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박병호와 악수 나누는 김인식 감독
야구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오른쪽)이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한국과 미국의 결승전에서 미국에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확정지은 뒤 박병호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5. 11. 21. 도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국민감독’ 김인식(68)의 위대한 도전은 과연 계속될까?

그의 이름 앞에 괜히 ‘국민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을 맡아 갖은 악재를 딛고 대회 초대 우승을 일궈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2006년과 2009년 1·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연속 4강 신화를 일궈내며 ‘위대한 도전’에 성공했던 김 감독이 프리미어12에서도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던 한국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 놓은 것이다. 한국은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으로 영원히 역사에 남게 됐다.

김 감독은 2009년 WBC를 끝으로 지휘봉을 놓고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을 맡았다. 프리미어12를 앞두고는 현역 감독들이 모두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했다. 시즌 종료 직후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현역 감독이 소속팀에 신경을 쓰면서 대표팀까지 준비하는 것은 커다란 부담이었다. 결국 ‘독이 든 성배’는 다시 김 감독에게 돌아왔다. 그러나 김 감독은 묵묵히 대표팀을 최고의 팀으로 조련했다. 믿음과 뚝심의 리더십으로 한국 최고의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풍부한 경험과 신기에 가까운 용인술로 최고의 결과를 끌어냈다. 부족한 정보, 불리한 일정, 개최국의 텃세 등도 김인식호의 쾌속 질주를 막지 못했다.

◇기적의 드라마 만드는 김인식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접전과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그러나 김인식호는 출발부터 걱정투성이였다. 일부 주축 선수들이 부상 등을 이유로 대표팀 합류를 고사했고, 주요 불펜요원들은 도박 스캔들로 빠지게 됐다. 예전보다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KBO 포스트시즌 일정으로 완전체 대표팀 구성도 늦었다. 대표팀 상비군을 두긴 했지만 소속팀들의 사정상 원하는 선수를 모두 수급하지 못했다. 포지션 별로 나누지 못해 연습경기도 원활하게 하지 못해 김 감독의 고민도 많았다. 특히 “타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투수가 걱정”이라며 투수들의 보직을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

그러나 없는 살림이라고 불평만 하지 않았다. 선발투수를 길게 쓰지 못할 때는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단행해 상대 흐름을 끊어가며 승리를 일궈냈다. 김 감독은 “일본이나 미국처럼 선발투수가 확실하면 뒤를 편하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투수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타자들 역시 당일 컨디션과 상대 투수, 경기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며 기민하게 움직였다. 일본전에서 선발으로 예상됐던 손아섭을 히든카드로 남겨뒀다가 9회 대타카드로 활용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게 좋은 예다.

때로는 한마디 말이 백만대군 이상의 효과를 낸다. 김 감독의 말이 그랬다. 김 감독은 처음 모인 선수들 앞에서 “여러분은 한국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다. 본인과 나라의 명예를 걸고 해달라”며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자부심을 고취시켰고 “대표팀은 여러 팀 선수들이 모인 안에서 서로 팀워크를 다져야 한다.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서로 의견이 맞지 않더라도 돕고 해야한다”고 끊임없이 팀워크를 강조했다.

[SS포토]프리미어12 우승 김인식 감독의 헹가래
야구대표팀이 21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한국과 미국의 결승전에서 미국에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한 뒤 김인식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2015. 11. 21. 도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2017 WBC도 지휘봉 잡나?

대표팀은 2017년 3월로 예정된 WBC를 곧 준비해야 한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대표팀을 다시 구성해야 하는데 꾸준히 선수들을 살피고 대표팀에만 집중해 최상의 전력을 구축할 감독은 없다. 한국에 막혀 3위로 대회를 마친 일본은 이미 고쿠보 히로키(44) 전임감독에게 WBC까지 대표팀을 맡겨놨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 금메달이란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준비 중이다. 한국은 여전히 전임감독제 시행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전임감독제 도입 문제는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당연히 김 감독이 유력한 후보다. 언제나 국제대회에서 전력 이상의 성적을 끌어낸 김 감독은 너무나 매력적인 카드다. KBO 관계자는 “WBC가 2017년 열린다지만 내년 시즌부터 대표팀 구성 등에 신경써야 한다”면서도 “전임감독제는 아직 논의 중이다. 조심스럽지만 전임감독제가 도입된다면 김 감독님이 좋지 않을까 한다. 지금 코치진 구성도 상당히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대회 기간 동안 전임감독제를 놓고 말을 아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을 이끄는 것은 늘 명예로운 일”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노감독의 어깨에 또다시 무거운 짐을 올려놓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 감독의 연륜과 지도력은 이미 검증이 됐지만 언제까지 김 감독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이제부터라도 ‘포스트 김인식’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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