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케-도르트문트-홈구장
샬케04 홈구장 벨틴스 아레나(위), 도르트문트 홈구장 지그날 이두나파크.

[겔젠키르헨, 도르트문트=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루르 탄전 일대를 대표하는 ‘레비어(Revier) 더비’의 라이벌 샬케04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독일 산업혁명의 근간이 된 이 지역을 연고를 둔 양 팀의 축구 문화는 노동자 문화를 대변하는 통로로 여겨진다. 어느덧 사양 산업으로 전락한 탄광 지역이지만 당시 고된 노동의 아픔을 축구를 통한 희열로 풀고자 한 이들의 열정은 아직까지 축구장으로 옮겨진다. 독일 분데스리가 흥행의 중심축 구실을 해온 양 팀의 응원 열기는 어느 팀보다 광적이며, 독특한 홈경기장 구조로도 잘 알려져있다. 성남FC 유소년 독일 연수를 동행 취재한 스포츠서울은 샬케04, 도르트문트의 홈경기를 현지에서 취재하며 분위기를 느껴봤다.

◇‘5성급 축구장’ 샬케04, 웅장함이 다르다

‘띵동!’ 소리를 듣고 전광판을 바라본 샬케04 팬들이 일제히 “와~”하고 환호성을 내지른다. 최대 라이벌 도르트문트가 앞서 열린 유로파리그에서 크라스노라드(러시아)에 0-1로 덜미를 잡혔다는 소식을 보고나서다. 지난 27일(한국시간) 샬케04와 아포엘(키프로스)의 유로파리그 K조 5차전이 열린 벨틴스 아레나는 웅장한 외관에 둘러싸인 축구 팬의 응원 열기로 가득했다. ‘5성급 축구장’으로 불리는 샬케04 홈구장 벨틴스 아레나는 응원을 주도하는 서포터스와 일반 팬이 하모니를 이루며 초겨울밤을 수놓았다. 이전까지 이번 시즌 7차례 리그 홈경기 모두 6만 관중 이상이 들어찼다. 이날도 평일 저녁 경기임에도 4만3117명의 팬이 몰렸다. 초반 한쪽 골대 뒷편에 자리한 서포터스가 “샬케!”를 외치자 나머지 구역에서 “04!”라며 화답한다. 응원가 역시 서로 번갈아 부르면서 샬케 머플러를 머리 위로 흔들 때면 절로 전율이 느껴진다. 팬들의 함성은 돔구장 구조상 다른 어느 경기장보다 쩌렁쩌렁 들려 상대 팀에 부담을 배가시킨다. 물론 무턱대고 환호만 하는 건 아니다. 거친 삶을 살아온 집단답게 샬케 선수들의 잔 실수가 나오면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냉혹한 질서 속에서 어느 팀보다 끈끈한 마음으로 뭉친 게 전통이자 색깔이다. 샬케는 후반 41분 에릭 츄포 모팅의 결승골로 웃었다.

샬케 구장
벨틴스 아레나가 자랑하는 개폐형 돔지붕.

벨틴스 잔디

샬케04 성남fc

벨틴스 아레나는 지난 2001년 8월 개장, 6만2271명을 수용한다. 2005년까지 ‘아우프샬케 아레나’로 불렸으나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경기장 네이밍 판매에 나섰다. 맥주제조회사인 벨틴스와 스폰서계약을 맺은 뒤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전면을 투명 유리로 설치, 현대적인 감각을 느끼게 한다. 멀리서 보면 흡사 대형 쇼핑몰에 온 것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킥오프 전 레스토랑과 각종 엔터테이먼트를 즐길 공간에서 담소를 나누는 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최대 자랑거리는 개폐가 가능한 돔형 지붕과 이동식 잔디구장이다. 독일 동포2세 에이전트 마쿠스 한은 “돔구장에선 잔디가 잘 자라기 어렵기에 경기가 없는 날엔 그라운드만 밖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햇볕을 받게 한다”고 소개했다. 경기가 끝나도 벨틴스 아레나 밖은 잠들지 않았다. 입구를 가득 메운 팬이 몰려들어 응원가를 부르며 승리에 환호했다.

도르트문트 홈구장
29일 도르트문트와 슈투트가르트의 2015~201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4라운드 경기가 열린 지그날 이두나파크. ‘노란장벽’으로 불리는 도르트문트 울트라스가 남쪽 스탠드 구역을 가득메우고 있다.

◇위압감의 대명사, 도르트문트의 ‘노란 장벽’

왜 ‘노란 장벽’으로 불리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29일 지그날 이두나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 슈투트가르트의 분데스리가 14라운드. 전 지역을 노란색으로 물들인 8만1359명 만원 관중에게서 위압감을 느낀다. 그중 남쪽 스탠드에 있는 서포터스를 보면 전쟁터에 온 듯하다. 유럽에서 단일 스탠드로는 가장 큰 규모로 2만4454명의 팬이 빼곡히 몰려 있다. 멀리서 보니 말그대로 ‘장벽’처럼 보인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도르트문트 선수들에겐 든든한 조력자이고, 원정 팀 선수들에겐 공포의 세력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거친 응원 구호를 내뱉는 건 성향이 비슷한 샬케 서포터스와 유사하다. 벨틴스 아레나의 응원 문화와 다소 차이가 있다면, 지그날 이두나파크는 ‘노란 장벽’ 무리의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샬케가 환상적인 하모니를 지닌 듀엣을 고수한다면, 도르트문트는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솔로의 향연이다. 실제 도르트문트 서포터스는 홈 경기 때 약속한 시간, 장소에 모여 경찰이 별도로 인솔할 정도로 극성맞기로 유명하다. 현지에서 만난 한 유학생은 “남쪽 스탠드에 앉은 팬 중에서도 너무 시끄러운 일부 서포터스에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도르트문트 팬
피에르 아우바메양이 멀티골을 넣으며 도르트문트가 슈투트가르트에 4-1 대승한 가운데 팬들이 아우바메양의 골이 터지자 기뻐하고 있다.

지역 보험회사 지그날 이두나 그룹의 네이밍을 사용하는 이 경기장은 1960년대 기존 홈구장인 로트 에어데 슈타디온의 확장과 리모델링으로 거듭났다. 8만 1359석은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큰 규모다. 노란색 철탑으로 둘러싸인 경기장 지붕이 인상적이다. 단 스탠드별로 여러차례 확장공사를 한 탓에 좌석간 앞뒤 거리가 좁다. 국내에서 문제가 된 ‘고척스카이돔’ 좌석을 연상케 한다. 자연스럽게 통로도 비좁아 사람 한 명이 오가려면 해당 줄 전체 관중이 일어서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불편함에도 ‘꿀벌 군단’을 연호하면서 톱클래스 스타들을 보기 위해 늘 8만 이상이 경기장에 몰린다. 분데스리가의 힘을 느끼게 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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