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우리는 벨기에 가족\'
[스포츠서울]벨기에 축구팬들이 지난 해 6월27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예선 한국-벨기에전에 앞서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응원전을 펼쳤다. 상파울루(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 하는 대표팀이 정작 유럽에선 6위밖에 안 된다.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오른 벨기에 대표팀이 국제축구계 새로운 논쟁 거리로 등장했다. 벨기에는 14일(한국시간) 열린 이스라엘과의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예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3-1로 승리하고 10월 A매치 일정을 마쳤다. 그리고 귀중한 한 가지를 얻었다. 내달 1일 발표 예정인 11월 FIFA 랭킹에서 아르헨티나와 독일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황금세대’를 구축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벨기에의 대약진은 분명 경이로운 일이다. 문제는 그들이 벨기에가 과연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만큼 합당한 실력과 오랜 기간 꾸준한 성적을 냈는가다. 지난 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 8강에 올랐던 그들의 모습은 세계 1위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벨기에가 속한 유럽축구연맹(UEFA) 랭킹에선 6위에 불과하다. 이는 날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FIFA 랭킹의 공정성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가 유럽 6위, 왜?

세계 1위가 유럽 6위에 그치는 아이러니는 두 랭킹의 산정 방식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FIFA 랭킹은 한 대표팀의 최근 4년간 A매치 결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가장 최근 1년간 치른 A매치에 많은 가중치를, 그 전에 벌인 A매치엔 적은 가중치를 두는 시간대별 차등 방식을 기본으로, 상대국 FIFA 랭킹, 대륙별 계수(유럽, 남미가 높음), 월드컵 본선·예선·평가전 등 A매치 중요도도 고려한다.

반면 UEFA 랭킹은 좀 더 복잡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2015년 11월 공식 발표될 UEFA 랭킹을 예로 들면, 평가전 성적을 배제한 채, 한 대표팀의 유로 2012 예선 및 본선 성적,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 및 본선 성적, 그리고 유로 2016 예선 성적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점수를 산출한다. 여기에 프랑스처럼 유로 2016 본선을 개최, 유로 2016 예선에 아예 불참한 국가에 대해선 이를 고려한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결국 FIFA 랭킹이 최근 4년간 치른 모든 A매치를 점수화하고 있다면, UEFA 랭킹은 유로 2012 예선이 시작된 2010년부터 5년간 A매치를 점수화한다. 또 다른 차이점은 UEFA 랭킹의 경우, 월드컵 본선을 제외하고 같은 유럽 국가들간 경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반면 FIFA 랭킹은 다른 대륙과 단순 평가전을 치러도 점수에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마지막은 스코어 차다. FIFA 랭킹에선 A팀이 B팀을 1-0으로 이기나, 10-0으로 이기나 얻는 FIFA 랭킹 점수가 똑같다. UEFA 랭킹은 스코어 차도 반영한다.

◇FIFA 랭킹, 이젠 숫자가 아니다

이에 따라 벨기에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도 정작 유럽에선 6위에 그쳤다. 벨기에보다 점수가 뒤지는 프랑스가 개최국 자격으로 1그룹(톱시드)를 얻었기 때문에, 유럽 5위 네덜란드가 유로 2016 본선 진출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본선 조추첨에서 2그룹으로 밀려나는 우스운 일이 일어날 뻔 했다. 현재 UEFA 랭킹 1~8위는 독일, 스페인, 잉글랜드, 포르투갈,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순이다. 반면 FIFA 랭킹 유럽 1~8위는 벨기에,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루마니아 순이다. FIFA 랭킹이 유럽에서 9위인 웨일스 UEFA 랭킹이 20위권 밖이라는 점도 재밌다.

FIFA 랭킹이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점점 효력을 잃고 있다. 월드컵 예선과 본선 그룹 배정을 모두 FIFA 랭킹에 따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김보경 블랙번 입단 좌절에서 보듯 한 선수의 구단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평가전을 잡을 때도 두 나라가 서로의 FIFA 랭킹을 보고 매치 성사 여부를 결정한”고 밝혔다. 벨기에 ‘세계 랭킹 1위’가 큰 논란이 되는 이유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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