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환 감독
변성환 성남FC 15세 이하 유소년 팀 감독이 27일 독일 쾰른 근교에 있는 헤네프체육학교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작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쾰른(독일)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쾰른(독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꿈과 목표는 다르죠.”

27일 독일 쾰른 근교에 있는 헤네프체육학교에서 만난 변성환 성남FC 15세 이하(U-15) 유소년 팀 감독은 1년 차 지도자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자기 철학이 확실했다.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다는 말처럼 그 역시 ‘준비된 지도자’로 역량을 갖췄음에 틀림이 없다. 시민구단 롤모델을 꿈꾸며 유소년 축구 공정의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성남이 변 감독을 선택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변 감독은 지난 4월 성남 12세 이하 팀에 부임해 6개월 사이 화랑영일만대기 전국대회와 주말리그 권역우승을 이끄는 등 ‘유소년 신흥강호’로 발돋움하는 데 조력자 구실을 했다. 자연스럽게 주력 멤버와 공개테스트로 선발한 6명과 함께 일찌감치 U-15로 승격했다. 지난 21일부터 독일 연수 중 치른 현지 U-15 팀과 5차례 평가전에서 전승은 물론, 18골 1실점으로 완벽한 공수 균형을 뽐냈다.

◇ 프로팀 제의 거절하고 유소년 선택

지난해 FC안양에서 선수 은퇴하기까지 지도자로 모습을 일찌감치 그려온 변 감독이다. 시곗바늘을 5년 8개월 전으로 돌려봤다. 2010년 3월 20일 호주 시드니에서 뛴 그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A리그 정규리그와 그랜드 파이널을 모두 제패한 뒤 “호주에서 선수 생활 마지막을 불사른 뒤 지도자로 거듭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K리그 성남 안양의 러브콜을 받아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는데, 지난해 10월 25일 부천을 상대로 연 은퇴 경기를 마친 뒤 “지도자 변성환으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재차 밝혔다. “난 내가 선수 때부터 (은퇴 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깨닫고 있었다. 축구를 떠났다가 실패해서 고생한 선배들을 본 것도 있으나 내 길은 오직 지도자라고 여겼다.” 선수 은퇴 이후 여러 프로팀에서 코치직 제안이 왔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건 유소년이다. “늘 꿈과 목표는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 선수 때 월드컵 무대를 밟는 게 꿈이나, 목표는 국가대표가 우선되는 것이다. 지도자로 꿈도 코치든, 트레이너든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연령대 유소년을 지도하고 프로 감독을 거쳐야 한다. 꿈을 위한 과정에서 유소년 팀을 반드시 해야한다고 여겼다. 프로팀 유혹이 있었으나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우리 아이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 은사에게 전수받은 규율 속 존중의 가치

2002년 울산에서 프로로 데뷔한 변 감독은 왼쪽 수비수로 활약하며 부산 제주 성남 안양 등을 거쳤다. K리그 통산 161경기 1골 4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누빈 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뛴 호주 A리그. 매시즌 주전으로 뛰며 우승컵까지 들어올린 희열 뿐 아니라 지도자로 초석을 다지는 데 밑거름이 됐다. 변 감독은 “내 경력에서 특이한 점은 13년 중 외국인 감독과 6년 가까이 보낸 것이다. 부산에서 앤디 애글리, 제주에서 알툴 감독을 만났다. A리그에선 체코, 호주 출신 감독의 지도를 받았는데, 자연스럽게 외국식 오픈마인드를 받아들이게 되더라”고 했다.

가장 영향을 끼친 건 시드니 시절 비테스라브 라빅카 감독이다. “한국 지도자도 선진 축구 감독 못지않게 좋은 프로그램을 지녔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감독은 선수의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이라며 “라빅카 감독은 일관성 있게 선수에게 먼저 다가섰다. 특정 선수가 경기 중 실수할 수 있는데, 한 번도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다. 다음날 ‘굿모닝’이라며 그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더라. ‘잘 준비해서 다음엔 꼭 이기자’, ‘네가 필요하다’며 매순간 흔들리지 않더라”고 했다. 그 속에서 변 감독이 바라본 건 단순히 선수 편에 서는 지도자가 아니다. 엄격한 규율 속 존중의 가치를 심어 ‘원 팀’으로 거듭나게 한 것이다. “라빅카 감독은 규정을 어기면 가차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신뢰가 더 쌓이고, 믿고 따르더라. 나 역시 어린 제자들이지만, 먼저 존중하려고 한다. 규율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같다.”

변성환과 아이들

◇ 보스 기질은 버려라, 행동이 진심이다

단 기간에 호성적을 거둔 건 이 같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믿음의 축구 뿐 아니라 선수 장점에 중심을 둔 관점이다. “유소년은 자기 색깔이 확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난 단점보다 장점을 보려고 한다. 더구나 성남 유소년 팀은 그간 선수 수급 과정에서 수도권 경쟁 팀에 S급 자원을 대부분 내줬다. 그만큼 성남은 피해의식이 큰 친구들이 많다. 그들에게 눈높이를 맞춰 장점을 강조해 자신감을 심어주니 경기력이 좋아졌다.”

지도자에게 보스 기질은 필요 없다는 것도 변 감독이 강조하는 덕목이다. 실제 헤네프체육학교에서도 몸을 풀기 위해 플라스틱 콘(원뿔 모양의 훈련도구)을 직접 놓은 변 감독은 함께 공을 찼다. 막바지 미니게임을 할 때도 함께 공을 차며 구슬땀을 흘렸다. 동시에 호루라기를 불며 심판 구실까지, 1인 2역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떠한가. 지도자라고 무게만 잡고 지시만 해서는 따라올 수 없다. 절대 배 볼록하게 나와서 먼 발치서 손가락질만 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 뿐 아니라 성남 유소년 코치진의 최대 장점인 것 같다. 유소년 교육은 지도자가 직접 몸으로 보여줄 준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