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프리미어 12\' 정근우, 2루심의 아쉬운 판정에 어깨라도...
야구대표팀의 2루수 정근우가 15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 구장에서 진행된 ‘2015 프리미어 12’ 미국과의 경기에서 10회 승부 치기 상황에서 2루 도루를 저지하기 위해 태그했음에도 세이프 판정이 받자 2루심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당황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타이베이(대만)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프리미어12’가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프리미어(Premier)는 최고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의미대로 WBSC랭킹 상위 12개 국가 대표팀이 참가해 자웅을 겨룬다. WBSC(World Baseball Softball Confederation)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으로 이번 2015프리미어12의 주관단체다. 그런데 사실상의 주체는 일본프로기구(NPB)다. 문제는 최고라는 이름을 붙였으면 그에 걸맞은 경기내용과 운영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졸속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시작부터 이상했다. 한국과 일본의 공식 개막전이 일본 삿포로에서 열렸다. 나머지 예선전은 대만에서 열렸다. 한국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일본 삿포로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에게 완패했는데, 경기 전날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일본은 익숙한 구장에서 편하게 경기에 힘했고 우리는 낯선 곳에서 불편했다.

조 편성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일본과 함께 이번 대회 공동개최국인 대만은 캐나다, 네덜란드, 푸에르토리코, 이탈리아와 한 조를 이루며 강적인 한국,일본,미국을 모두 피했다. 첫 경기를 삿포로돔에서 치른 일본처럼 홈어드벤티지를 누리며 무난한 8강행을 노렸다. 하지만 예선전에서 푸에르토리코에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탈락했다.

대만에서 진행된 예선전도 국제대회 같지 않은 주먹구구식 운영이 도마위에 올랐다. 8강이 열리는 장소와 시간이 사전 공지되지 않고 예선전이 끝난 뒤로 미뤄졌다. 개최국인 일본과 대만에게 유리한 일정을 잡기 위해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한국과 쿠바의 8강 경기 장소도 티엔무 구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숙소에서 2시간 떨어진 타이중으로 바뀌었다. 경기시간도 30분씩 특별한 설명없이 늦춰졌다.

[SS포토] \'프리미어 12\' 미국전 오심에 항의하는 야구팬!
야구대표팀을 응원하는 한 남성팬이 16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진행된 ‘2015 프리미어 12’ 쿠바와의 8강전에서 ‘오심의 역사, 당당하라 대한민국’이란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타이중(대만)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심판자질과 배정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대만 국적의 왕청헝 심판은 15일 한국과 미국과의 경기에서 연장 승부치기에서 결정적 오심을 범했다. 한국은 이후 안타를 내주며 패했고 조 3위로 예선을 마쳤다. 이날 일본인 기타카 아쓰시 주심은 한국 타자들을 상대로 스트라이크존을 넓히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일본 역시 ‘프리미어12’를 수준미달의 대회로 깎아내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개막전 횡포에 이어 준결승도 20일에서 19일로 당기며 자국에게 유리하게 배정했다. 만약 19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준결승에서 승리하면 하루를 쉬고 21일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다른조는 20일 준결승을 치르고 승자가 다음날 곧바로 결승을 치른다. 일본은 우승까지 계산하고 있지만, 준결승 상대가 바로 한국대표팀이라는 점이다.

한국 선수들은 “고등학교 전국대회도 이런 식으로는 운영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일본의 우승을 위한 대회인 것 같은데, 우리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라며 다시 만나는 일본과의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프리미어12’는 야구의 올림픽 복귀를 위해 거창하게 출범했다. 그러나 경기일정, 조편성, 심판배정, 화재 등에서 국제대회 같지 않은 모습으로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포츠의 기본적인 정신을 망각하고 있다. 스포츠는 동등한 조건에서 늘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는데 의미가 있다. 각각의 변수와 예상을 뛰어넘는 시나리오는 양 팀이 야구장에서 부딪히는 상황에서 연출되어야 한다. 뒤죽박죽 일정변경과 눈에 훤히 보이는 홈어드밴티지에 있지 않다. ‘프리미어12’가 말로만 격조 높은 국제대회를 표방하고 개최국의 우승과 흥행을 위한 대회로 일관한다면, 각나라 대표팀은 들러리일 뿐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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