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혜의 색다른 성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안젤리나 졸리, 메간 폭스, 린제이 로한, 존 레논, 마일리 사이러스의 공통 이슈는 바로 ‘양성애(Bisexuality)’다. 양성애는 남녀 모두를 향한 정서적 또는 성적 끌림을 뜻한다. 스타들의 커밍아웃이 이뤄지기 전에는 다수에게 생소하고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개념이었지만 동성애를 인정해야한다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양성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인식되는 추세다.

사실 양성애는 더 이상 극소수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 양성애자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CDC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8세 이상 44세 이하 미국인 9000명을 대상으로 성적 접촉, 경험, 이끌림, 지향 등을 조사한 결과 자신을 양성애자라고 밝힌 여성은 5.5%, 남성은 2%다. 과거 조사시기인 2006~2010년 3.9%, 1.2%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모든 인간에게 양성애 성향이 잠재돼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심리치료연구소의 정신분석용어사전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양쪽 부모와의 동일시를 통해 양쪽 성(性) 모두에게 리비도(성 본능)를 사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 성인이 되어가며 한쪽 성을 향해 흐르는 리비도가 의식되지 못해 배타적인 이성애 또는 동성애가 발달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지난해 영국 에식스대 심리학과의 제럴프 리거 박사는 누드영상 상영 등의 실험을 통해 오직 이성에게만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는 ‘완벽한 이성애자’는 거의 없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자신을 완벽한 이성애자라고 밝힌 여성도 같은 여성의 누드화나 영상을 보고 성적 흥분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특이하게도 이 연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양성애 성향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색다른성(2월18일)(최종)

위의 사실들로 봤을 때 양성애는 ‘돌연변이’, ‘잘못된’ 등의 용어로 정의내릴 만한 성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양성애를 느낀다고 해서 모두가 남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결혼과 자녀를 포함한 이성애 관계를 유지한 채 동성애 모임을 통해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부류가 있는 반면, 동성애적 삶을 통해서 성적 만족을 얻으면서도 때때로 자존감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성애적 출구를 찾는 이들이 있다. 물론 사회적 통념과 보수적인 가치관으로 인해 양성애 성향을 억누른 채 이성애자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안타깝게도 양성애자들은 동성애자나 이성애자들보다 상대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편이다. 지난해 텍사스 라이스대학 연구팀이 성인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 1만128명과 이성애자 40만51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애자 남성의 19.5%와 여성의 18.5%가 자기 건강에 대해 보통 혹은 낮음 등급을 매겼다. 동성애자 그룹은 남성 11.9%와 여성 10.6%가, 이성애자 그룹은 남성 14.5%, 여성 15.6%가 보통 혹은 낮음 등급을 매겼다.

동성애자와 마찬가지로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대한 위험도 비켜갈 수 없다. 단 최근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시스가 개발한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예방약 ‘트루바다’의 투약이 2년 반 동안 동성애자, 양성애자 등의 HIV 감염을 100% 막았다는 임상시험결과가 보고돼 사랑의 장애물 하나는 막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ss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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