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이형택정현
이덕희 이형택 정현(왼쪽부터)

[스포츠서울 최정식기자]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삼성증권 후원)이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벌어지는 US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 출전한다. 지난 6월 윔블던에 이어 두 번째로 그랜드슬램 대회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그는 “윔블던에서는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리드하고 있을 때 더 공격적으로 나가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지만 들뜨지 않고 내 플레이에 집중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현은 4년째 US오픈에 참가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주니어부에 출전해 세계적인 스타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꿈을 키웠다. 지난해에는 고교생으로 성인 대회 예선에 나섰다. 그리고 올해는 랭킹에 따른 자동출전으로 본선에 직행했다. 세계랭킹 69위. 처음 빌리 진 킹 내셔널테니스센터를 찾은 지 불과 3년 만에 그 위상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US오픈은 한국 테니스와 인연이 깊다. 국내 선수가 그랜드슬램 대회 16강에 오른 것은 딱 세 번. 모두 US오픈이었다.

1970년대 말 혈혈단신으로 프로 테니스 무대에 뛰어든 이덕희는 1981년 US오픈에서 여자단식 16강 진출이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특히 3회전에서는 1978년 프랑스오픈 챔피언인 비르지니아 루지치(루마니아)를 꺾어 파란을 일으켰다. 4회전에서 그해 프랑스오픈 우승자인 하나 만들리코바(체코슬로바키아)에게 패해 돌풍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한국 테니스사에 남을 대기록이었다. 은퇴 후 재미 사업가로 변신한 이덕희는 유망주 발굴과 육성을 위해 사비를 들여 모국에서 국제주니어대회를 개최했다. 2012년 이덕희배 남자단식 우승자가 바로 정현이다.

그로부터 19년 뒤인 2000년에는 이형택이 남자단식 16강에 진출했다. 당시 그는 예선을 거쳐 4회전까지 올라갔다. 예선전적 포함 6연승. 당시 182위였던 그는 2회전에서 13위 프랑코 스키야리(아르헨티나)를 3-0으로 누르는 기염을 토했고, 4회전에서는 4위 그해 윔블던 챔피언이었더 피트 샘프러스(미국)와 첫 세트에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이형택은 2007년 또 한번 US오픈에서 16강에 진출, 한국 테니스의 자존심을 세웠다. 32강에서 3-1로 물리친 상대가 당시 19위였던 앤디 머리(영국)였다.

정현은 대선배들처럼 한국 테니스와 US오픈의 좋은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는 이번 대회 1차 목표는 그랜드슬램 대회 첫 승리다.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2회전에서 올해 프랑스오픈 우승자인 세계 5위 스탄 바브링카(스위스)와 맞붙게 될 가능성이 크다. 넘어서기 힘든 상대다. 첫 US오픈 본선에 나선 그에게 지나친 기대를 걸 필요는 없다. 이제까지 그랬듯이 세계의 강자들과 싸우며 배운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오히려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 올해가 아니어도 그에게는 16강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록을 세울 기회와 시간이 많다. 이덕희는 28세, 이형택은 24세에 US오픈 16강의 쾌거를 달성했다. 정현은 이제 19세다.

bukr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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