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프
파블로프. 제공 | 러브락컴퍼니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

실시간 음원 차트 1~100위를 살펴봐도 딱히 마음에 와닿는 노래를 만나지 못할 때, 인디 음악에 귀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올해 초 만난 한 뮤지션은 단언했다.“홍보-마케팅이 열악해서 알려질 계기가 없을 뿐이지 국내 인디신에 정말 다양하고 훌륭한 뮤지션이 많다. 둘러보면 반드시 자신과 색깔이 맞는 아티스트, 음악을 발견할 수 있다. 인디 음악을 들어야 할 이유? 안 들으면 손해다.”이번에 소개할 팀은 최근 인디신에서 주목받는 4인조 록밴드 파블로프(보컬 오도함, 기타 류준, 베이스 박준철, 드럼 조동원)다. 펑크와 로큰롤의 원초적인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국 가요의 영향을 받은 묘한 사운드를 구현 중인 파블로프는 최근 ‘파블로프 사운드의 결정판이자 완전체’라고 자부하는 싱글 ‘이럴 때가 아냐’를 발표한 뒤 호평을 받고 있다.파블로프가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도 이 팀이 지닌, 자유러우면서 진정성있는 ‘록 스피릿’이 느껴진다. 다음은 편지 전문.
파블로프
파블로프. 제공 | 러브락컴퍼니

안녕하세요 파블로프 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파블로프에 관련된 몇가지 진실을 전해드리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제발 읽어야 합니다. 현재 몇몇 세력이 진실을 호도하려고 합니다.

1.파블로프는 록 밴드입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록은 시끄럽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편견이 맞습니다.

서울은 때로는 록보다 더 시끄러운 곳이기도 합니다.

복작복작거리고, 매일매일 사건 사고가 터집니다.

우리는 그런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대체 뭐냐구요?

애초에 글로 설명이 가능한 음악이었으면 음악으로 안하고 글로 썼겠죠?

2. 현대인들은 바쁩니다.

아마 이 글을 읽을 시간도 없이 바쁠 것 입니다.

파블로프의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러올 시간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가장 파블로프다운 곡을 딱 한곡 준비했습니다.

‘이럴 때가 아냐’를 들으면 됩니다.

1분 미리 듣기로 들어도 됩니다.

혹시 시간이 좀 여유로운 분들이 계시다면, 와 정말 행운입니다!

파블로프의 1집 앨범 ‘26’과 미니앨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 있습니다. 모두 들어보십시오.

혹시 소양인 체질을 가진 것처럼 성격이 급하시다면 그냥 공연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어차피 노래가 엄청 쉽기 때문에 금방 좋아할 수 있습니다.

이도저도 귀찮으신 분들은 어쩌냐구요?

애초에 여기까지 안 읽었겠지요.

그러니까 그런 분들을 놀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안 읽은 분들은 아주 바보입니다.

3. 소속사가 망하기 직전입니다.

하지만 도박사의 손엔 아직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도함(보컬),류준(기타), 박준철(베이스), 조동원 (드럼). 즉, 파블로프 입니다!

이 사람들은 고교 동창생들인데 스물 아홉이 된 지금까지도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록을 잘합니다.

이젠 아주… 못하는게 오히려 어렵습니다.

그런데 잠깐, 스트레이트 플러시는 5장의 카드가 필요한데, 나머지 한장은 뭐냐구요?

토요일 저녁마다 하는 예능 프로그램?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서 실시간 검색어 오르기?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정말 궁금해 하실 겁니다.

그런데 아직 알려드릴 순 없습니다.

판돈을 레이즈 하지도 않았는데 카드를 모두 오픈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 도박을 끝까지 지켜 보십시오.

파블로프 드림.

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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