곧바로 시범경기를 치러야 하지만, 돌아갈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바짝 낼 수 있다.

스프링캠프는 한 시즌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베테랑들은 지난해 자신의 기량을 뛰어넘기 위해, 젊은 선수들은 1군 풀타임이나 진입을 목표로 삼고 구슬땀을 흘린다. 각자 정한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캠프가 끝나갈 무렵의 표정도 다르다. 베테랑들의 얼굴에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묻어나고, 젊은 선수들은 초조함이 배어 나온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는 일이 그래서 재미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연습경기를 보면 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기에 선발출장하는 베테랑들은 두 타석, 선발 투수는 2이닝, 신인급 투수는 1이닝 정도만 소화하고 경기에서 빠지는데, 같은 양을 소화한 젊은 선수들과는 그 표정이 다르다. 안타를 치지 못하거나, 난타를 당한 젊은 선수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지만, 베테랑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시즌을 치르기 위한 준비기간이기 때문에 자신이 점검해야 할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KIA 최영필(42)은 “밸런스나 던지는 감각은 한 달을 쉬어도 캐치볼 몇 번이면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젊은 때와 어깨가 풀리는 시간이 다르다. 매일 캐치볼이라도 하면서 어깨를 달궈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운드 위에서 100% 공을 던지려면, 시즌 중에도 어떤 훈련을 해야하는지 답을 찾은 것이다.

KIA 황대인
KIA 황대인(오른쪽)이 21일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김기태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LG 봉중근은 “선발 전환을 준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경기보다는 불펜투구가 중요하다. 불펜투구를 하면서 투구수를 100개 이상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구위나 경기운용보다 5년 만에 길게 던지는 보직을 맡았기 때문에 투구수를 늘리는 게 관건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60개 정도 던지면 지치더라. 던지는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차례 실전등판을 한 양현종도 “시범경기 때 경기감각을 끌어 올리면 되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은 불펜투구를 하면서 몸에 힘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야수들도 마찬가지다. 한화 김태균은 “나름대로 몸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체력 등의 문제는 크게 없을 것으로 본다. 연습경기에 꾸준히 출장하면서, 투수들의 공에 대응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아나갈 시기”라고 말했다. 안타를 치고 못치고는 중요하지 않다. 투수가 던지는 살아있는 공에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체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KIA 김주찬 역시 “연습경기에서는 안타 한 두개만 쳐도 된다. 공이 눈에 익는지, 스윙 궤도나 타이밍이 어떤지 등을 점검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 어차피 승부는 시즌 때 난다”고 밝혔다. 베테랑들의 말 속에는 경기에서 전력을 다해본 경험이 담겨있다. 몸상태를 숫자로 표현하는 게 이상하지만, 수 많은 경기를 통해 사력을 다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 선수들이 “오늘은 60~70% 정도 힘으로 경기를 소화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젊은 선수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베테랑들의 노하우다.

1군 진입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젊은 선수들은 캠프 종료일이 다가올수록 피로를 호소한다.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100% 전력을 쏟아붓는다. 체력이 강한 선수라도 시범경기 중에 이른바 ‘방전’이 되기 일쑤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내로라는 선수들도 이런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그 속에서 야구와 관련한 ‘내 상태는 어떤가’를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 그래야 ‘내 것’이 생기고, 노하우가 쌓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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