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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왼쪽에서 3번째)이 레바논전 한국 첫 득점 직후 동료들을 포옹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레바논 징크스’는 사라졌다. 그 중심에 기성용이 있었다.

기성용은 9일(한국시간) 레바논 시돈에서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차전 레바논과의 원정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와 90분간 맹활약했다. 이날 ‘슈틸리케호’는 3-0으로 이기면서 1993년 이후 22년간 이어졌던 레바논 원정 무승 악몽을 시원하게 날렸다. 그 중심에 기성용이 있었다. 표면적으로 그는 1도움에 불과했지만 실질적인 기여도는 대표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기성용의 플레이메이킹은 초반부터 빛났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인정받은 정상급 패스 실력은 잔디와 시차를 가리지 않았다. 쭉쭉 뻗는 중거리 패스로 레바논 밀집수비를 무너트리던 그는 전반 22분 첫 골의 물꼬를 텄다. 중원 한가운데서 재빠른 침투패스를 전방에 찔러넣었고, 이를 원톱 석현준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치고 들어가다 상대 수비에 걸려넘어져 페널티킥을 이끌어냈다. 장현수가 이를 침착하게 넣었다. 기성용의 감각이 없었다면 첫 골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후에도 ‘슈틸리케호’ 미드필드 중심에서 밸런스를 유지하던 기성용의 실력은 한국이 2-0으로 앞서던 후반 14분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레바논의 반격이 거세지는 순간, 중원에서 전방으로 빠져들던 권창훈에게 패스를 건넸고, 권창훈이 터닝 오른발 슛으로 레바논 골망을 출렁인 것이다. 22살 왼발잡이 권창훈의 대담한 슛도 빛났지만 기성용의 존재가 없었다면 역시 상상하기 어려운 득점포였다.

기성용은 지난 2011년 ‘조광래호’ 1-2 패배, 2013년 ‘최강희호’ 1-1 무승부 등 한국 축구가 레바논에서 당한 치욕의 현장에 부상 등의 이유로 없었다. 그래서 생애 처음으로 나서는 레바논 원정에서 그간의 징크스를 깨트리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다. 그는 지난 3일 라오스전 8-0 대승 직후 “오늘 이긴 것을 기뻐하지 않겠다. 어렵다는 레바논 원정을 위해 다시 준비하겠다. 주장으로서 피곤하지만 한 발 더 뛰겠다”고 강조했다. 그 약속을 경기장에서 증명한 셈이 됐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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