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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19일 고양 어울림구장에서 열린 2015 K3리그 고양시민구단-전남영광FC 맞대결에서 두 팀 선수들이 볼경합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올라가면 뭐가 좋은가요?”

앞으로 10년간 축구계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만들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협회)와 국민생활체육회 전국축구연합회(전축연)는 지난 22일 통합대의원총회를 열고 양 단체를 합쳐 통합 축구협회를 출범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한국 축구도 100만명을 오가는,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등록 선수를 갖췄음을 의미한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간 축구계가 염원했단 ‘축구 산업화’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통합 축구협회가 탄생하면서 10년 뒤인 오는 2026년엔 1~6부리그 승강제를 운영하겠다는 비전도 나왔다. 6부리그는 시·군·구 단위로, 그야말로 풀뿌리 생활축구 리그로 운영될 전망이다.

1~6부 승강제는 100년 이상 전통을 갖고 있는 유럽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통해 승강제가 가장 좋은 리그시스템이란 것을 깨달았고, 그 뿌리를 내리는데 성공했다. 축구 후발주자인 미국과 호주가 승강제 없이도 리그를 성장시키고 있으나 대다수 리그는 유럽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1~6부 승강제 비전 제시는 환영한다.

하지만 세상 일이 당위성만 갖고 이뤄지진 않는다. 현재 국내 승강제는 프로인 K리그 클래식(1부)와 K리그 챌린지(2부)가 업다운제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결국 이를 6개 층위로 늘리기 위해선 3부 격인 내셔널리그와 4부 격인 K3리그 팀들을 어떻게 끌어안느냐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 중 승강제를 반대 혹은 관망하는 쪽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협회에서도 이런 동향을 인지하고 있다. 몇몇 내셔널리그·K3 구단들이 이런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한 마디로 정리된다. “지금 현실에서 승격해서 얻는 메리트가 과연 무엇인가”다. 한 관계자는 “프로인 1~2부로 올라가서 수익이 증대되고, 여러 부가가치가 터져 나온다면 구단들이 승격에 자연스럽게 목을 매는 구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실에선 돈만 더 쓸 뿐 승격에 대한 니즈가 적은 게 사실이다”고 꼬집었다. 내셔널리그나 K3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도청 구단들이 많다. 적당한 예산(10~20억원)를 갖고 직장운동부 개념으로 운영되면서 전국체전, 시·도민체전 등에 출전하는 ‘우리끼리’ 리그가 프로보다 더 행복하다는 얘기는 나름 타당한 논리를 갖고 있다. “내셔널리그나 K3 구단을 꾸리고 있는 지자체 중엔 다른 종목 운동부도 운영하는 곳이 많다. 지금처럼 K리그 클래식이나 챌린지로 올라갈 경우, 돈만 더 쓰는 구조에선 다른 종목으로부터 ‘왜 축구만 챙기는가’란 특혜 시비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잉글랜드에선 한 구단이 승격할 경우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중계권 수입 등 큰 돈을 만지게 된다. 중국 2부 구단들까지 최근 굵직한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오는 이유엔 축구에 돈을 쓰고 1부로 갈 경우, ‘축구광’ 시진핑 주석 등 중국 권력의 총애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뭔가 얻는 게 있으니까 승격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통합 축구협회 출범을 계기로 제시된 1~6부 승강제는 축구와 산업이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축구적’으론 아주 훌륭한 승강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선수들이 더 많이 쏟아져나와 한국 축구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피라미드 구조 꼭대기에 위치한 프로 1~2부가 산업적 매력을 갖지 못하는 현 상황에선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놓쳐선 안 된다. “승격하면 뭐가 좋은가요”란 질문에 대한 대한 답변을 차근차근 만드는 것도 축구계가 남은 10년간 풀어야할 숙제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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