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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고 박성민이 24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 | 도영인기자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축구 명문고는 여러군데 있다. 그 중에서도 국가대표 선수를 많이 배출한 학교로는 1982년 창단한 인천 부평고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02 한·일월드컵 멤버인 김남일과 이천수를 비롯해 김정우 이근호 최태욱 조용형 등 한국 축구를 빛낸 굵직한 스타들이 모두 부평고 출신이다.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던 부평고는 지난 8월 전남 영광에서 열린 제48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 대회에서는 깜짝 스타도 탄생했다. 등번호 12번을 단 부평고 2학년 박성민(17)이 대회 6골로 생애 첫 득점왕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공격수는 내 운명

박성민은 축구 선수로 첫 발을 내딛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오로지 공격수만 원했다. 하지만 또래에 비해 체격 조건이 좋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특출날게 없었던 그에게 지도자들은 수비수를 추천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때 인천 유나이티드 산하의 U-12 팀에 입단한 뒤 줄곧 수비 라인을 벗어나지 못했다. 광성중 시절에는 지역대회에서 최우수 수비상도 종종 받을 정도로 중앙수비수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박성민의 머릿속에서 언제나 공격수 생각만 가득했다. 그는 “수비수로서 대인 방어를 많이했다. 내가 마크해야 할 공격수를 볼과 관계없이 졸졸 쫒아다니는게 너무 싫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수비수로 뛰면서도 공격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에는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공격 훈련을 할 정도로 애착이 강했다. 그는 “포지션별로 훈련을 따로 하다보니 수비수인 내가 공격 훈련을 할 기회는 당연히 없었다. 그래서 슛 훈련이라도 마음놓고 하려면 새벽시간에나 가능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공격수를 꿈꾸던 박성민은 고교 진학때 승부수를 던졌다. 광성중 출신들은 인천 구단의 유스 상위 학교인 대건고 진학을 원한다. 박성민도 대건고로 진학할 기회가 찾아왔지만 부평고 입학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이유는 공격수로 변신을 꾀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대건고에 가면 내가 수비수로 뛴 경력때문에 공격수 전향이 힘들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공격수로 뛸 수 있는 학교를 찾았고, 부평고에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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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고 박성민이 24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 | 도영인기자

◇공격수로 전향하자마자 반전 스토리를 쓰고 있는 박성민

박성민은 부평고에 진학하면 당장 공격수로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중학교에서 3년 내내 수비수로 활약한 선수가 하루 아침에 공격수로 전향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부평고 서기복 감독은 “성민이가 축구를 시작할 때 공격수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워낙 체격조건이 좋고, 무엇보다 공격수로서 기술이나 움직임에 대한 습득력이 빨라서 좋은 공격수가 될 자질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공격수로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개인 훈련시간에는 일부러 공격 훈련만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결국 지난해 8월 지역 대회를 통해 공격수로서 공식 경기 데뷔전을 치렀고, 첫 득점도 올렸다. 이후에는 수비수와 공격수를 오고 가면서 원치 않는 멀티플레이어가 됐다. 올 상반기만해도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뒤 팀이 리드를 당하면 조커로 공격에 참여하는 상황이 잦았다. 하지만 공격수로 나설 때마다 중요한 순간에 골을 기록하면서 점차 스트라이커로서의 비중이 늘어갔다.

결국 지난 8월 열린 대통령금배에서 처음으로 붙박이 공격수의 임무를 맡은 박성민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아다녔다. 특히 신갈고와의 결승전에서는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멀티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을 차지해 공격수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았다. 서 감독은 “성민이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특히 파워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월등하다. 그래서인지 볼 간수 능력이나 키핑이 아주 좋다. 최고 강점은 수비수 경력이 있어서인지 공격수지만 정말 수비 참여가 좋다. 고교축구에서 이렇게 열심히 상대를 압박하는 공격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때 지도자의 눈을 피해 공격수 훈련을 했던 박성민은 이제 떳떳하게 부평고의 최전방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는 “사실 수비수로 오랜시간 활동을 했기 때문에 수비를 보는게 편하다. 하지만 공격수로 그라운드를 누빌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아직 공격수로서 보여준 것이 많지 않다.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최고의 공격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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