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문학을 환하게 비추는 테임즈의 위용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NC 에릭 테임즈가 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40-40을 달성한 뒤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경윤기자]올 시즌 최우수선수상(MVP)은 NC 에릭 테임즈가 받아야 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기록을 비교해보자. 테임즈는 올시즌 타율 0.381(1위) 홈런 47개(3위) 140타점(2위) 40도루(5위) 볼넷 103개(2위) 장타율 0.790(1위) 출루율 0.497(1위) OPS 1.287(장타율+출루율·1위)을 기록했다. 넥센 박병호는 타율 0.343(5위) 홈런 53개(1위) 146타점(1위) 장타율 0.714(2위) 출루율 0.436(5위) OPS 1.150(2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테임즈는 타율, 볼넷, 장타율, 출루율, OPS, 도루에서 앞섰고 박병호는 홈런, 타점이 우위에 있다. 테임즈는 박병호에게 볼넷 및 도루, 장타율, 출루율, OPS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앞서고 있다. 홈런과 타점에선 박병호에게 뒤지지만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테임즈는 기록상 ‘골고루 좋은 성적’을 냈지만 박병호는 몇몇 지표에서만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한 시즌을 종합해 가장 우수한 선수를 한 명만 꼽아야 한다면, 그 주인공은 박병호보다 테임즈가 되어야 한다.

단순 기록 비교 외에 두 선수가 어필하고 있는 대기록을 비교해보자. 테임즈는 ‘역대 최초 40홈런-40도루’와 ‘역대 최초 사이클링 히트 2회’라는 무기가 있다. 박병호는 ‘역대 최초 2년 연속 50홈런’과 ‘역대 최다 타점’을 갖고 있다. 두 선수의 대기록은 모두 위대하다. 기록을 깨기 위해 받았던 스트레스와 집중 견제를 이겨냈다는 점,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해 KBO리그 역사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두 선수는 모두 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두 기록 중 어느 기록이 더 달성하기 힘든 기록인지 묻는다면, 단연 테임즈의 기록이라 말할 수 있다. 40-40은 KBO리그 최초의 기록이자 전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대기록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단 한 차례도 달성되지 않았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단 4차례 나왔다. 호세 칸세코(1988년) 베리 본즈(1996년) 알렉스 로드리게스(1998년) 알폰소 소리아노(2006년)등 4명 만이 이 기록을 달성했는데 이중 칸세코와 본즈, 로드리게스는 약물복용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약물에 기대지 않은 40-40은 130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반면 박병호의 기록은 테임즈의 그것보다 살짝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는 50홈런 고지를 2년 연속 깼지만 삼성 이승엽의 56홈런을 넘지는 못했다. 역대 최다 타점은 2003년 이승엽의 144점을 넘어 146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3년 이승엽은 128경기 체제에서, 박병호는 올시즌 144경기 체제에서 기록을 경신했다. 경기 당 타점은 이승엽이 더 높다.

팀 성적도 테임즈가 유리하다. NC는 올 시즌 막판까지 선두 삼성을 추격했다. 반면 넥센은 정규시즌 4위에 그쳤다. NC와 넥센의 승차는 6.5경기나 된다. 테임즈의 공로를 더 높게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테임즈가 MVP투표에서 불리한 점은 딱 한 가지다. 외국인 선수라는 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테임즈가 박병호의 기록을, 박병호가 테임즈의 성적을 거뒀다고 가정해보자. 테임즈가 2년 연속 50홈런, 역대 최다 타점을 기록했고 박병호가 40홈런-40도루, 한시즌 2차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고 생각하면 박병호의 MVP 수상은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다. 테임즈와 박병호의 MVP 경쟁 구도는 일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NC와 넥센의 담당기자 두 명이 귀중한 신문 지면을 할애해 갑론을박을 펼치는 이런 상황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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