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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삼성전자 TV 소지전력 조작 의혹 기사.

[스포츠서울 강헌주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주말 TV 소비전력 조작의혹이 불거지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영국의 유력지인 가디언이 지난 2일 삼성전자가 TV 에너지 테스트를 속였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디언이 이를 ‘제2의 폭스바겐 사태’로 규정하면서 삼성전자를 몰아붙이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삼성전자가 신속하게 반박했고 미국의 포브스와 포춘 등 다른 해외 매체들도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 주면서 가디언의 의혹제기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가디언은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가디언은 유럽 위원회가 가전제품 소비전력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진실 파악을 위해서는 좀 더 기다려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가디언의 삼성전자 TV에 대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가디언은 삼성전자 스마트TV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가디언은 ‘전제주의적 개인정보 정책’을 실시한다며 삼성을 압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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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지난 2월에도 삼성전자 스마트TV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영국 유력지 가디언, 2월부터 삼성전자 TV 의혹 꾸준히 제기

가디언은 스마트TV 개인정보 수집의혹에 이어 지난 2일 TV 소비전력 조작의혹을 제기했다. 가디언은 EU가 후원하는 독립 리서치그룹 컴플라이언TV의 주장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모션 라이팅 테스트를 속였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TV가 실험실과 실제 가정에서의 소비전력이 다른 점을 지적했다. 모션 라이팅은 콘텐츠의 움직임 및 속도에 따라 화면 밝기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가디언은 실제 사용환경에서 소비전력이 줄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폭스바겐의 배기가스량 조작을 연상케 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자동차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폭스바겐을 예를 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블로그 홈페이지 ‘삼성 투마로우’에서 TV의 모션 라이팅 기능은 소비자가 평소 사용할 때도 화면 밝기를 조절한다고 해명했다. 폭스바겐이 자사 제품 배출가스량을 낮추기 위해 소프트웨어로 배출량을 조작한 것과 삼성전자 TV 모션 라이팅을 비교하는 것은 억지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매체인 포브스와 포춘이 삼성전자의 입장을 지지했다. 포천은 인터넷판 기사에서 “삼성 등 TV업체들이 불법적인 행동을 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조작된 테스트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과다배출처럼 공공 보건에 영향을 주는 문제도 아니다”고 밝혔다. 포브스도 “TV가 테스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데 조작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음향영상(AV) 전문 매거진 ‘와 하이파이(What Hi-Fi)’는 “모션 라이팅 기능을 끌지 켤지 선택은 사용자들에 있다”며 “삼성전자가 의도적으로 이 기능을 조작해서 불법적인 일을 했다고 말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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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지난 2월부터 삼성전자 TV에 대한 비판기사를 꾸준히 게재해왔다. 사진은 삼성전자 SUHD TV JS9500 모델.

◇ 업계 일부 ‘폭스바겐 사태 희석 음모론’도

업계 일부에서는 가디언이 삼성전자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기 위해서 폭스바겐 사태와 결부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TV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유럽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특히 UHD(초고화질) TV 시장은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 언론들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편에서는 폭스바겐 사태가 확산되면서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EU가 삼성전자를 희생양 삼아 현재 상황을 희석시키려 한다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TV 소비전력 조작 의혹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닌 만큼 신중히 사태를 주시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세계 TV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자동차업계내 폭스바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보다 훨씬 크다. 경쟁 업체나 언론에 집중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조그만한 실수도 휘발성이 엄청날 수 밖에 없다.

lemos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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