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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카 폴리 제작사 로이비쥬얼 이동우 대표가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조병모기자] 1998년 5명이 옥탑방에서 출발한 회사가 이제는 전세계 98개국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로보카 폴리’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로 발돋움했다. 바로 ‘로이 비쥬얼(ROI Visual)’이라는 회사다. 뽀로로와 함께 아이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로보카 폴리라는 순수 토종 캐릭터를 탄생시켜 지적재산권(IP)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1200종의 캐릭터 상품을 앞세워 로보카 폴리를 한국대표 문화사절로 열심히 키워가고 있다. 국내에서 한해 신생아가 40만명 정도인데 주요완구만 50만개 이상이 팔린다고하니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 강남 논현동의 로이 비쥬얼 본사에서 이동우 대표(42)를 만났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맑은 낯빛을 지닌 이 대표의 진정성을 충분히 느끼게되는 1시간반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했다.

◇초등학교때부터 키운 애니메이션의 꿈-회사명인 로이(ROI)가 무슨 뜻인가.

사람들은 ROI를 투자수익률(Return on investment)이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하지만 ‘Revolution of Imagination’으로 상상력의 혁명을 의미한다. 상상력 그 이상을 발휘하자는 뜻이다.

-회사를 세울 때 비교적 어린 나이(26세)였다. 로보카 폴리가 알려진 것은 2011년이고 그 사이 회사의 업태는.

초등학교때부터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다. 미래소년 코난을 보고 하이하바와 같은 유토피아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고교때부터는 일본어를 공부해 애니메이션 책을 읽었고 대학도 미술대를 갔는데, 애니메이션은 전혀 가르쳐주지 않더라. 그래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열심히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후 회사를 조금 다니다 우리의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로이 비쥬얼을 세우게 됐다. 설립이래 쭉 창작만 해왔다.

-당시 우리가 만든 창작 애니메이션은 별로 기억이 남지 않는데.

맞다. 당시 일본이나 디즈니사로부터 OEM(주문자제작)으로 만들어도 충분히 먹고 사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다들 어려울 거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당시 5명이 시작하면서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 꿈을 이루지 못한다’ ‘어려워도 창작을 고집하자’는 마음이 뭉쳤다.

-설립후 시종 창작 애니메이션만 했는데 주요 작품은.

2000년에 우비소년이 성공해서 2005년까지 지상파를 휩쓸었고, 2006년부터는 치로와 친구들(2009년 일본 NHK에 방영)이 히트 시리즈로 이어졌다. 2010년에 만든 로보카 폴리, 그리고 이너 레이저 등 4개 정도가 알만한 작품들이다.

◇우비소년, 치로와 친구들 등을 히트시킨 저력. 4~7세 시장을 세계 최초로 열다.-이제 로보카 폴리 얘기를 해보자. 준비기간만 5년이 걸렸다던데.

제가 스토리를 만들었는데, 그때가 치로와 친구들을 만들 때였다. 아이 2명이 유치원을 다닐 때였는데 폭력적인 외산 애니메이션을 보고 어린이답지 않은 행동을 여과없이 모방하는 것에 자극을 받았다. 우리 애들이 볼만한 것, 즉 4~7세 아이들이 볼만한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기획했다.

-4~7세 아이들을 타겟팅을 했는데 마케팅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사실 외국에서도 분화(세그멘테이션)시키지 않은 새로운 타깃이었다. 모두들 안된다고 했다. 외국에서도 취학전, 취학후 연령으로 크게 나누고 시장을 상대해왔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선 칼로 악당을 물리치는 장난감을 어린 나이에 쥐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로보카 폴리는 악당이 없는건가.

맞다. 대부분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이 실수를 저지르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 옆에서 도와주는 내용이다. 가정에 아이들이 한명, 많아야 두명인 요즘에 협동심, 배려 등 교육적인 내용을 담아봤다. 그래서 작품 안에 ‘내가 할게’ ‘네가 도와줘’ ‘그래 내가 할게’ 등의 대사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EBS에서 방영될 때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폭력적이지 않고 교육적이어서 너무 좋다’는 댓글이 많아 뿌듯했다.

-로보카 폴리가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고 국내에 방영됐다던데.

2010년 칸느에서 열린 ‘MIP Junior 2010 Licensing Challenge’에서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이 대회는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큰 시장인데, 거기서 이름을 알린 뒤 2011년 EBS를 통해 방영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성공요인으로 ‘변신’이란 키워드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것도 말이 많았다. 변신이란 것은 성인 장난감에서는 이미 트랜스포머와 일본 70년대 작품에서 많이 사용된 개념이다. 하지만 4~7세에 이것이 통하겠냐고 했지만 우리는 해냈다. 그런데 장난감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다. 변신 자체도 어려운데다, 아이들에게 해로운 성분은 배제하고 만들려고 하다보니 제작 단가가 너무 높게 나왔다. 그래서 전세계의 완구사 문들 두드리고 다녔다. 아예 IP를 넘기라는 곳도 나왔는데, 결국 홍콩의 세계적인 완구사가 자기네랑 철학이 맞다면서 500억원을 투자해서 로보카 폴리 장난감이 탄생했다. 단가는 우리가 이익을 적게 가져가는 것으로 맞춰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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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대표가 로보카 폴리의 탄생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내년 미국 공략. 해외 각국서 교통 홍보대사-그래서 세계 98개국에 진출했는데도, 어찌보면 작다고 해야할 매출 100억원(지난해 기준)에 그치는 것인가.

우리 회사의 철학과 비전은 꿈, 사람, 행복 세가지다. 돈을 벌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고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게 우리의 모토다. 진정성이 쌓이다보면 조그만 돈이라도 계속 쌓여나갈 것이다. 변신 로봇이다보니 쉽게 부러지지 않도록 완구사와 최선의 호흡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내구성이 좋아 아이들이 다 쓰고 나서도 망가지지 않아 중고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매출에 지장이 있다(웃음). 그동안 투자 해왔던 해외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는 단계로 해외실적이 늘어나고 있어 회사매출도 계속 커지고 있다.

-로보카 폴리의 해외 진출 상황을 설명해달라.

프랑스를 시작으로, 러시아, 일본, 중국 등으로 나갔고, 미국은 내년 봄에 진출할 것이다. 우리는 로보카 폴리를 다루는 로이비쥬얼의 직원이 95명, 로이게임즈와 로이북스를 합쳐도 150명 정도 되는 작은 회사다. 현지 방영권 판매와 장난감 판매를 동반진출하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북미 시장의 경우 디즈니의 아성이 공고하고, 시장규모도 크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여러해 준비하고 있다.

-이미 나가있는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사실 우리는 해외에 나갈 때 지키는 원칙이 있다. 지상파여야하고 애들이 많이 보는 프라임타임을 고집하고, 장난감이 함께 투입되며, 로보카 폴리의 캐릭터 이름을 무조건 고수해왔다. 방영권 가격도 낮추지 않는다. 어린이 안전캠페인 등 문화에 파고들어 철저히 현지화한다. 아무튼 그런 전략을 고수해 나가다보니 다행히 외국에서 반응이 좋다. 대만의 경우 백화점에서 로보카 폴리 행사를 하면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여서 경찰이 꼭 동원되어야할 정도다. 중국공안의 교통안전 지킴이, 일종의 홍보대사로 로보카 폴리가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 경찰청, 인도행정안전부 역시 교통안전 홍보대사를 하고 있다. 중국적십자사로부터 그 공헌을 인정받아 감사패도 받았다.

애니메이션의 천국인 일본시장의 경우 호빵맨이 경쟁자다. 오랜 시간 압도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 틈새를 공략해 이제 안정적으로 진입했다고 자평을 할 정도다. 인지도도 많이 높아졌다.

-이제 미국시장이다. 대강의 계획은.

내년봄 북미, 그리고 내년중 남미에 진출한다. 우리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남들을 따라하지 않는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한다’ 등 나름대로 틀이 있다. 그래서 남들이 안하던 4~7세 시장을 만들었고, 아이들에게는 안된다는 변신로봇을 만들었다. 이렇게 시장을 만들어놓고 보니 남들도 이제는 우리를 따라서 한다. 미국은 글로벌 뉴미디어 기업과 공조해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통용되는 게 뉴미디어다. 해외는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10배 이상의 큰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국산 캐릭터로 전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기업 공개 안한다. 이익이 목표가 되면 꿈을 쫒지 못한다.-다른 캐릭터들을 보면 국내에 테마파크가 있던데.

국내에는 아직 세우지 않았다. 이용객들의 만족도를 높이지 못한다면 캐릭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2년째 기획중이며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외국의 경우 러시아, 중국, 프랑스에는 로보카 폴리로 테마파크가 크게 세워져있다. 국내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협력하여 전시장에 로보카폴리를 두는 무료 키즈카페 2곳을 운영중이다. 우리의 경우 국내에서는 ‘폴리 한의원’이란 프랜차이즈를 만든지 1년 조금 넘었다. 마음에 맞는 한의사분들과 소아 난치병, 의료봉사 등을 목표로 6개 정도 분점을 냈다. 올해 안에 10개로 늘릴 작정이다. 개념은 이렇다. 유명 한의원보다 반값을 받는 저렴한 병원비를 내게하고, 시설 안에는 로보카 폴리를 테마로 키즈카페를 만든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생활 전반에 걸쳐 폴리를 만나게 하고 싶었다.

-어떻게된 게 사업가이지만 돈을 얘기하지 않는다.

이미 말했듯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추구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공개(IPO)를 하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지만 모두 물리치고 있다. 증시 상장계획이 없다. 안할 생각이다. 상장을 하게되면 매출과 이익이 목표가 되기 마련이고 돈 버는 사업만 벌리게 된다. 진정성이 없다고 느껴진다. 전세계적으로 로보카 폴리 장난감을 1000만개 이상 팔았기 때문에 “얼마 벌었어”라고 주변에서 많이 물어본다. 하지만 우리는 천천히 가도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회사의 수익구조는 라이센스 수입이 40%이고, 나머지는 방영권과 부가사업의 수익이다. 새로운 신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의 철학이 통했는지 애니메이션 판권과 완구판매권을 계약하려는 문의가 많다.

-그렇다면 미국의 디즈니가 목표가 아니겠다.

맞다. 디즈니는 우리의 롤모델이 될 수 없다. 돈 벌 생각보다는 꿈을 쫓고 있고, 남들이 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디즈니는 아니다.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전세계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신뢰받는 콘텐츠 회사가 되는 것이다. 로이비쥬얼이 만드는 모든 작품과 제품들을 고객이 믿고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그런 브랜드가 되고 싶다. 회사이름 처럼 끊임 없는 상상의 혁명을 통해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되고 싶다. brya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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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대표는 세계적인 종합 애니메이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하는게 목표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로이게임즈, 로이북스도 어린이 무관치 않은 회사

로이비쥬얼은 로이게임즈와 로이북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동우 대표는 이 두 부문 모두 어린이의 꿈과 관련된 회사로 키우고 싶어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가 게임 강국이라고 해도,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세계관이 있고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게임은 찾기 어렵다”며 “로이게임즈를 통해 스토리텔링이 있고 ,브랜드가 있는 게임을 만들어 시너지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머지않은 미래에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융합된 장르가 나올 것 같다. 우리의 다음 목표는 이런 것을 만드는 것이다”면서 “로보카 폴리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또 교육(에듀)와 결합된 게임도 만들고 싶다.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제발 이 게임 좀 해봐’라고 권하는 게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간단히 말하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계속 사용자가 스토리에 관여해 과정과 결말이 달라지는 게임, 그리고 어학이나 수학, 과학 등 학습에 관련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다.

로이북스의 경우 현재는 대부분 로보카 폴리 관련 책 및 교육서적 위주로 발매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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