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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김정행 회장.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고진현 선임기자]통합체육회 창립총회가 자칫 반쪽으로 치러질 위기에 직면했다. 대한체육회(회장 김정행)와 국민생활체육회(회장 강영중)를 한데 아우르는 통합체육회 창립총회가 오는 15일 열리는 가운데 통합의 한쪽 주체인 대한체육회가 정부 주도의 체육단체 통합에 강하게 반발하며 창립총회에 빠질 수도 있다는 뜻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4일 체육회 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 이기흥) 회의를 마친 뒤 통합체육회 정관의 내용과 절차상의 문제점을 정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서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행 회장은 체육회 고위 직원들에게 문체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대한체육회장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단체 통합에서 목소리를 내기보다 정부의 뜻에 순응했던 김 회장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은 자신을 향한 엘리트체육계의 정서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체육단체 통합이라는 중대한 일을 상의도 하지 않고 도장을 찍었던 김 회장은 이후 정부의 통합 드라이브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심장수술이라는 개인적인 큰 우환도 김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걸림돌이 되긴 했지만 체육계 여론은 김 회장에 대해 우호적이지 못했다. 체육단체 통합에서 마지막 목소리를 낼 수 있는 15일 창립총회를 앞두고 ‘배수의 진’을 치게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반면 문체부는 체육회쪽이 빠져도 창립총회는 그대로 간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체육단체 통합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악재도 겹쳤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단도 현장을 무시한 문체부의 정책에 발끈하고 나섰다. 240일의 훈련일수 중 올림픽 이전에 180일을 배당한 게 화근이 됐다.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는 “올림픽을 앞두고 한달에 훈련일수가 25~26일이 필요한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훈련일수가 줄어들어들면서 지도자 수당과 선수 수당도 줄어든 날짜만큼 당연히 깎여 올림픽을 앞둔 태릉선수촌 각 종목 선수단의 사기는 예전같지 않다.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는 지난 5일 문체부에 훈련일수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를 팩스를 통해 질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는 5개의 플래카드를 태릉선수촌 곳곳에 내걸며 문체부를 성토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훈련일수 240일을 채운 뒤에도 더 훈련을 하는 경우 추가지급을 해왔다. 이번에도 상황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뜻을 (협의회쪽에)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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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뉴스 전문매체인 ‘어라운드 링스’가 9일 한국정부의 국가올림픽위원회 자율성 침해 여부를 지적해 눈길을 모았다. 캡처 | 어라운드 링스

해외 언론의 시선도 곱지 못하다. 미국의 올림픽 뉴스 전문매체인 ‘어라운드 더 링스(ATR)’는 지난 9일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정관을 변경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부 개입 금지’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쿠웨이트 사례를 언급하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인 한국 정부가 NOC(국가올림픽위원회)의 자율성을 해치게 되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과연 15일 열리는 통합체육회 창립총회가 ‘통합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또다른 ‘분열의 시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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