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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 고척돔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넥센히어로즈의 줄다리가 첨예한 가운데 돔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2008년 넥센 히어로즈가 처음 목동구장에 왔을 때, 개 한마리가 그라운드에 들어와 용변을 보고 있었다. 우스갯소리지만 당시 목동구장의 관리 상황이 그 정도로 엉망이었다. 영업을 하는 가게로 치면 홀 상태는 엉망이고 가게로 들어오는 길도 제대로 닦여 있지 않으며 파리만 무진장 날리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넥센이 목동구장에 입성할 때, 프로야구 경기를 하지 못한다는 말도 많았다. 그러나 야구전문기업 넥센 히어로즈는 목동구장에서 지난 8년의 시간을 거쳐 이제는 국내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수익은 나지 않지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등 강팀으로 거듭났다. 덕분에 구장 주변 분위기는 더 밝아졌다. 넥센은 적자폭을 꾸준히 줄여가며 흑자전환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했고 이는 기업으로서 국내 프로구단이 나가야 할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8년간 공을 들인 가게에서 옆동네 가게로 옮겨가야 한다. 그 점포는 최신식 건물로 시설은 좋은데 손님이 찾아오기 힘들다. 주차 공간도 별로 없다. 무엇보다 가게세가 비싸다. 그러나 주인의 요구로 목동에서 고척동 가게로 옮겨가야 한다. 주차할 곳이 없는 건 둘째치고 과연 손님들이 많이 찾아올지 걱정이다. 더 큰 문제는 영업 자체가 쉽지 않다. 가게안에 있는 여러 광고물과 포스터를 붙여주고 발생하는 이익은 2년 한정으로 받을 수 있다. 이는 원래 없었는데 주인이 선심을 쓴 것이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새 가게를 빌려쓰는 100일 정도만 장사를 하고 그 나머지 기간은 주인이 가게를 관리한다. 임차인은 고기를 팔아야 하는 날을 빼고 남은 날에 가능하다면 다른 메뉴를 팔고 싶다. 때로는 가게를 하루쯤 쓰고 싶다는 친목단체나 개인에게 빌려주고 싶고, 장사가 안되면 점포내 일부만 재임대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고척동이 목동보다 가게세가 비싸기 때문에 운영을 하려면 이것저것 수익을 내야한다. 그러나 점포주는 “100일 동안 고기만 팔아라. 홀이 크고 천장이 높고 비도 안샌다. 손님이 많이 오고 장사가 잘 될거다”라는 입장이다. 새로 옮긴 동네에서 다시 성공하려면 목동에서 그랬듯 몇 년간 버티기를 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데, 세상 일이 그렇듯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싸우긴 버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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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 고척돔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처럼 고척돔을 사이에 두고 서울시와 넥센의 온도 차이는 크다. 서울시는 넥센이 고척돔을 사용하면 목동에 비해 비용이 늘겠지만, 그만큼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접근성도 구일역 서편출구가 열리면 오목교 역에서 목동구장까지 가는 것 보다 더 가까워진다고 하고 최초의 돔구장이니 집중적인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등 여러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고척돔 사용료 80억원은 서울시설공단이 예상한 전체 운영비용이며, 넥센이 일일대관 형식으로 들어온다면 그 비용은 줄어든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돔구장이 일반구장에 비해 전기세 등 공공요금이 많이 나오지만, 돔구장 효과로 인한 입장수입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고척돔을 바라보는 넥센의 시각은 다르다. 수입은 불확실 하고 비용은 확실하게 증가한다. 구장 사용료 뿐 아니라 구단 자체의 비용도 늘어난다. 일례로 목동에서는 50여명의 안전요원이 배치됐으나 돔구장에서는 4배 가까이 늘어난다. 최근에 지은 광주구장만 해도 안전요원이 150명에 달한다.

서울시는 목동구장처럼 고척돔도 일일대관 형식으로 운영하고자 하지만, 넥센은 전체 운영권이 안되면 최소한 야구를 하는 동안만이라도 운영권을 보장받고 싶다. 서울시는 이 부분에 대해 분할 위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사용기간을 분할해 운영권을 위탁한 사례가 없고 광고권도 연간 단위로 계약하기에 부착물을 떼었다 붙였다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넥센은 고척돔에서 야구를 하는 동안 만큼은 그 권리를 가지고 싶지만, 서울시와의 입장 차이로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분할 위탁에 대한 전례가 없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 돔구장 자체가 사례가 없는 시설물이다.

사실 고척돔 건설 당시 서울시는 넥센에 구장 운영권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넥센이 배제된 채 고척돔 운영권은 서울시설공단으로 넘어갔다.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적확한 절차를 밟았다고 강조한다. 최초의 돔구장이라 운영비가 기존 구장에 비해 얼마나 상승할지 몰라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공공기관으로 이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2년 6개월 후 고척돔 운영권 위탁에 대해 원점에서 검토하게 되어 있고 그때 쯤이면 넥센이 경쟁에서 가장 우월하다며 또다른 당근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와 시설공단은 성격이 다르다. 공단은 민간기업처럼 수익을 내야 하는 곳이다. 향후 공단이 고척돔에 대한 운영권리를 내놓을지 의문이다. 만약 그 시설물이 적자 투성이의 애물단지면 역설적으로 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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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강영조기자]KBO리그 30여년 역사만에 첫 돔구장 개장을 앞두고 있는 고척돔.

서울시는 고척돔 문제에서 시민의 판단을 존중하고 반응을 반영해,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한다. 서울시에는 시민이 있고 법인도 있다. 넥센은 서울에 프랜차이즈를 둔 법인체다. 넥센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어야 한다. 서로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때 양보는 강자의 몫이다. 그게 이상적이다. 약자의 양보는 피해일 뿐이다. 결국 고척돔 문제는 현 서울시장이 해결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12년 6월 가진 ‘야구발전을 위한 정책 워크숍’에서 야구장을 산업재가 아닌 공공재로 인식해 달라는 야구인들의 목소리에 “9회말 2사 이후에도 만루 홈런이 터지는 것처럼 서울시와 현장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을 해결해 나가자”고 답했다.

야구인들은 “이제는 그동안 시민을 위한 행보를 걸어온 박 시장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매일같이 열리는 공연이고 수 만명이 찾아와 즐긴다. 각종 중계를 통해 시청하는 경우까지 더하면 그 수는 수십 만명을 족히 넘는다. 기존 구단들은 야구를 통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왔고 시민의 행복에 기여해 왔다. 서울시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 주판알을 튕기고 조례를 들어 회피하기 보단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그동안 서울시는 구단을 적극적으로 돕는 다른 지차체와 달리 수익사업 측면에서 접근해 왔다. 서울시의 변화가 필요하고 박원순 시장의 결단이 요구되는 이유다.

개장을 앞두고 있는 최신 돔구장에서 프로야구가 활성화되고 운영이 잘 되면 고척돔은 서울 서남권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곳에서 수익창출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면 서울시의 재원마련에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현재 전국에 흩어져 있는 월드컵경기장 운영 실태를 생각한다면 서울시와 넥센구단, 양측간의 상생의 길은 분명해 보인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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