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울산 윤정환 감독, 서울 최용수 감독에게 구걸하는 건 아니
울산 현대 윤정환 감독과 김신욱, FC 서울 최용수 감독과 윤주태가 지난달 24일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2015 KEB 하나은행 FA컵 라운드7(준결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우승 트로피 옆에서 양팀의 선전을 각오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기자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지도자 개인의 명예는 물론, 명가의 자존심까지 걸린 중대한 승부다. 윤정환 울산 감독이 서울 ‘독수리호’를 넘을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사연의 울산과 서울이 14일 오후 7시30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2015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이 큰 건 윤 감독이다. 9년 만에 K리그에 지도자로 복귀했으나 J리그 성공신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하위스플릿행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나 리그 막판 주력 공격수인 김신욱 등과 시너지를 내며 초반 오름세를 되찾았다. FA컵만큼은 꼭 우승해 차기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본선 티켓을 따내자는 의지가 강하다. 반면 상위스플릿행에 성공한 최용수 서울 감독도 양보 없는 승부를 예고한다. ACL 진출 마지노선인 리그 3위 포항(승점 56)과 승점 격차를 2로 줄이면서 5위를 달리고 있으나 스플릿 라운드 5경기에서 장담할 수 없다. FA컵 결승 고지를 밟은 뒤 마음 편하게 상위리그를 즐기겠다는 각오다.

두 감독은 1990년대 한국 축구 국가대표 공격진을 이끈 주력 요원이었다. 최 감독이 전방에 섰다면 윤 감독은 2선에서 도우미 구실을 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첫 사령탑으로 격돌했는데, 앞서 리그 3차례 맞대결서 우위를 가리지 못했다. 1승1무1패다. 개막 라운드에서 울산이 서울과 홈경기에서 2-0 완승했으나, 지난 5월 31일 서울 홈경기에선 0-0으로 비겼다. 그러다가 8월 12일 다시 울산 홈에서 격돌했을 땐 서울이 2-1 신승했다. 순위 싸움에선 서울이 크게 앞섰으나 둘의 맞대결은 매 경기 치열했다.

하지만 초반과 다른 점은 양 팀 주력 공격수의 존재 여부다. 울산은 김신욱, 서울은 아드리아노가 후반기 팀 공격의 절대적인 구실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맞대결에서도 나란히 골 맛을 봤다. 리그 득점도 둘 다 14골씩 넣으면서 최상위 경쟁을 하고 있다. FA컵 준결승에서도 둘의 득점포 가동 여부가 팀 승리와 직결할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울산의 수비진이다. 중앙 수비 조합인 김치곤 이재성이 리그에서 다쳐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수문장 김승규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로 지난 8일 쿠웨이트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4차전 원정을 치른 뒤 울산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13일 자메이카와 친선전엔 나서지 않고, FA컵 준결승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윤 감독에게 FA컵 성적은 차기 시즌 울산 지휘봉을 유지하느냐 여부와 직결할 수도 있다. 앞서 구단 윗선은 리그 성적에 크게 실망한 상황에서 윤 감독의 경질 여부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후반기 막판 경기력을 되찾았고, 최근 리그 6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12개 팀 중 선두다. 시즌 최소 목표인 ACL 진출권 획득할 수 있는 FA컵에서 결과를 낸다면 유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 감독도 “선수들과 FA컵은 우승하자는 결의를 하고 있다”며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K리그에서 나란히 하위스플릿행을 확정한 인천과 전남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FA컵 준결승전을 치른다. 닭똥 같은 눈물로 선수들과 아픔을 나눈 김도훈 인천 감독과 2년 연속 안타깝게 하위스플릿으로 밀린 노상래 전남 감독은 이 대결을 올 시즌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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