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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현지시간) 독일 레버쿠젠 유소년센터에서 열린 2015~2016시즌 분데스리가 17세 이하(U-17) 유소년리그 레버쿠젠과 지겐의 경기 장면. 레버쿠젠(독일)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레버쿠젠, 보훔(독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부럽다 부러워.”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레버쿠젠 유소년센터에서 열린 레버쿠젠과 지겐의 분데스리가 U-17 리그를 관전하던 변성환 성남FC 15세 이하 팀 감독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옆구장에선 레버쿠젠과 보훔의 U-13 리그도 열렸는데, 보는 내내 “축구를 잘할 수밖에 없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유소년 독일 연수 중 현지 팀과 5차례 친선경기를 치른 변 감독은 제자들과 현지 유소년의 차이점을 묻자 “경기에 대한 적극성과 몰입”이라고 했다. “국내 선수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말수도 많으나 경기장에만 들어가면 소극적이다. 반면 (독일) 선수는 공을 빼앗기면 고개를 숙이기는 커녕 투쟁적이다. 전술과 공간 활용 등 말그대로 축구에 대해 더 일찍 깨우친 것 같다.” 아시아 선수들도 체격, 기술 등 축구 기본 요소에서 유럽, 남미 수준을 따라잡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시스템을 통해 키워내는 유망주의 존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계 최고로 불리는 독일 유소년 시스템은 유망주들이 꽃을 피우는 원동력임에 틀림이 없다.

◇ 어릴 때 프로를 배운다

이틀 뒤 보훔에서 열린 보훔-레버쿠젠의 U-19 경기를 관전한 스포츠서울 취재진과 성남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90분 내내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려웠다. 성인 선수못지 않은 빠른 공수 템포, 타이틀전을 방불케하는 거친 몸싸움과 태클, 수준 높은 슛이 지속했다. 말그대로 기본기와 기술 수준이 높아 이러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쾰른 유소년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한 성남 선수운영부 강진호 씨는 “이들은 일찌감치 프로 마인드를 지닌다. 자기 가치는 오로지 그라운드에서 발휘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다”고 했다. 독일은 U-8부터 U-19까지 연령대별 육성시스템을 구축했다. 분데스리가 1~3부는 물론, 13부까지 있는 아마추어리그 팀도 유소년 전용구장을 보유하는 등 적극적이다. U-17 리그를 찾았을 땐 금요일 오전이었으나 200여 명의 팬이 관전했다. 유소년 리그가 활성화 돼 있다 보니 성인과 별도로 스폰서 계약을 맺는다. 클럽하우스도 프로 못지않다. 국내에서도 초등부 주말리그를 시행하고 있으나 저학년 연령은 대상이 아니다. 즉 축구의 도를 깨닫는 시점이 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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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리그를 관전중인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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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때 클럽하우스에 있는 휴식공간으로 걸어가는 관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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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내 카페를 찾은 팬들 머리 위로 레버쿠젠 우승 트로피가 진열돼 있다.

◇ ‘엘리트 선수’ 개념이 없다

연령대별 육성시스템은 유망주의 동기부여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강 씨는 “한 선수가 U-13에서 잘하면 U-14로 월반해 뛰기도 한다. 국내에선 등록 규정상 중학생이 고등학교 경기에 뛸 수 없지 않은가”라며 “연령별 유대관계가 워낙 좋은 게 독일의 장점”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곳에선 다음 연령대로 무조건 올라가는 게 아니다. 축구 실력은 물론 학교 성적 등을 고려한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국내는 입시위주 경쟁으로 뒷거래도 종종 있을 뿐더러 팀 운영비를 넉넉하게 하기 위해 (조건 없이) 대부분 선수를 억지로 끌고간다”고 했다. 분데스리가 유소년 리그에선 선수들이 개인 용품 구입을 제외하면 모두 구단 지원과 스폰서 협찬으로 운동하고 있다. 또 국내에선 엘리트, 비엘리트 선수를 구분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러나 독일은 없다. 공부와 체육 중 한쪽에 비중을 두는 건 옳지 않다. 레버쿠젠만 보더라도 클럽하우스 내 선수의 학교 성적이 게시돼 있었다. 학교와 연계로 수업 시간의 유동적인 조절도 하고, 구단 차원에서 주 1회 외국어나 스포츠영양학 등 소양교육도 한다. 강 씨는 “모두 프로가 될 순 없다. 축구가 좋은 학습제라는 마인드에서 제2의 인생 로드맵을 그릴 수 있게 배려한다”고 했다. 실제 강 씨도 U-14부터 U-18까지 선수로 뛰고도 국제정치 석사를 거쳤다. 동기 중 루카스 포돌스키같은 유명한 선수도 있으나 법대 교수 등을 하는 이도 있단다.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유소년 시스템을 구축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마리오 괴체, 메주트 외칠 등 지난해 월드컵 우승의 주력 요원이 독일이 뿌린 유소년 정책 씨앗의 첫 수확물인 셈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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