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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한지훈통신원]웨일스 국기를 두른 두 소녀가 14일 열린 웨일스-안도라 맞대결을 관전한 뒤 돌아가고 있다.
국내 언론사 프리미어리그 통신원 가운데 유일하게 웨일스 중심도시 카디프에 거주하는 한지훈 통신원이 ‘한지훈의 웨일스 스토리’를 한 달에 2회 정도 연재합니다. 최근 축구와 럭비가 동시에 두각을 나타내며 전세계 스포츠팬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웨일스 현지 생생한 소식을 독자들이 느끼시길 바립니다.<편집자주>

[카디프(영국)=스포츠서울 한지훈통신원]요즘 웨일스는 난리가 났다. 그 동안 부진했던 축구와 럭비가 한꺼번에 실력 발휘하며 연일 승전보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총 4개팀이 두 종목에 출전한다. 수도 런던이 있는 잉글랜드와 알렉스 퍼거슨 등 명장들을 배출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섬 한 켠에 자리잡은 북아일랜드, 그리고 필자가 살고 있는 그레이트 브리튼 섬 남서부 웨일스다. 그 웨일스가 요즘은 영국 전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축구대표팀이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본선에 진출, 웨일스 전역이 축제 분위기다. 14일(한국시간) 카디프에서 열린 웨일스와 안도라의 유로 2016 예선 B조 최종전. 지난 9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패했음에도 사상 첫 유럽선수권 본선행을 확정짓고 돌아온 웨일스인들은 이날 신나는 자축 파티를 벌였다. 필자 집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카디프 경기장은 대낮부터 붉은색 웨일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이들로 시끌벅적했다. 펍도 그랬다. 거리엔 이날 안도라전과 18일 열리는 럭비 월드컵 8강전 중계를 알리는 간판이 꽤 많았다. 카디프 경기장은 일찌감치 좌석이 동이 났고, 프레스석도 예전보다 더 몰려든 국내 미디어 때문에 꽉 찼다.

크리스 콜먼이 이끄는 웨일스 대표팀은 그야말로 ‘골든 제너레이션’으로 불린다. 존 토샥, 게리 스피드 등 웨일스 대표팀을 맡았던 많은 명장들 꿈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해낸 성과는 아니다. 웨일스는 2004년 토샥 감독 부임과 함께 유소년에 많은 투자를 했고, 이어 자살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스피드 감독은 엄격한 대표급 선수 관리와 새로운 훈련 과정 도입으로 미래를 준비했다. 스피드 감독 아래서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 애런 램지(아스널), 조 앨런(리버풀)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팀워크를 다졌고, 애국심도 키웠다. 콜먼 감독과 선수들은 유로 2016 본선행 확정 뒤 비운의 죽음을 맞은 스피드 감독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콜먼 감독은 그의 밑에서 코치를 하다가 사령탑으로 승진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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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스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4일 안도라와의 홈 경기를 마친 뒤 ‘딜로흐’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내년 유로 2016 본선행을 자축했다. 출처 | 웨일스축구협회 홈페이지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자리잡은 소국 안도라는 웨일스의 상대가 아니었다. 홈팀은 2-0으로 무난하게 이겼는데, 램지와 베일 등 웨일스가 자랑하는 두 선수가 한 골씩 넣어 팬들을 더 기쁘게 했다. 그리고 90분 격전의 종료를 알리는 휘슬 뒤 웨일스 선수들은 준비한 붉은색 셔츠를 꺼내들고 웨일스인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Diolch.’ 한국 발음으론 ‘디오흐’다(웨일스어는 정말 뭐라고 읽어야 할 지 모를 때가 많다. 그 만큼 어렵다). ‘감사하다’는 뜻의 셔츠를 입은 그들은 ‘웨일스의 슈퍼맨’ 베일을 중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계속 올렸다. 그런 그들을 향해 관중은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웨일스 대표팀의 기적은 이제 웨일스의 것만이 아니다. 런던에서 발간되는 신문에도 그들의 소식이 크게 실릴 만큼 영국 전역의 뉴스가 되고 있다. 경기 직후 웨일스 대표팀 주장이자 기성용 팀 동료 애쉴리 윌리엄스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정말 기쁜 날이다. 응원한 모든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재미있는 경기였고, 이렇게 팬들과 함께 유로 2016 본선 진출을 기념할 수 있어 더 디쁘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것들이 이뤄져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다. 오늘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며 감격했다. 몇몇 팬들은 선수들에게 “본선에서 잉글랜드와 붙어 꼭 이겨달라”는 주문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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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한지훈통신원]웨일스-안도라전이 열린 14일 카디프 경기장은 축제의 한 마당이었다.

웨일스의 스토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축구와 함께 양대 스포츠로 꼽히는 럭비대표팀이 17일 밤 12시 런던에서 남아공과 럭비월드컵 8강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조별리그에서 잉글랜드를 눌러 박수받았던 그들은 또 한 번 웨일스를 열광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있다. 윌리엄스도 “이젠 푹 쉬고, 주말 남아공과의 럭비 경기 응원을 준비하겠다”며 ‘럭비팬’으로서의 응원을 보냈다. 스포츠의 힘과 위대함은 이렇게 선명하다.

2015년 가을의 영국은 웨일스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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