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두산 KS 우승, 정상에 14년만에 오르다
두산이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해 14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선수들이 우승을 확정지은 후 환호하고 있다.2015. 10. 31.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두산이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포스트시즌 14경기를 치르는 대장정끝에 14년만에 대망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을 달성했다. 2001년 10월 28일 삼성을 4승2패로 꺾고 우승한 이후 5116일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오렸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후 준PO부터 시작해 KS 우승을 일궈낸 경우는 3차례가 있었다. 1992년 롯데, 2001년 두산이 주인공이었는데 두산은 다시 한 번 대역전 신화를 쓰며 ‘미러클 두산’ 의 위용을 만방에 과시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 시즌 팀당 144경기의 대장정을 치르며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포스트시즌에서 14경기를 더 치르고 우승을 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두산의 우승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패배가 보약’ 마음 비우고 즐기는 야구 우승 원동력

두산은 정규시즌 막판 천신만고 끝에 넥센을 제치고 3위로 준PO에 진출했다.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올라온 넥센과 맞붙었는데 전력은 비등했지만 상대가 한 경기를 더 치르고 올라와 이기면 본전, 지면 망신이라는 부담속에 준PO를 시작했다. 2승1패로 앞선 가운데 맞이한 4차전에서 선발이 조기에 무너지고 허약한 불펜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하며 2-9로 끌려갔다. 김태형 감독조차 경기를 포기한 순간 타선이 야금야금 점수를 내며 따라붙더니 9회초 기적처럼 6점을 뽑아내며 11-9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PO에 진출했다. 경기를 포기한 순간 선수들이 편안한 자세로 임하며 특유의 끈질긴 맛이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두산은 PO에서 NC와 맞붙었는데 마산 원정 1차전에서 먼저 1승을 거뒀지만 2차전과 잠실 3차전에 패배하며 1승2패로 밀려 패색이 짙어졌다. 특히 PO 3차전에서는 선발 유희관이 2.1이닝만에 조기 강판된 뒤 나가는 불펜 투수마다 두들겨 맞으며 2-16으로 대패를 당했다. 이미 준PO부터 시작해 7경기를 치러 힘도 부치던 터에 대패를 당했으니 팀 분위기와 체력이 곤두박질칠만 했다. 그런데 두산 선수들은 패배의 순간 긴장이 이완되면서 즐기는 야구로 돌변했다. 주장 오재원부터 어린 선수들까지 “우리는 할 만큼 했다. 우리 전력이 이 정도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어디가 될 지는 모르지만 시리즈가 끝나면 잠실구장 인근 식당에서 고기 회식이나 하자”며 선수들끼리 의기 투합했다. 다음날 경기장에 나타난 선수들은 대패로 의기소침할 법했지만 마움을 비운 탓인지 평소보다 더 활기차고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니퍼트와 이현승의 역투, 그리고 활발하게 터진 타선의 힘으로 4차전을 거머쥔 두산은 5차전마저 승리하며 대망의 KS에 진출했다.

패배에 익숙(?)해지며 즐기는 야구의 힘은 KS에서 그대로 발현됐다. KS 1차전에서 8-4로 리드하다 어이없는 야수실책이 나오며 8-9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선수들의 기세는 위축되지 않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2차전에서 승리하며 1승1패 균형을 맞춘데 이어 잠실에서 열린 3~5차전을 내리 쓸어담으며 대망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양의지 정수빈 부상투혼 ‘팀 투혼에 불 지폈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치명적인 악재도 많이 나왔다. 준PO 1차전에 구원등판했던 외국인투수 앤서니 스와잭이 오른팔 통증을 호소하며 빠졌는데 사실상 태업이나 다름없었다. PO 2차전에서는 주전포수 양의지가 NC 나성범의 파울타구에 오른쪽 엄지발톱을 맞아 미세골절 부상을 당했다. 주전포수가 빠지는 수난속에 PO 2,3차전을 내줬는데 양의지가 발가락 뼈가 부러지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4차전에 포수마스크를 쓰고 선발 등판해 선수들의 투혼에 불을 지폈다. 이후 선수들은 피로나 타박상 등 잔부상 등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뼈가 부러지고 뛰는 선수도 있는데…”라며 투지를 불살랐다. KS에서는 정수빈이 부상 투혼을 이어갔다. KS 1차전에서 2안타 맹타를 휘두르다 6회 박근홍의 투구에 왼손 검지손가락을 맞아 6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었지만 잠실에서 열린 KS 3차전에 왼손검지에 붕대를 두르고 출전하는 투혼을 보였다. 거듭된 부상투혼이 선수들을 하나로 단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고, 투타가 일심동체가 돼 1패 뒤 4연승의 기적을 일궈냈다.

◇‘팀 두산’ 모두가 우승 일등공신

두산의 우승주역은 누구 하나를 손꼽기 힘들 정도다.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PS 4승, 방어율 0)와 장원준(3승)이 최고의 원투펀치 역할을 하며 마운드를 이끌었고 마무리 이현승은 이기는 경기마다 나와 승리를 매조지했다. 노경은은 절체절명의 순간인 KS 4차전에서 눈부신 구원역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고, 준PO와 PO에서 부진했던 18승투수 유희관은 KS 5차전에서 6이닝 2실점 투구로 명예회복을 했다. 타선도 돌아가며 맹활약했다. 정수빈 허경민 박건우 등 2009년 입단 동기생들과 김현수 민병헌 김재호 오재원 등 베테랑들이 모두 제 몫을 해냈다. 무엇보다 두산의 맏형 홍성흔부터 막내 투수 남경호까지 더그아웃에서 혼연일체가 되며 팀에 파이팅을 불러일으키며 ‘미라클 두산’을 완성시켰다. 모두가 우승의 주역이었고, 일등공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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