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_꽈당3종[출처=그녀는예뻤다캡쳐]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 사진|영상캡처

[스포츠서울 김정란기자]젊은이들이 스스로를 ‘잉여’라고 부르는 슬픈 세상, 방송과 영화는 잉여들을 위로하겠다는 기획의도로 넘쳐난다. 영화와 드라마 속 ‘잉여’들은 청춘들을 제대로 위로했을까? 최근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도 주위에서 잉여인간 취급을 받는 캐릭터들을 찾아볼 수 있다. 자칭타칭 ‘잉여’라 불리는 청춘을 공감하게 할 만한 캐릭터들을 찾아봤다.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혜진- “못생긴 게 죄인가요?”

못생겨졌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은 무서워졌다.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속 혜진(황정음)은 7포세대를 그대로 대변하는 캐릭터다. 그는 관리팀 ‘에이스’로 일해왔지만, 잡지 편집팀으로 옮겨오고 나서는 ‘지부편’ 지성준(박서준)에게 패션 용어 하나 제대로 못 알아듣고 일을 망치는 ‘잉여’ 취급을 받는다. 잘 사는집 예쁜 딸이었던 어렸을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퇴근 후에 패션 잡지에 매달리고, 임기응변에 능한 그가 영원히 잉여로 남을 것 같지는 않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1주일만 기다려라! 곧 놀랄 것”이라며 외모마저 사랑스러운 그녀가 돌아올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영화 ‘사도’ 사도세자-“아버지, 저도 잘하고 싶어요!”

“너 1년에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몇 번이나 드니?” 영조는 글씨보다는 개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도세자(유아인)를 왕실의 ‘잉여인력’ 정도로 취급했던 것이 아닐까? 잘난 아버지를 두었던 그는 잘해보려고 애썼지만, 결국 열등감이 대폭발해 광기어린 행동을 일삼아댄다. 사도는 날아가는 화살을 보고 떳떳하지 못한 자신을 한탄한, 자신을 잉여라 칭한 1세대가 아니었을까? 결국 아버지의 손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그의 결말은 가슴이 아리다. 위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압박에 시달리는 잉여들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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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의 유아인 제공|쇼박스

◇tvN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 노라-“마흔살은 흘려보내지 않으리”

일찍 결혼해 20년간 애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어느새 38살이 된 하노라(최지우)에게 잉여라는 말은 가혹하다. 하지만, 수준이 안맞는 여자 취급하는 남편과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아들 민수(김민재)에게 그는 잉여인간이었다. 노라는 더이상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떨치고 일어났다. 비록 오진 탓에 시한부 인생이라는 절박함으로 대학 입학이라는 중대 결정을 내리게 됐지만, 새 인생을 살아낼 기회를 잡고, 모른 척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능동적으로 잉여생활을 ‘종료’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두번째 사랑, 현석(이상윤)과의 가슴떨리는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영화 ‘탐정:더 비기닝’ 대만- “꿈은 이루어진다”

유부녀 관점에서 보면 ‘탐정’ 속 대만은 정말 속터지는 남편 캐릭터다. 하지만 그다지도 경찰이 되고 싶었던 그가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활발한 블로거활동을 통해 그 나름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을 보면 그는 잉여라고 보기만은 힘들다. 가정 먼저 챙기고 취미활동으로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그가 다음 편에서는 꿈으로 돈을 벌어올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추석연휴에 방송한 MBC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서 일행들은 ‘생산활동’을 통해 여정을 이어간다. 잉여는 ‘생산활동’에 나서는 순간 잉여가 아니다. 영화,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주로 외부의 시선에 의해 ‘잉여’로 정의되지만,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바꾸며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이를 지켜보는 젊은 청춘들도 답답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잉여들’ 모두 힘내기를!

peac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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