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
NC 나성범이 13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군과의 연습경기에 깜짝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 제공 | NC

[스포츠서울 김경윤기자]프로 데뷔 직후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했던 NC 나성범(26)이 4년 만에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던졌다. 이벤트 성으로 투구를 한 것이 아니라, 플레이오프(PO)를 대비한 실전 연습 경기에서 정식으로 공을 뿌렸다. 나성범은 13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1군과 2군의 연습 경기 8회에 마운드에 올라 강구성을 상대로 직구 3개를 던져 중견수 뜬 공으로 잡았다. 최고구속은 142㎞를 찍었다. 나성범은 왜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일까? 그는 PO에서 투수로 출전하게 될까?

◇나성범은 왜 마운드에 올라갔나?

나성범은 프로 입단 직전까지 대학리그를 평정한 좌완 파이어볼러 였다. 연세대 재학 시절 뉴욕 양키스를 비롯해 수 많은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표적이 됐을 만큼 기량이 좋았다. 하지만 나성범은 NC 입단 직후 타자로 전향했다. 그의 체격 조건과 재능을 눈여겨본 NC 김경문 감독이 타자로 전향시켰다. 나성범은 변신에 성공했고 2012년 이후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서지 않았다. 나성범의 깜짝 등판은 13일 연습 경기 도중에 이뤄졌다. 그는 13일 밤 전화통화에서 “연습 경기 중 갑자기 감독님께서 불펜 피칭을 해보라고 지시를 내리셨다. 외야 수비를 보다가 불펜으로 이동해 공을 몇 개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가 피칭을 했다. 4년 만에 실전 경기에서 투구를 했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경기 막판이라 체력이 약간 떨어져 있어 구속이 많이 나오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나성범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야수에서 다시 투수로 전향한 것은 아니다. 감독님께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투구를 지시하신 것이다. 만약 PO에서 투수 출전 지시가 떨어질 경우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겠다. 자신있다”라고 말했다. 나성범의 말마따나 김경문 감독의 깜짝 지시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나성범의 실전경기 투수 출전에 대해 “우리가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준비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단기전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이 발생한다. 김 감독은 PO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철저히 준비 하고 있다. 나성범의 투구 훈련도 PO 준비과정의 하나다.

나성범의 투구 훈련은 팀 전력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NC 좌완 투수 자원은 노성호, 임정호, 이혜천, 민성기, 손정욱이 있다. 이중 올시즌 방어율 5점대 미만의 성적을 낸 이는 임정호와 민성기 뿐이다. NC 최일언 투수 코치는 “현재 우리 팀엔 가용할 수 있는 투수 자원이 많이 없다. 장난삼아 나성범에게 공을 던지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쓰기 위해 훈련을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범의 공은 어땠나?

나성범은 본인의 투구 내용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그와 상대했던 강구성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구성은 “(나)성범이 형은 따로 훈련도 안 했는데, 보통 투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공이 날아왔다. 솔직히 놀랐다. PO까지 남은 기간동안 준비를 잘 하면 여느 1군 투수 못지 않게 공을 던질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나성범의 투구훈련과 연습 경기 투입은 단기 전에서 진짜 급한 경우를 대비해 만든 훈련 과정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나)성범이가 투수로 전향할 일은 없지만 이번 PO 만약의 상황엔 짧게 공을 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성범의 투수 투입에 대한 로드맵은 어느 정도 짜여진 상태다. 승부가 백중지세로 진행될 때 나성범을 투수로 투입하긴 힘들지만, 크게 끌려가는 상황이라면 투수 자원을 아끼는 차원에서 그를 마운드에 세울 수도 있다. 상대팀을 교란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최근 투수 나성범과 투타 맞대결을 펼친 야수는 거의 없다. 상대 타자 입장에선 나성범의 공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타격 흐름이 끊길 수도 있다.

나성범이 투수로 완전히 전향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나성범은 “절대 투수 전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일언 투수코치도 “나성범은 타자로 전향한 뒤 체형이 완전히 변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투·타를 겸하는 오오타니는 본래 주보직이 투수였다가 배트까지 든 것이다. 나성범과는 다르다”라고 잘라 말했다.

bicycl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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