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환상적인 발리슛, 울산 김신욱 선제골
울산 현대 김신욱이 지난해 9월 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5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넣고 있다. 박진업기자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울산을 대표하는 장신공격수 김신욱(28)이 K리그 ‘1강’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는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1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김신욱 이적을 두고 전북과 협상 중”이라며 “이적료는 합의했고, 세부 사항을 두고 조율 중이다. 전북 이적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프로로 데뷔, 7시즌이나 울산 한 팀에서만 뛴 김신욱이다.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2013년 36경기 19골 6도움으로 한해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K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지난 시즌엔 38경기 18골을 기록하며, 생애 첫 득점왕에 올랐다. K리그 통산 232경기 95골 22도움을 기록중인 그는 정든 울산을 떠나 새 시즌 K리그 3연패와 아시아 정상 탈환을 동시에 노리는 전북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리스트인 김신욱은 군 면제 혜택을 받은 뒤 지속적으로 유럽 진출을 추진해왔다. 그해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경험하며 피지컬과 기술이 좋은 국제적인 수비수와 겨뤄 선수로 한층 거듭나기를 바랐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이자 장신이면서도 발 기술에 능한 김신욱의 이적은 초읽기에 들어간 듯했다. 그러나 원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막바지 당한 발목 부상으로 가장 좋은 시기였던 2014~2015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놓쳤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다시 한 번 유럽행을 노렸으나 부상 회복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울산에서도 출전이 들쭉날쭉했다.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도 쉽게 유럽 구단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변수로 작용했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등 일부 팀에서 영입 제안을 했으나 헐값 임대 제의 등 김신욱과 울산을 만족하기엔 어려운 조건이 매겨졌다. 이후 중국과 중동에서 막대한 금액을 내세워 김신욱 모시기에 나섰으나 그는 “울산에서 아시아 챔피언을 경험한 상황에서 아시아권 팀 이적은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국내 잔류에 무게를 실었다.

2014 FIFA 브라질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
지난 2012년 11월 13일 축구대표팀을 이끌던 최강희 감독(오른쪽)이 호주와 평가전을 하루 앞두고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슈팅 훈련 중인 김신욱을 지켜보고 있다.

◇유럽행 노리다가…왜 전북인가

김신욱은 일상에서도 울산 구단의 홍보대사처럼 활동할 정도로 애정이 크다. 스스로 “울산 시민이 다 된 것 같다”며 호랑이 군단 생활에 만족해했다. 그런 김신욱의 이적을 이끈 건 그야말로 전북의 끈질긴 구애 작전이다. 국가대표팀 감독 때도 김신욱을 중용한 적이 있는 최강희 전북 감독은 농담반, 진담반 김신욱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동국 체제를 확고히 하는 전북으로서도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은퇴 시점에 다다른 이동국의 대체자로 올 겨울 이종호 로페즈 등 기동력이 뛰어난 선수를 영입했으나,여전히 강력한 한 방을 지닌 ‘실질적 대체자’를 고심해왔다. 리그 톱 공격수인 김신욱은 이동국과 스타일이 달라 시너지를 낼 뿐더러 새로운 옵션으로 충분하다. 유럽행이 어려워진 김신욱에게도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또 아시안게임 이후 김신욱은 정체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 리그 38경기를 뛰었으나 선발 횟수는 26회. 두자릿수 골을 넣기 시작한 지난 2012년 이후 선발 출전이 가장 적다. 지난해 울산에 부임한 윤정환 감독은 공격부터 수비까지 많이 뛰고, 기동력을 중시하는 데 김신욱과 다소 맞지 않았다. 후반 조커로 뛰는 숫자가 늘었다. 리그에서 선참 대열에 들어선 김신욱으로서는 선발진에 합류해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기를 바랐다. 또 울산과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것도 이적을 가속화했다. 변화를 노리는 울산과 김신욱의 이해 관계가 다르므로 서로 원하는 것을 모두 맞추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때마침 전북에서 러브콜을 보냈고, 이적료 수준도 20억원이 넘었다. 김신욱에겐 울산과 이별이 아쉬우나, 리그를 넘어 글로벌 팀을 지향하는 전북의 비전, 자신을 잘 아는 최 감독의 존재로 도약의 밑거름을 다질 수 있었다. 울산도 적지 않은 이적료로 변화의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어 ‘윈-윈’으로 평가된다.

[SS포토]울산현대 코바,
김신욱(오른쪽)이 지난해 7월 22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 FA컵 경기에서 코바(왼쪽)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자 기뻐하고 있다. 이주상 선임기자.rainbow@sportsseoul.com

◇김신욱 父까지 만난 이철근 단장

K리그의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신욱 이적과 관련해 전북 측은 그의 아버지를 먼저 만났다. 김신욱이 4주 기초군사훈련에 들어가 있을 때 이철근 전북 단장이 평소 친분이 있었던 아버지를 만나 이적 관련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그만큼 김신욱에 대한 애정이 컸다. 그가 전북 유니폼을 입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한 건 아니지만, 단장이 부모까지 찾아오는 열성을 보인 전북의 정성을 무시할 수 없다.

윤 감독은 겨울 이적 시장에 영입한 국가대표 공격수 이정협과 김신욱의 ‘트윈타워’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신욱 이적으로 변수가 생겼다. 윤 감독은 “김신욱이 그동안 해외 이적 등을 고려하고 있었기에 변수가 올 것으로 예상은 했다. 하지만 막상 팀을 떠나게 돼 아쉽다”며 “이정협과 호흡을 맞출 공격수 한 명을 더 영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울산의 1차 동계전지훈련지인 태국 치앙마이엔 합류하지 못했으나 울산에서 합류, 러닝 위주로 몸을 만들어왔다. 2일 일본 가고시마로 떠나는 울산의 2차 동계전훈엔 불참하고, 전북과 최종 협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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