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KIA 조계현 코치, \'유희관! 파이팅하자~\'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두산의 유희관이 경기전 KIA의 조계현코치를 찾아가 인사를 나눴다. 헤어지면서 두사람이 주먹을 맞대고 있다.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빠른 공은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싱킹 패스트볼 정도로 구분되는데, 공통점은 투수들이 때린다는 느낌으로 공을 내박치는 데 있다. 프로 투수들은 공을 던질 때 “때린다”고 표현한다. 공을 놓는 순간 공을 때릴 만큼 강하게 던지는데, 릴리스 포인트에서 손가락 끝에서 강하게 찍어 긁으면 ‘틱’ 하는 소리와 함께 회전이 더 걸린다. 손가락 끝에는 따끔할 정도로 화끈함이 느껴지고 때로는 손가락 피부가 벗겨지거나 물집이 생긴다. 빠른 공의 맏형은 포심 패스트볼인데 검지와 중지를 좁게 잡으면 구속이 빨라지고 제구력은 떨어진다. 반면 검지와 중지를 넓게 잡으면 제구는 잘 되지만 구속은 떨어진다. 포심 패스트볼과 같은 속구가 포수의 양쪽 무릎으로 파고들면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타자도 치기 힘들다. 속구는 여러 구종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구질이다. 빠른 공의 위력이 있어야 변화구도 통한다.

변화구는 휘는 방향의 다양성만큼 종류가 많다. 변화구를 던질 때 기본적으로 공과 손을 밀착해야 회전을 더 줄 수 있다. 가장 오래된 변화구는 커브다. 속구와 반대로 회전하면서 날아가기에 포물선을 그리며 타자 앞에서 떨어진다. 슬라이더는 속구처럼 던지는데, 공의 측면을 긁으면서 던지기에 주로 횡으로 휜다. 슬라이더는 투수들이 가장 컨트롤을 하기에 쉬운 변화구로, 손목의 회전을 많이 주면 슬러브가 되고 손가락으로 찍어 눌러 던지면 커터가 된다. 역회전이 들어가는 체인지업은 속구처럼 날아가다가 슬라이더와 반대 방향으로 휘면서 떨어진다. 그 외에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는 포크볼과 스플리터(반포크)가 있다. 같은 변화구라도 투수마다 자신의 손에 맞게 던지다 보니 조금씩 다르다. 변화구를 구사할 때 조심해야 하는 점은, 속구보다 느리기 때문에 밋밋하게 던지면 맞을 수밖에 없다. 변화구의 생명은 날카로운 각도에 있다. 그리고 헛스윙을 유도하기보다는 땅볼을 이끌어내는 게 지향점이다. 정상급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빠른공과 변화구 1~2개 정도는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이 필수다.

변화구 중에 사회인 야구에서도 보기 드문 이퓨스(Eephus)라는 구종이 있다. 일종의 초슬로 커브다. 2014년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서 도카이다이욘 고교의 투수 니시지마 료타는 규슈국제대학부속고와의 경기에서 1실점 완투승을 따냈는데, 그때 구속 측정이 안 될 만큼 느린 공을 섞어 던졌다. 구속이 50㎞ 정도로 추정되는 그 공은 중계 화면에 잡히지 않을 만큼 높이 솟았다가 홈 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졌다. 이퓨스였다. 일각에서 이퓨스 피칭은 “투구도 아니다”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일본인 강속구 투수 다르빗슈 유는 “공을 잘라서 던지는 것도 아니고 이퓨스는 가장 던지기 어려운 구질의 공이다. 그 공을 비판하는 사람은 투수를 해본 적이 없을 것”이라며 초저속 공에 대한 소신 발언을 했다. 본인도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153㎞의 빠른 공 다음에 103㎞의 느린 공을 던져 삼진을 솎아내기도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와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투수로 뛸 때 이퓨스를 구사한 타다노 카즈히토는 일본 방송 프로그램에서 직접 그 구종을 시연했다. 높이는 기린의 키보다 높은 4m 20cm까지 솟았고 구속은 39km, 홈 플레이트까지 도달하는 데는 일반적인 빠른 공보다 1초가량 늦은 1.8초가 나왔다. 이퓨스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던지기 힘들다. 제구가 힘들뿐더러 약하게 던지면 맞는다는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빠른 공에 적응된 프로 무대의 타자들이 이퓨스를 공략하지 못했다. 희귀한 구질이기도 하고, 빠른 공은 스윙 궤적이 선과 선으로 만나지만, 이퓨스는 하나의 점을 쳐야 하기 때문이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공은 타자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그리고 설령 건드려도 느린 공은 반발력이 약해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유희관이 70km대 느린 공을 가끔 구사한다. 야구는 타이밍 싸움이라는 걸 실천하는 용감한 투수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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