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5721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최근 10년간 열린 연령별 월드컵 중 2007년 캐나다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인상 깊게 꼽는 축구인들 적지 않다. 당시 한국은 브라질 미국 폴란드와 ‘죽음의 조’에 속해 2무1패를 기록하고 조에서 꼴찌를 했다. 하지만 성적과 별개로 기량 자체는 훌륭했다. 브라질에 당당히 맞서 2-3으로 분패한 일, 공격적으로 밀리지 않으며 유럽과 남미 선수들을 상대로 기술 축구를 펼친 장면 등은, 그 전 한국 축구에서 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도 창의적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그 대회를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많았다. 특히 형들보다 두 살이나 어렸던 당시 18세 기성용을 비롯해 이청용 박주호가 유럽 빅리그에서 뛰며 현 대표팀 기둥으로 컸다는 게 소득이다. 연령별 월드컵 특정 대회에서 이렇게 3명이 대표팀 주전으로 커나가기는 쉽지 않다.

18일부터 한국과 정반대에 위치한 칠레에서 17세 이하(U-17) 월드컵이 열린다. 한국은 1985년 대회 창설 뒤 4번째 참가하는 대회로, 각급 월드컵 중 어느 대회보다 참가하기 어려운 무대다. 출전 자체로도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 어깨가 예상 외로 무겁다는 점을 느꼈다. 지난 해 16세 이하(U-16)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은 이승우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하며 준우승을 차지하고 칠레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너무나 강렬한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U-17 월드컵 사상 최고 성적’이라는 기대감이 지난 1년간 ‘최진철호’를 지배했다.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 월드컵이란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은 당연히 결과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최진철호가 “손흥민 세대(2009년·8강)를 넘어 4강에 가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 대회가 성인 선수들이 출전하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아니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최진철호를 곧 지켜보게 될 팬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얘기다. 청소년들이 나서는 연령별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은 물론 기뻐하고 박수받을 일이지만 그 대회가 최종 목적지는 될 수 없다. U-17 월드컵 최다우승국 나이지리아(4회)의 성인 월드컵 최고 성적은 16강에 불과하다. 2000년 이후 대회 MVP 중 세스크 파브레가스(2003년) 토니 크로스(2007년)가 성인팀에서도 빛을 봤을 뿐 기대 만큼 크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것은 U-17 월드컵에서 드러난 결과와 수치가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린 태극전사들은 세계 최강 브라질, U-17 월드컵에 강한 아프리카 대표 기니, 축구종가 잉글랜드 등 만만치 않은 상대국들과 조별리그를 치른다. 16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지만, 반대로 이런 실전이 그들에겐,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가깝게는 프로 데뷔를 1~2년 앞둔 선수들에게 세계적인 또래 선수들과 강하게 부딪히고 싸우는 것 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성인 월드컵은 증명하는 장이지만, U-17 월드컵은 경험하고 느끼는 장도 될 수 있다. 팬들도 그런 관점을 섞어 최진철호를 응원하길 바란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