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삼성 최형우, 정규 리그 우승은 내 손으로!
[스포츠서울 김도훈기자]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가 3일 목동 구장에서 진행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타석을 준비하며 배트를 응시하고 있다.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삼성에는 ‘한국시리즈 모드’라는 게 있다. 특별한건 없지만, 예를 들면 타자 개개인이 몸에 맞고서라도 출루해 상대를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경기다. 전대미문의 정규시즌 5연패를 달성한 배경에 삼성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글자만 놓고보면, 다른 팀도 다 한다. ‘허슬’로 포장될 수도 있고, 투혼이나 투지로 대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은 연패에 빠지거나, 하위팀에 추격을 허용할 때에도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는 거의 이긴다. 연패 기간이 길지 않고 하위권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삼성 4번타자 최형우는 “경험의 힘 때문일까. 팀 내부적으로도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한국시리즈 모드’라는 게 있다. 그 힘이 5연패를 달성한 동력”이라고 말했다. NC나 넥센 등 삼성을 위협하는 팀들이 갖지 못한 힘이다. 최형우는 “위기일 때 ‘오늘은 한국시리즈 모드로 한 번 가보자’라고 경기 전에 얘기하면 경기 내용이 달라진다. 코칭스태프도 팀 전체가 슬럼프에 빠지면 한 번씩 주문하곤 하신다”고 말했다. 서로 말은 안해도 한 발 더 뛰고, 몸쪽 공은 맞아서라도 출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야수들이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 한 플레이를 하니, 투수들도 공 하나 허투루 던질 수 없다. 삼성이 지탱하는 동력인데, 그 원천은 역시 경험이라는 게 최형우의 설명이다.

현재 삼성 전력의 대부분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2013년에는 두산에 1승 3패로 절대 열세를 보이다 극적으로 역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도 넥센 강타선을 상대로 힘겹게 승리를 잡았다. 이런 경험들이 자연스레 녹아들어 여유가 생긴 셈이다. 최형우는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은 절대 알 수 없는 힘이 있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우리만 아는 느낌 같은 게 위기 때마다 나온다”고 설명했다. 챔피언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갖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SS포토]한국시리즈 삼성 우승,  나바로 한국시리즈 MVP 신고합니다
[스포츠서울 최재원선임기자]삼성 나바로(앞쪽)가 11일 잠실구장 넥센과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11-1로 승리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시상식에서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되자 연호하는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shine@sportsseoul.com

통합 5연패를 자신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우승 전력이 그대로 남아있고, 시즌 막판 NC의 추격을 뿌리치고 극적인 5연패를 달성한 자신감이 원천이 됐다. 최형우는 “시즌 막판에는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 NC가 연승가도를 달리니 압박감이 더 컸다. 나름대로 분석을 해 봤더니 NC는 ‘시즌 우승을 못해도 손해볼 게 없다’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경기에 임한 것 같다. 부담이 없으니 각자 자기 것에 충실하고,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가 동력이 됐던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압박감을 딛고 우승을 차지했으니, 한국시리즈가 더욱 기다려지는 것이다.

최형우는 “넥센이나 NC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오면 그 중압감을 이길 수 있을까 싶다. 한국시리즈는 정규시즌이나 플레이오프와는 공기 자체가 다르다. 두산이나 SK는 그나마 큰 경기를 많이 치러봤지만, 그래도 최근 4년 동안은 우리가 다 우승을 해 한국시리즈에 대한 감각을 잃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느 팀이 올라와도 자신있다는 뜻이기도, 최근 4연속시즌 마지막에 웃었던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44경기 전경기에 출장한 최형우는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하면서 우리를 만나러 올 팀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우승에 대한 확신과 디펜딩챔피언의 자부심이 동시에 묻어난 표정이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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